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26회 : 1부 정대건 소설가 / 2부 황종권, 강백수 시인

문장의 소리 제625회 : 1부 정대건 소설가 / 2부 황종권, 강백수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정은, 『산책을 듣는 시간』(사계절, 2018)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정대건 소설가


  

    정대건 소설가는 2020년 《한국경제》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첫 장편 소설 『GV 빌런 고태경』(은행나무, 2020)을 출간했습니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며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키드>(2012), 극영화 <사브라>(2014)와 <메이트>(2019)를 연출하셨습니다.

Q. DJ 최진영 : 『GV 빌런 고태경』은 주인공인 조혜나 감독이 GV(Guest Visit)1) 빌런(Villain)2)인 고태경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정대건 소설가 : 제가 영화 쪽에 있으면서 소설을 정식으로 배워보거나 써본 적이 없었어요. 소설을 읽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쓸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제 영화 하는 친구들이 창비학당 같은 데서 하는 글쓰기 수업 같은 것을 다녀오고서는 힐링캠프처럼 되게 좋았다는 거예요. 말 그대로 어떤 목적이 있어서 다녔다기보다는 글감도 얻고 자기 환기를 하는 식으로 추천을 해줘서 저도 듣게 됐어요. 막상 가보니까 소설을 배운다기보다는 단편소설로 등단하거나 이런 목적이신 분들의 합평 위주 수업이더라고요. 어쨌든 마감이 주어지니까 이게 소설인가 싶은 것을 끄적여서 냈었어요. 그때 완성을 못 하고 냈던 게 지금 이 소설의 4장에 있는 여의도 아르바이트 하는 장면인데 그걸 완성도 못 하고, 어디 내야지 이런 생각도 못 하고 써 놓은 지 2년 정도 흘렀어요. 제가 고태경 씨와의 관계들을 생각하게 되면서 장편화해서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 소설의 주인공 조혜나의 성별을 여성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A. 그 질문도 많이 받아봤는데. 제가 처음으로 소설을 쓰면서 당시에 제가 영화 작업도 못 하고 있는지도 꽤 오래됐고,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고 참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고 자기를 미워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절에 자기를 ‘이건 나야’ 하면서 드러내기에 독자들이 주인공을 화자를 좋아할 것 같지 않고 뭔가 용기가 안 났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또 성별이 다른 걸 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제가 겪은 감정들을 재료로 쓰지만 그래도 이건 픽션(fiction)이야, 라는 장치가 저에게 필요했어요. 그런 목적도 있었고 제가 평소에 보면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지만 주변에 남성친구들하고 대화할 거리가 없어요. 여성 친구들이 많고 여성 친구들하고 수다 떠는 게 더 편하고 그런 성향이 있었는데 뭔가 화자의 목소리에 그게 더 가까이 느껴졌어요.

 

Q. 이 책에도 나오지만 빌런도 유형이 다양하잖아요? 고태경 선생님은 “우선 영화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요. 실제로 GV 때 어떠신가요?

A. 제가 감독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했을 때 겪은 것들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랩 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었었어요. 그 다큐멘터리로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저와 출연진 래퍼들이 같이했는데 관객들 중에서 출연진과 저에게 프리스타일 랩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적이 꽤 있어요. (중략) 그때 당사자들은 조금 정색했던 적도 있고, 관객석에 친구인 뮤지션이 보러왔다가 성낸 적도 있어요. 그 관객은 실례가 되는 건 줄 모르고 재밌게 하려고 하신 거였는데. 제가 관객으로서 참여했던 수많은 GV에서는 그냥 일장연설 타입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굉장히 질문을 여러 개 하시면서 굉장히 길게…

 

Q. 소설 속 조혜나 감독이 빌런들에 대해서 “사회성이 떨어진다”,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고 투덜대니까 친구인 승호가 “사회의 발언권 없는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지게 되는 유일한 순간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라고 말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작가님께서도 사회에서 발언권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 제가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봤다기보다는 저 스스로도 관객으로서 관객과의 대화에 갔을 때 좀 질문을 하고 싶다가 그냥 민망해서 소심해서 안 하고 돌아온 적도 많아요.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 같지만 10대 때 홍대 놀이터에 랩 하는 모임이 있어요. 중학생 때는 경기도에서 홍대에 가는 게 굉장히 큰일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인터넷 모임 같은 것이 활성화되지도 않았을 때 한 시간 넘게 걸려서 가서 한 달에 한 번 랩 하는 모임이 있어요. 거기서 누구나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데 저도 하고 싶은데 쭈뼛쭈뼛하다가 소심하게 안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후회한 적이 많았거든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저렇게까지 길게 말하는 것은 말을 들어달라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님의 GV가 열리면 그 순간에는 어쨌든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동안은 봉준호 감독님도 그 말을 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뭔가 그런 게 아닐까…….

 

Q. 소설 속에 진짜 빌런은 조병훈 교수 같아요. “구린 영화를 찍으면 구린 사람이 되는 거야.” 라는 말을 제자들한테 스스럼없이 하는 인물이죠.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자꾸만 불행한 기분이 들고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감정을 주는 캐릭터인데 그런 감정은 창작자가 아니어도 사회에서도 겪게 되는 일 같아요. 작가님도 그런 시기가 있으셨나요?

A. 네. 그렇죠. 실제로 제가 나왔던 학교에서 그런 거로 악명이 높은 분이 모델이 됐어요. 명목상 스파르타식의 혹독한 교육이긴 하지만. 성향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나마 잘하는 면을 칭찬해주면 잘하는 사람이 있고 아니면 좀 혹독하게 자기를 몰아붙여서 발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나 세상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자기가 내재화해서 자기 스스로가 자기 작품에 대해서 못난 걸 만들었다고 하는 마음이 제일 괴로운 것 같아요.

  1)  영화 상영 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영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의응답도 주고받는 무대
  2)  창작물에서 악당이나 악역을 뜻하는 영어 단어

 


 


 


2부 <문소 음감회> / 강백수 시인, 황종권 시인



 

   

Q. DJ 최진영 : 강백수 시인님께서 황종권 시인님의 시집 『당신의 등은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천년의시작, 2018)에 수록된 「고양이면 다 된 거지」를 고르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강백수 시인 : 지난주에 잠깐 말씀드렸지만 저도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요. 정도전 선생님의 호에서 따온 삼봉이가 있는데. 육아라는 것은 어떤 존재를 보호하고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안 해봤지만 제 상상은 그랬어요. 저한테 그런 경험이 있나 생각해보니 고양이와 저와의 관계가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육아에 대한 간접 체험기를 생각해보면서 이 작품을 골랐어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 이 작품이 어떻게 보면 약간 동시적인 성향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한테 들려줘도 굉장히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여러 가지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Q. 황종권 시인님께 「고양이면 다 된 거지」에 대한 설명을 더 들어보고 싶어요.

A. 황종권 시인 : 시집을 묶기 전에 이 시를 쓴 거거든요. 시집을 묶기 전 가장 최근에 쓴 작품일 겁니다. 제 시이지만 시들이 너무 배배꼬인 것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그 당시에는 그런 마음 상태였고 도저히 그 언어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세계였는데. 그러다 보니까 ‘나는 사실 이렇게까지 꼬인 존재가 아닌데’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외부에서 수업을 하는데 애들이 시를 그렇게 어렵게 써요. 시류(時流)라는 게 있어서 어렵게 써야지 만이 잘 쓰는 것처럼. 쉽게 쓰는 시를 한 번 써봐야겠다, 쉽게 쓰는 것이 오히려 아는 것에서 깊은 것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 조금 더 힘을 빼고 썼습니다.

 

Q. 지난주 1부에서는 노래의 도입부를 들었고요. 이번주에는 클라이맥스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사연과 노래가 합쳐져서 노래가 탄생하는 경험이 흔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A. 강백수 : 저는 하지 않고 살던 생각을 노래에 녹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내가 무언가를 지키는 존재, 무언가를 보듬어주는 존재, 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이 살았거든요. 저 살기 바빴는데. 무언가를 지키는 입장에서 노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황종권 시인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황종권 : 우문현답일 수도 있겠는데 보통 시 낭송하면 음악을 깔잖아요. 정말 언어순결 주의자 같은 경우에는 시가 음악인데 무슨 음악을 쓰느냐고 말하기도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시가 먼저냐 노래가 먼저냐가 아니라 둘이 동등한 선에서 서로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야 하나요? 시가 부족한 부분들은 노래가 채워주고 노래가 전달하지 못한 어떤 이미지들은 시가 전달하고. 올해 들은 것 중에 최고의 노래이지 않았나.

 

Q. 《문장의 소리》 신규코너에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강백수 : 일단은 좋아해 주시니까 너무 기쁘네요. 노래를 만든다는 게 사실 대중이라는 어떻게 보면 희미한 존재들을 향해서 손을 뻗는 행위였는데 오늘은 ‘누구를 위해서’, 황종권 시인과 가족들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봤잖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황종권 : 사실 아이랑 같이 있으면 사는 것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지금 밥 먹을 시간, 지금은 기저귀 갈 시간, 지금은 빨래할 시간, 이렇게 나름 체계적이거든요. 그 사는 것에 대해서만 항상 생각하는데 오늘 《문장의 소리》 음감회 하면서 아이가 주는 의미들, 아이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고 그 존재가 얼마큼 큰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 존재만으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문장의 소리 626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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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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