문장의 소리 제623회 : 1부 이송희 시인 / 2부 유병록 시인

문장의 소리 제623회 : 1부 이송희 시인 / 2부 유병록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 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드라마 <하이에나> 속 희재와 충연의 대화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이송희 시인


  

    이송희 시인은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품집으로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등이 있으며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 시조시인상을 수상하신 바 있습니다. 최근에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를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이송희 시인님은 시조로 등단하신 시조시인이세요. 저를 비롯한 청취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와 시조의 차이점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이송희 시인 : 사실 시조가 정형시잖아요. 저는 원래 이게 “poetry”로 다 해석이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우리가 고유 양식이 “시조”라고 있다 보니까 “sijo”라고 그대로 번역을 해요. 저도 처음에 자유시를 썼다가 정형시를 쓰게 됐어요. 일단 제가 자유시, 정형시라고 말씀드렸듯이 자유시는 물론 내재된 운율도 있겠지만, 요즘이야 운율도 파괴되고 하니까 그런 얘기가 새삼스럽긴 하죠. 근데 정형시는 정형률을 지켜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시와 시조의 가장 큰 차이점이 형식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말로만 설명하니까 조금 안타깝지만 3장 6구로 되어있고, 종장에 세 글자, 첫 구의 첫 음보의 세 글자를 지키는 게 시조를 규정하는 형식이에요. 현대시조는 1906년을 기점으로 삼아요. 갑자기 개화기 때 근대 문물이 들어오면서 외국의 시 형태가 들어와서 시조가 위협을 받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면서 가람 이병기 선생부터 시조 부흥운동을 한 거거든요. 우리 것 살리자, 이러다 보니까 시조 부흥운동이 된 거예요. 자유시가 정말 형식도 내용도 자유로운데 자연 산천만 노래하면 안 되니까 좀 변화를 시켜보자 해서 내용의 현대화도 갱신한 거죠. 그렇게 하다가 위기들도 좀 있었지만. 형식 부분 빼고 똑같이 시상을 담아낸다고 하시면 돼요. 대신 정형의 정해진 율이 있기 때문에 그걸 글자 수가 아닌 의미화로 맞추면서 하는 거죠. 요즘 현대 시조는 현대의 다양한 사유를 담아내고 자유시 쓸 때 착상처럼 똑같이 하되 정형의 형식 안에 그걸 담아낸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Q. 시집 처음에 실린 “마지막 눈빛이 기억나지 않는다. 당신과 걷던 길이 스르르 녹아내리면 구겨진 원고지를 펼쳐 내 젖은 몸에 덮는다.”라는 시인의 말을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다른 분들도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시보다 시인의 말 쓰기가 가장 힘들어요. 그래서 시인의 말을 제일 마지막에 쓰는데 이번엔 또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싶더라고요. 과거 시집을 보니까 좀 길더라고요. 이번 시인의 말은 어떤 시를 써 논 것 중에 일부분을 가져온 거예요. 그 시는 발표를 하지는 않을 거고. 시인의 말을 쓰게 된 계기를 생각하면 약간 경험적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한 10년 넘었지만 저는 아버지가 오래 아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아프시다 보니까 제가 혼자서 공부하고 혼자서 아르바이트하고 이런 시간이 많았어요. 그런 슬픔들도 있었고 주변의 상황들도 보면 항상 뭔가 결핍돼있고 부재 돼 있다는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시인들이 많이 그렇기는 하지만 상처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책을 혼자 읽고 이런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주변의 슬픔들을 같이 공유하는 데 제가 익숙해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시인의 말에는 어느 정도 제가 그 상처들이나 슬픔들이나 주변의 것들을 밀어내지 않고 내 것과 같이 공존하고 받아들이고 내재화돼있고 육화돼있는 거로 생각을 했어요. 비로소 구겨버렸고 안 보고 싶고 하는, 굳이 뭐 내가 그걸 꺼내야 할까, 하는 생각들과 원망도 좀 있었는데 이제 그냥 받아들인다면 저 나름대로 극복된 것일 수도 있죠. 이런 의미에서 제가 그 부분을 담았어요.

 

Q. 이송희 시인님의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과거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안고 있으면서 오늘과 현재를 잊지 않는 화자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어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의 문학 버전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시집에 수록된 작품 「우편함」과 「엑스트라」의 구절이 인상 깊었어요.

A. 사실 그게 좀 현실적인 시잖아요. 독거노인 얘기들이야 남들도 많이 했겠지만, 그리고 요즘엔 혼자서 늙어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요. 저희도 혼자서 늙어가야 할 거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사유들을 좀 담아내고 싶었어요. 「엑스트라」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두 편을 읽어주셨지만 사실 「데이트」 같은 시도 요즘에 폭력적인 부분들 다루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에 제가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시조라는 게 고루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현대적인 사유, 그리고 현대사회의 문제들도 충분히 이 안에 담길 수 있다는 걸 같이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시사적인 문제들, 주변의 문제들, 사회 고충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Q. 「압화」라는 시가 정말 좋았어요. 슬프기도 하고 마음에 남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 시를 쓰실 때의 상황이나 감정들을 물어봐도 될까요?

A. 사실은 압화를 누가 선물로 줬어요. 이건 뭐 제 경험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니 따지고 보면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야 언젠가 경험했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의 가까운 사람을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생겼어요. 그런 시들이 몇 개 있는데 「압화」를 보면 그 사람들이랑 같이 공유했던 시간이 멈춰버린 거잖아요. 박제가 돼버린 거죠. 우리는 사진을 통해 보기도 하지만 압화를 보면서 이게 시간이 멈춘 그 모양 그대로 그 시간 안에 딱 압축돼있는 거구나, 이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보고 싶을 때, 그 모습으로 눌려있는 것 같은데 그게 되게 아프잖아요. 다시 원상복구는 되지 않지만……. 그런 삶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는 생각에 그때 쓴 시들이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시는 이별에서 오나 보다. 이런 느낌을 좀 받았었죠.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춤 : 유병록 시인



 

    유병록 시인은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 마다』와 산문집 『안간힘』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오늘은 ‘춤’이라는 취미로 모셨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 중 하나가 춤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어떤 춤을 추시는 건가요?

A. 유병록 시인 : 방송 들으시는 분들께서 시인이 나와서 어떤 춤을 출까 궁금해 하실 수도 있고 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 방송 댄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Q. 방송 댄스면 K-pop 아이돌의 춤을 말하잖아요? 원래 클럽에 가거나 춤추는 걸 좋아하셨어요?) 사실 제가 클럽을 가본 적은 거의 없어요. 한 2년 정도 됐는데 방송 댄스 학원에 다니면서 난생처음으로 춤을 배우고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기도 했는데 주변에서 몸을 쓰는 일을 권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맨날 책 만들고 글 쓰고 하다 보니까. 그래서 아내와 같이 주변에 학원을 검색을 해봤어요. 춤 배우는 학원을 검색했는데 방송 댄스 학원이 제일 가깝더라고요. 무작정 연락해서 신청했습니다.

 

Q. 방송 댄스 같은 경우에는 k-pop 음악도 열심히 듣고 음악방송도 자주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춤을 추고 싶다’ 하는 롤모델 아이돌이 있나요?

A. 따로 롤모델이 있진 않아요. 제가 감히 그런 생각을 품고 있지는 않고요. 다만 춤을 배우다 보니까 음악방송을 가끔 TV에서 볼 때 예전 같으면 노래가 좋은지 안 좋은지 춤을 잘 추는지 안 그런지 정도만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저 춤을 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애를 썼을지 짐작은 되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약간의 존경심을 담아서 TV를 보고 있습니다.

 

Q. 시는 언어로 사상과 감정을 나타낸다면 춤은 비언어적인 움직임으로 감정들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춤을 춘다는 것이 되게 후련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A. 제가 글을 쓰는 일과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돌이켜보면 글과 말이 생활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근데 춤을 추러 가면 한 시간 내내 숨 쉬는 것 말고는 말할 일이 없거든요. 한 시간 동안 땀 흘리면서 거칠게 숨 쉬면서 춤추고 나면 정신도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함이 전혀 없고 오히려 개운함이 큰 것 같습니다.

 

Q. 유명한 무용가인 이사도라 던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춤은 기술의 전달일 뿐 아니라 깊은 활력을 느끼는 자극의 전달이기도 하다.” 춤을 추면서 찾아온 변화가 있을까요?

A. 일단 일주일에 세 번씩 정기적으로 춤을 추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좀 건강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춤 동작이란 게 일반 근력운동과는 다르게 스트레칭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운한 느낌도 많이 들어요. 일단 그게 제일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아내랑 같이 다니고 있는데 서로 춤 얘기도 많이 하다 보니까 취미 생활 공유한다는 게 참 좋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관계도 좀 더 돈독해진 느낌도 있어요. 또 하나는 저희 춤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저보다 한 살 많으신 남자분인데 아무래도 수강생 중에는 여성분들이 아주 많으시다 보니까 제가 어색해 할까 봐 저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친해졌어요. 그래서 춤 끝나고 나서 같이 술도 먹고 한 2~3주 전에는 외곽에 있는 낚시터에도 같이 다녀왔어요. 친구가 생겨서 그것도 좋은 자극인 것 같습니다.

 

Q. 춤이 시 쓰기에도 도움이 되나요?

A. 사실 직접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정신이 맑아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장의 소리 623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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