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31회 : 1부 김경인 시인 / 2부 김재현, 정현우 시인

문장의 소리 제631회 : 1부 김경인 시인 / 2부 김재현, 정현우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영화 <넘버 3> 中 마동팔의 대사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김경인 시인


  

    김경인 시인은 200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한밤의 퀼트』,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가 있습니다. 8년 만에 신작 시집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를 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라는 시집 제목이 시에 대한 정의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흰 밤 구름」이라는 시의 구절을 따오신 거잖아요? 제목으로 어떻게 삼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김경인 시인 : 말씀 하신 것처럼 이게 시에 대한 정의인 것 같다고 하신 분들이 계셨어요. 그래서 제목을 되게 잘 지어주셨구나 생각했어요. 편집자님, 정확하게는 김민정 시인님이 지어주셨어요. 제가 이번 시집을 내면서 저 자신을 못 믿는 게 되게 많았어요. 시를 못 썼던 시간도 좀 많았고, 워낙 시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이게 시가 될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시집을 내게 된 게 일단 너무 고마웠어요. 두 번째로는 모든 것들을 편집자분들에게 부탁을 했어요. 제 감각을 제가 잘 못 믿기도 하고, 저보다는 훨씬 오래 책을 만지신 분들이잖아요. 전문가이시니까. 그래서 시집 낼 때 편집자들에게 많이 의지도 하고 또 좋은 에너지도 많이 받았어요. 시집 제목 뭐로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시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첫 번째 시집 제목도 제가 정한 게 망했고 두 번째 시집도 저는 정하지 못했고. 이때쯤 되니까 알게 되겠더라고요. 난 제목은 못 짓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제발 제목 하나만 지어주십시오, 부탁을 드렸는데 김민정 시인께서 되게 오랫동안 시를 읽다가 이 제목을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이 조합이 되게 낯선 거예요. 처음 들었을 때보다 곱씹어서 생각하고 그날 밤에 그 제목을 듣고 잠깐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해봤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계속 그게 머리에 남는 거예요. 정말 이걸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Q. 시집 수록작 「라푼첼의 방」을 보면 꿈과 환상이 서사적인 감정과 얽혀서 매력적인 장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매력적이라는 말은 늘 좋아요. 어떤 상황이든.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몽상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고 시를 쓸 때 첫 줄을 되게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첫 줄이 잘 나오면 시가 잘 나오는 편이에요. 저는 이미지가 말을 한다거나 풍경이 말을 한다, 이런 말이 안 되는 믿음이 있어요. 또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정서가 굉장히 불연속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내기 힘든 것들을 담고 싶어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감정이나 정서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이미지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되게 모호하면서도 말로 정의할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일단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놓으면 그게 알아서 말을 하면서 쭉 풀어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이건 좀 저만 좋아하지 대중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시풍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해요. 근데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분을 만나니까 기쁘네요.

 

Q. 저는 이번 시집에서 「벌레의 춤」이라는 시가 정말 좋았어요. 이 시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마감이 지났어요. 되게 오랜만에 온 시 청탁이었어요. 한 1년 정도 시를 못 쓰겠다, 할 때였어요. 너무 시 잘 쓰는 분도 많고 왠지 나는 이제 내 인생에 시는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 있던 차에 마감이 지난 거예요. 근데 써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펑크를 낼까 말까 되게 고민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너무 멀리 떠나온 거 아닌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까 내 인생의 초록이 딱 저물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흙 속에서는 날짜를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가만히 흙 속에서 굼틀굼틀하면서 다니지만 나는 초록은 이미 저물고 내려갈 길은 흙바닥밖에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근데 그게 되게 따듯하고 좋더라고요? 예전에는 나는 초록으로 나가야지,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쯤 되니까 나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에서 시를 쓰게 됐고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맨 처음에 초록에 대해서 쓰다 보니까 그다음에는 벌레의 마음으로 쓰게 됐어요. 사실 벌레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건 간에 솔직히 적어보자는 생각을 해서 시를 썼어요.

 

Q. 「흰 밤 구름」, 「시」, 외에 다른 시에서도 “이국어”, “이국인”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시인님에게 이런 단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제가 이국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줄 몰랐는데 제 시집을 편집해준 편집자께서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보니까 되게 많은 거예요. 생각을 해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 되게 잘하고 싶었는데 그때를 놓치다 보니까 제가 한국어도 잘 못 해요. 그런 게 되게 아쉬워서 제 마음에 소박하게 이국어 잘하고 싶다는 게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술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술을 마시면 꼭 와인을 마시고 싶어 했거든요? 술에 취하면 피에 포도주가 섞여 들어가서 약간 DNA가 이국인처럼 바뀔 것 같은 그런 망상이 드는 거예요. 근데 그 다음 날 일어나보면 너무 저는 저잖아요? 또 프랑스인 되기에 실패했구나,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기도 했는데 왜 그랬을까? 그 많은 나라 중에 왜 프랑스인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면 나랑 가장 먼 곳에 있잖아요. 전혀 내가 될 수 없는 어떤 지점들이어서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그런 풍경이었던 것 같아요. 김종삼 시인의 「북 치는 소년」을 보면 가난한 아이에게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가 나오잖아요? 아마도 그렇게 나와는 무관하고 멀리 있으니까 아름다운 환상적인 게 그런 이국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또,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외국인이었으면 하고 꿈꾸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제도, 규범, 젠더, 역할의 속박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다른 문법 체계 같은 데서 살아보고 싶은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국’은 완전한 비유죠.

 

Q. 김경인 시인님의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절망과 좌절을 엿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를 들자면 「숲」, 「비의 일요일」,의 구절들에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시인님에게 좌절과 절망은 어떤 것일까요?

A. 좌절과 절망이 나의 힘인 것 같아요. 그게 없었으면 시를 쓸 이유가 없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2부 <문소 음감회>/ 김재현 시인



 

    김재현 시인은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손톱 깎는 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SBS 드라마국 PD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Q. DJ 최진영 : 정현우 시인님께서 만들어주신 곡을 듣기 전에 김재현 시인님께서 제보하신 사연이 어떤 내용일지 먼저 알아보기 위해 사연 신청서를 들어보겠습니다.

A. 김재현 시인 : 안녕하세요? 드라마 PD로 살고 있는 김재현입니다.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런 인사가 더 익숙하겠지만,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시 쓰고 있는 김재현입니다. 2013년에 등단을 했지만 1년 남짓 발표를 한 이후 2014년도에 SBS에 입사를 했습니다. 드라마 PD의 삶이 가혹해서인지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를 거의 쓰지 않고 살았고요. 시를 잃고 살았던 몇 년간이었지만 시를 잊고 산적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도 많이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사표를 쓴 적도 있지만 결국 먹고 사는 일 때문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난장판인 세트 뒤편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쓸쓸한 마음을 끄적였습니다. 그것이 위안이 됐고 문득 시를 다시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는 스텝 버스 안에서, 혹은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봉고 안에서 짐짝처럼 실린 채 두 개의 엄지로 액정을 두드렸습니다. 화면 속에 있는 파문을 엮어서 난삽한 시들을 여러 편 썼습니다. 그 후 거짓말처럼 마음의 근육이 돌아왔습니다. 문소음감회에서 제 시를 노래로 불러주는 기쁜 일을 기대합니다. 제 시를 노래로 듣는다면 제가 누구인지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지 않을까요?

 

Q. 정현우 시인님께서 처음 이 사연을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A. 정현우 시인 : 제가 김재현 시인이 발표한 「주술」, 「클리셰」 같은 시들을 보면서, 노래로 만들면 제 감정선과 닿아서 폭발적으로 뭔가 새로운 게 나오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었거든요.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물처럼 술술, 금방금방 나왔던 노래와 작사가 마음에 듭니다. (Q. 정현우 시인님께서도 시인이자 뮤지션, 라디오 작가, 팟캐스트도 하시고 많은 일을 하시잖아요? 곡을 작업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도움 돼서 쭉쭉 나왔을까요?) 여러 가지 일 하는 게 어떨 때는 자아분열 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근데 다른 건 다 불을 꺼버리고 촛불 켜듯이 시인이면 시인, 진행자면 진행자, 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음악을 하는 사람, 그 속에만 들어가 있으면 집중이 되더라고요. 지금 저는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재현 시인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 곡 작업하는데 동질감을 되게 많이 느껴서 금방 작업을 했고 여태까지 제가 발표한 노래 중에서 가장 베스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아오리가 있던 여름〉의 1절을 들어보았습니다. 작곡과 작사를 하면서 특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A. 정현우 : 일단 멜로디 같은 경우에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스산하면서 가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피아노는 최대한 움직임이 없고 기타와 첼로가 들어간 듯 만듯 한 느낌을 주고 싶었고 가창력 있는 노래와는 멀게 여름과 가을 그 중간에서 햇빛을 거닐면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Q. 김재현 시인님은 노래를 처음 들어보셨는데 어떠셨나요?

A. 김재현 : 되게 좋네요. 제가 쓸 때는 사연들이 좀 있는 형태로 쓰였던 시라서 이렇게 청량한 느낌을 의도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곡을 들어보니까 이 음악이 너무 좋게 들리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읽었던 느낌에 다른 것들도 가져와 가사를 쓰신 거잖아요? 그 느낌 자체가 이 시를 보고 이어지는 어떤 창작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되게 노래가 예쁘네요.

 

 


 


 


 

문장의 소리 631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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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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