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29회 : 1부 박형준 시인 / 2부 이혜미 시인

문장의 소리 제629회 : 1부 박형준 시인 / 2부 이혜미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중국 시인 구청, 「한 세대」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박형준 시인


    박형준 시인은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를 비롯해서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 평론집을 내셨습니다. 현대시학 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최근에 시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을 내셨습니다.

Q. DJ 최진영 : 박형준 시인님 하면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르는데요. 이번 시집 수록작 중에 「쥐불놀이」는 마치 감정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음악이 되는 모습이 시로 표현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시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박형준 시인 : 좋게 얘기해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 쓰는 게 비교적 주제가 좀 단순하고, 몇 가지 테마에서 잘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특히 사회문제를 말하는 시들은 거의 써볼 엄두를 못 내요. 시에 맛이 들리고 그러던 고등학교 때는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 친구들보고 왜 우리는 이렇게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그때는 그런 시에 대해서 많이 써보긴 했습니다. 근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사람이 수동적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사람이 사는 것의 한계 같은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런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최소한 주변 사람들한테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긴 하는데 언제나 어떤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게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쥐불놀이는 대게 정월 대보름날에 깡통 돌리는 거거든요? 깡통 돌리면 불씨도 일어나고 달빛하고 어우러져서 밤에 그걸 돌리고 있으면 꽤나 멋있습니다. 그런 걸 돌릴 때마다 꿈 같은 것들 떠오르고 또 아이들하고 함께 놀 수 있죠. 마음이 같은 거죠.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들은 다른 사람이나 자연 안에 내재된 감정에 동화되거나 혹은 내 감정을 그런 대상에 이입할 수 있는 순간들에 대한, 좋게 얘기하면 찬가라고 할까요.

 

Q. 시인님 시에 자연이 많이 나오잖아요? 어린 시절과 자연을 떠올리면서 시를 쓰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아마 제가 그냥 고향에서 살았으면 면서기 같은 게 꿈이었을 것 같아요. 군청에 있으면 동네 사람들한테 볍씨라든지 그런 거 더 잘 줄 수 있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서 살았을 것 같은데.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마음속에 고향은 원형 그대로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죠.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잘 안되지만 내면적으로 보상받고 싶어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현실적으로는 좋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게 서울에서 최고 힘든 거잖아요. 근데 그런 게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내면적으로는 그에 상응하는 뭔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것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고향에서 살지도 않으면서 자연에 대한 시를 쓰는 것에 대한 한계나 미안함 같은 게 동시에 있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습니다.

 

Q. 이번 시집에 실린 시 「우리가 아직 물방울 속에서 살던 때」는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사실 뭐 그냥 쓰죠. 굳이 얘기를 하자면 저는 좀 저 자신을 타인처럼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 세상하고 좀 동떨어져서 바라보는 버릇이 있는데 시를 쓸 때는 그게 조금은 유용하게 맞아 떨어져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근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리움이라든지 이런 것도 거리를 두고 자꾸 되새김질해보면 이상하게 행복한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지금 읽어주신 그런 시에는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한 상실 같은 게 배어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가깝게는 육신의 죽음에서부터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 때의 감정 같은 게 그런 거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름대로 그런 걸 조금 아름답게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 같은 게 아닌가 싶어요. 이슬방울 속 불빛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그러나 소중했던 것들이 우리를 돌아보게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도 되고 받침대도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슬픔이라고 하는 것도 사람을 맥없이 주저앉게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데를 보고 때로는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님이 산책을 굉장히 많이 하실 것 같고, 산책의 순간에 시가 떠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평소에 산책 즐겨 하시나요?

A.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걸어 다닐 때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시가) 걸으면 그냥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요즘 산책로들이 너무 좋아서 새들도 많고 우리가 흔히 보기 어려운 새들도 많고 강물도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걸음 속에 생각이 돋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걸으면 어떤 때는 운이 좋으면 강물이 시를 써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Q. 주로 산책하시는 시간이 정해져 있나요?) 없습니다. 주로 한밤중. 주로 새벽 한 시에서 네 시 사이. 게을러서 걸을 때 왕창 하는 스타일입니다. 여섯 시간도 걷고 일곱 시간도 걷고. 그리고 저는 산보다 강이 좋아요. 제가 살던 정읍이라는 곳에 산이 많이 있었는데 거기는 산이 높지가 않았거든요. 근데 대게 고향을 떠나와서 본 산들은 다 높더라고요. 그 산들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평야가 보였거든요. 강가를 거닐면 멀리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 좋아요. 그런 걸 보면 편안합니다.

 

Q. 이번 신작 시집의 제목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을 시집 4부의 표제작이기도 한 「테두리」라는 작품의 “자신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모든 테두리는 슬프겠지”라는 표현에서 따온 이유가 있나요?

A. 시집을 묶을 때는 “서성임과 강물 사이”로 지어보려고 했는데요. 그게 제가 사실 이 시집에서 대부분을 그렇게 썼으니까. 근데 저한테는 구체적인데 약간 좀 잡히지 않는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편집자분께서 아주 꼼꼼하게 여러 좋은 제목들을 추천해주셨는데 그래도 이번 시집은 어머니나 가족에 관계된 것을 좀 빼고. 그다음에 시집제목에 제가 “~다”라고 끝나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도 좀 빼고 제목을 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그 구절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실은 뭐라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시집에는 어떤 한계에 대해서 생각한 흔적들이 있거든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스킨스쿠버 : 이혜미 시인


    이혜미 시인은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셨으며, 시집으로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가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시인님은 스킨스쿠버 자격증까지 따셨다고 하시는데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한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스킨스쿠버만의 매력에 어떤 게 있을까요?

A. 이혜미 시인 : 굉장히 몸이 편안하고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우주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거든요. 사실 우리는 굉장히 중력에 짓눌려서 살잖아요. 뛰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고 무게감을 가지고 사는데 물속에서 한번 호흡을 맞추고 나면 진짜 몸이 없어져요. 몸의 불편함이나 무거움 같은 것을 벗어던질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게 정말 너무 좋아요. 그리고 눈을 딱 감으면, 생각하는 나밖에 없고 육체가 없어져요. 그게 진짜 너무 매력 있어요.

 

 

Q. 이혜미 시인님께서 발표한 스킨스쿠버 사랑에 관한 산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관계가 깊어지는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액체의 교환이 있다. 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체다.” 스킨스쿠버가 이혜미 시인에게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서 관계의 형성과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타인과의 스킨스쿠버 활동을 통해 관계에 관한 사유가 깊어진 경험이 있나요?

A. “관계가 깊어지는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액체의 교환이 있다.” 요즘 코로나 시대에 잘 어울리지 않나요? 흔히 생각하는 사랑의 행위들, 키스를 한다든가 성교를 나눈다든가 그런 거에도 당연히 액체의 교환이 들어가지만 같이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아니면 눈물을 같이 흘린다든가 이런 액체의 교환들이 서로를 엄청 가까이 하는 것 같거든요. 그중에서도 스킨스쿠버를 같이 하면 정말 친해져요. 서로 목숨을 같이한 전우 같은 느낌도 들고 스킨스쿠버에는 ‘버디’라는 시스템이 있어요. 짝을 지어서 들어가서 한 사람이 조금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 도와주는 시스템인데요. 버디랑 계속 눈을 마주치면서 괜찮나 보고. 누구의 눈을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는 경험이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엄청 친해지고 되게 다 털털해지는 것 같아요. 서로 호흡기를 나눠쓰고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

 

 

Q. 이혜미 시인님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 묘사가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데뷔작인 「침몰하는 저녁」에서 느껴지는 디테일하면서도 환상적인 표현 방법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이런 기법과 소재들은 어떻게 영감을 받으시나요?

A. 저는 등단이 좀 일러요. 제가 딱 스무 살에 등단을 했거든요. 그래서 세이브된 원고도 없었고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마감을 쳐내 가면서 실시간으로 쓰고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난여름에 생각했던 것을 이번 가을호에 발표하는 식이기 때문에 그냥 진짜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경험들, 이미지들을 바로바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다이빙을 하고 나면 써지는 시도 있나요?

A. 굉장히 많죠. 시각적으로도 엄청 훌륭해요. 물속에 들어가면 모든 것들이 조금 더 빛나거든요? 열대어 같은 것은 꺼내놓으면 안 반짝이는데 물속에서 비늘이 되게 반짝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모든 것들이 조금씩 더 빛나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있죠. 되게 채도도 높고. 그리고 소리가 멀리 있는 것도 굉장히 잘 들리거든요. 물이 전달을 잘 해주니까. 아까 사람 얘기도 하셨는데 사람이 물에 들어가면 티백처럼 자기 성정이 흘러나와요. ‘저 사람은 지금 두렵구나’, ‘저 사람은 옆을 배려하는구나’, 이런 게 물 밖에서 보다 잘 느껴지고 ‘재는 좀 이기적이구나’, 이런 게 다 보인다고 해야 하나…

 

 


 


 


 

문장의 소리 629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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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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