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32회 : 1부 정용준 소설가 / 2부 김재현, 정현우 시인

문장의 소리 제632회 : 1부 정용준 소설가 / 2부 김재현, 정현우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이여경, 「구름 공동체」, 독립문예지 베개 산문집 『지난 여름의 구름』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정용준 소설가


  

    정용준 소설가는 2009년 월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유령』, 동화 『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가 있습니다. 황순원문학상과 젊은작가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하셨으며 최근에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출간하셨습니다.

Q. DJ 최진영 : 『내가 말하고 있잖아』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A. 정용준 소설가 : 이 제목은 소설 속 인물의 마음을 생각해보다가 짓게 됐어요. 그냥 들으면 다급하게, 단호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저는 굉장히 초조한 말이고 약한 말처럼 들려요. 중간에 항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하게 저항하는 말처럼 이 말을 제가 자주 들어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서로서로 자기의 말을 하고 싶어서 혹은 말은 하는데 누군가 자꾸 끊어서 “내가 말하고 있잖아”라는 말을 어제도 한 열 번 정도 들은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좀 짠하기도 하고. 그래서 들어주면 또 별말도 없어요. 마음에 말은 가득한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답답해만 하는데 내가 말하고 있으니까 일단 들어는 달라고 하고, 들어주면 또 말을 못하고, 이런 상태 때문에 이걸 제목으로 짓고 싶었어요.

 

Q.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닫아버린 주인공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들,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님께서 꾸준히 다뤄 오신 ‘말’에 대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저는 이전의 작품들과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쓰시게 된 작품인가요?

A. 최진영 작가님은 소설 쓰기 전에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내가 이번에는 이런 걸 쓰겠어.’라는 마음보다는 그 당시에 계속 하고 있던 생각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거든요. 저에게 있어서 말하기의 문제, 또 말하기 이전에 마음속에 있는 언어의 문제는 특별히 제가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늘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말하는 게 어렵고 ‘그 말을 했어야 하는데’ 부터 다른 사람의 말하는 걸 자꾸 지켜본다거나. 특별히 소설가로서 주제로 갖고 있기보다도 일상인으로서 늘 갖고 있는 거라서 솔직한 마음으로 소설을 쓰다 보니까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그 마음을 갖고 있는 생각이 자꾸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같은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해석되잖아요? 심지어 엄청 안 좋았던 기억도 세월이 많이 흐르면 좋게 보인다거나. 그래서 저에게 이 주제와 이 마음이 항상 생각이 나는데 예를 들어, 「떠떠떠, 떠」 같은 경우는 이 소설과 거의 같은 주제에요. 거의 같은 화자이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때는 한 순간에 피해의식과 절망 속에 완전히 함몰되어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 한 순간에는 구원이 있다는 마음으로 썼다면. 그 소설에 희망 같은 건 없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고 지내다 보니까 세월이 많이 흐르고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도 잘 살고 또, 나 스스로도 많이 괜찮아졌고. 그래서 이제는 좀 다른 마음이 있던 것 같아요. 말을 좀 덜 더듬게도 되고 또 심지어 다르게 말할 수도 있고. 저는 실제로 소설로 써서 하나씩 하나씩 말을 했더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러면 좋아진 마음으로도 써야겠다, 그게 좀 더 솔직한 것 같아서 다르게 썼습니다.

 

Q. 소설 속에 언어 교정원이 등장해요. 이곳은 말더듬증 치료뿐만 아니라 자신감 향상, 성격개조, 인생 연구, 대화의 기술, 청소년 상담까지 다루는 아주 종합적인 장소입니다. 여기에도 작가님의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 있나요?

A. 네. 이 소설은 픽션이지만 사건을 제가 겪은 경험으로 썼어요. 그동안에는 주제의식이 있더라도 대부분 이야기부터 픽션화했는데 그냥 그러고 싶더라고요. 뭔가 에둘러서 말하는 게 아니라 내걸 가지고 좀 더 정직하게 쓰자, 해서 경험과 소재는 저의 것이에요. 물론 이 안에 들어와 있는 많은 부분이 거의 절반 이상은 픽션이지만 실제로 그 어린 나이에 언어교정원이라는 곳에 갔고 지금은 언어치료소라는 이름인데 그때는 이런 방식이 좀 더 구체화되지 않았을 때 원장님의 스스로 개발한 독특한 방법에 의지한 교습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이 많았고 제가 들어갈 때 저처럼 어린 학생은 없었어요. 그분들이 그런 마음 있잖아요. 이 아이는 다르게 살게 해주자. 이런 마음이 저에게는 굉장히 번거로웠고 귀찮았지만 세월이 지나니까 너무나 고맙고 다 보고 싶고 그래서 이 안에 나와 있는 탁구를 치러 갔다거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이모 캐릭터가 실제로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맛있는 돈가스도 사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그때의 경험이 말을 할 수 있게 해줬고 또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줬고. 그때는 몰랐는데 그 경험이 저에게는 지금 가장 중요한 원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Q.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1990년에서 2000년이에요. 그때를 상정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A. 이 소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풍경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필터가 제가 갖고 있는 1999년하고 2000년도의 변화에요. 쉽게 말하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우리에게 공포심과 기대감을 줬지만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는… 아직도 그날이 생각나요. 그 시시했던 순간. (Q. 새해 첫날?) 맞아요. 아홉 시 뉴스에 온갖 무시무시한 예상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시시하다는 느낌이 지금 저라는 사람에게도 있어요. 뭔가 굉장히 겁이 나는 일도 막상 겪고 오면 시시하고 엄청 기대했던 것도 막상 시시하고. 약간 밸런스가 중간으로 멈춰져 있는 그 느낌이 이 소년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약간 어른스러움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이 배경을 그렇게 잡았던 것 같아요.

 


 


 


2부 <문소 음감회>/ 김재현, 정현우 시인



 

    김재현 시인은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손톱 깎는 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SBS 드라마국 PD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Q. DJ 최진영 : 노래 창작에 모티브가 된 작품은 김재현 시인의 「숲지기」입니다. 정현우 시인께서 이 작품을 고르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정현우 시인 : 지난주 1부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는데 “아오리는 여름 배수진”이라는 말이 저한테 딱 와 닿았거든요. 푸른 아오리 숲과 붉은 우체통의 잔상이 계속 남았어요. 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냐면, 아오리 사과가 붉어지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니까 아들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노인이 아무 가치가 없는 붉은 우체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눈빛이 계속 아른거려서 그 눈빛을 매만져주고 싶다는 감정으로 접근했어요.

 

Q. 이 시의 탄탄한 서사와 흐름 때문에 김재현 시인님이 낭송하시는 내내 정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는데 이 작품에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사연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A. 김재현 시인 : 드라마 서너 작품을 같이 했던 촬영 감독님이 계세요. 얼마 전에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그분이랑 술을 먹는 날이었는데 그 날 영화 한 편을 보고 자주 가는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용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용서가 안 되면 어떻게 하죠?”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촬영 감독님이 가만히 술을 먹다가 자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아버지에 대한 얘기였어요. 연락을 끊고 십몇 년,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을 안 보고 살다가 부고를 받으셨대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이 자기밖에 없으니까 찾아와서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 유품도 정리해야 해서 원래 혼자 사셨던 집에 가봤대요. 사람 한 명 누우면 꽉 차는 고시원에서 살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그 작은 방에 가만히 누워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하시면서 용서가 안 되더라도 용서를 하려고 애를 쓰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집에 돌아가서 원래는 단편 영화의 소재로 이 얘기를 썼었거든요. 그 작업을 마치고 나서 다시 한 번 시로 바꾸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쳤었고 그게 이 시입니다.

 

Q. 2절에는 표현에 연애 감정선이 있네요? 이 후렴구의 매력에 대해서 창작자로서 어필을 해주세요.

A. 정현우 시인 : 마음이 깊다 해도 곁이 영원한 건 아니고 볼 수 없는 사람한테 내가 최대의 어떤 마음을 전달한다면 ‘날 안아준다면 같은 마음이 아니라도 괜찮다. 그냥 와서 나를 안아줘라.’ 그런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소년이 ‘아버지를 못 보더라도 아버지가 너무 밉고 증오가 되더라도 그냥 날 안아주면 괜찮을 텐데.’ 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Q. 새롭게 쓰신 가사를 들어보니까 어떠세요.

A. 김재현 시인 : 되게 좋네요. 앞선 얘기 조금만 더 연결해서 말씀을 드리면, 저도 아버지를 오랫동안 안 보고 지내고 있는데 이 시에서 숲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버지가 산불감시원 일을 하세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이런 작품을 한 번 써봤던 건데 그 뒤의 가사가 되게 와 닿네요.

 

Q. 시를 가사로 만들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작업하셨어요?

A. 정현우 시인 : 재현 시인이 시 형태로 주기도 했고 극의 형태로도 줬거든요. 그래서 재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감정선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문학을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지금 계속하고 있지만 원작을 그대로 가져와서 가사만 입히는 게 아니라 원작에서 느껴지는 메타포나 감정선을 최대한 제 목소리로 탈바꿈해서 지점이 부딪히면서 계속 합쳐지고 그런 느낌들을 담고 싶었어요.

 

Q. 김재현 시인님이 사연을 처음 제보하고 시를 주셨을 때 생각하셨던 것과 들어보신 음악이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김재현 시인 : 확실히 제가 시 쓸 때의 감정이랑은 다른 정현우 시인만의 색깔을 가지고 해석해서 멜로디나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되게 좋네요. 진짜 좋다는 말 말고는 떠오르지 않아요. 하나 아쉬운 건 있어요. 마지막 엔딩부에 매미 소리가 EDM같아가지고… (웃음)

 

 


 


 


 

문장의 소리 632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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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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