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33회 : 1부 배삼식 극작가 / 2부 임국영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33회 : 1부 배삼식 극작가 / 2부 임국영 소설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이문재 시인, 「오래된 기도」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배삼식 극작가


  

    배삼식 작가님은 1998년 <하얀 동그라미>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003년 극단 미추의 전속작가이자 대표작가로 활동하였으며 대산문학상과 동아연극상 희곡상, 김상열 연극상, 차범석 희곡상 올해의 작품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작품집으로는 『배삼식 희곡집』과 『1945』가 있습니다. 최근 신작 희곡집 『화전가』를 내셨습니다.

Q. DJ 최진영 : 화전놀이는 여인들이 봄놀이를 떠나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놀이에요. 『화전가』에서 화전놀이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데 화전놀이와 화전가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배삼식 극작가 : 이 작품은 국립극단에서 의뢰를 받아서 쓴 작품이에요. 올해가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이에요. 1950년 4월 29일에 본 극단이 만들어졌는데 1950년이면 전쟁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한순간을 그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래저래 구상하다가 결국은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가 다시 그려내고 싶었던 어떤 순간, 거기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죠. 이 책 첫머리에 제가 “김희 할머님을 기억하며”라고 해놨는데 그분은 제 아내의 외할머님이셨는데 2017년에 제 아내도 돌아갔고, 또 함께 몹시 가까웠던 외할머님도 2주일 사이로 사이좋게 하늘나라로 갔어요. (중략) 명절이나 이럴 때 할머님을 찾아뵀을 때 옷장에서 두루마리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썼던 가사를 꺼내서 보여주시던 생각도 나요. 그중에는 화전가도 있었어요. 제 아내도 배우였으니까 할머니한테 살아온 이야기, 그 시절 이야기를 그런 저녁이면 여쭤보고 둘이서 한참 이야기도 나누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거기서 ‘아 그래, 전쟁 한 두 달쯤 전에 불행을 예감하면서도 더더욱이 그렇기 때문에 어떤 아름다운 한순간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이 여인들의 이야기를 써야 되겠다.’ 생각하고 경북 안동 지역도 찾아가고 그쪽에 많이 남아있는 영남지역의 규방가사, 내방가사라고 얘기하는 자료들도 찾아봤어요. 희미하게 제가 직접 들었던 외할머님 말투, 제가 알아듣진 못했어도 듣던 순간에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 말들을 제가 전혀 모르지만 옛 어르신들 말투를 무대에다가 어떻게든 구현하려고 나름대로 자료도 찾고 애를 썼죠.

 

Q. 『화전가』는 아홉 명의 여인이 김 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한 집에서 모이면서 일어나는 수다 한마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인터뷰에서 “역경 속에서 삶을 지탱하는 건 여인들의 수다로 대표되는 소소한 기억들이다.”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조금 더 말씀을 들어보고 싶어요.

A. 아내가 한참 항암치료 받고 아프던 시절에 1, 2주 죽을 고생을 하다가 한 3주차 되면 조금 나아지는, 그때 친구들도 찾아오고 친구 집에 찾아가거나 그러면 저는 옆에서 좀 쉬었으면 했어요. 불안함에 새벽에 되도록 방향도 없고 목적도 없고 어느 한 가지 의미로 종착 되지도 않는 끝없는 이야기를 하는 걸 옆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게 무의미하다면 무의미하고 어떤 의미를 도출해낼 수 없고 목적도 없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이런 순간들이 오히려 의미로 가득 찬 말들보다도 사람들 삶을 지탱해주는 게 아닌가. 거꾸로 1950년을 생각하면 그 나름대로 각자의 중대한 의미들 때문에 때론 자기의 삶을 져버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짓밟기도 하고 그런 폭력의 틈바구니에서 사실은 반대로 얘기하면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여인들의 수다라는 것이 어쩌면 무해하고, 동시에 사실은 삶은 붙들고 지탱해주는 건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은 길고 긴 수다라고 할 수 있겠죠.

 

Q. 극작은 다른 문학 장르와는 달리 무대 위 공연을 염두에 두고 쓰는 작품이어서 대사도 대사지만 지문의 역할이 크잖아요? 선생님께서 지문을 쓰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지점이 있으실까 궁금합니다.

A. 일단 희곡이라는 텍스트는 무대상연을 전제로 하고 쓰는 사람부터가 그 무대를 제 눈앞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희곡이 좀 읽기가 까다롭죠. 아주 능동적으로 그 텍스트를 가지고 장면을 상상해보시면서 읽어야 되니까. 아름다운 말들을 쓰려고 쓰는 건 아니고요. 그 장면이 떠오를 수 있도록 써요. 그리고 때로는 대사도 대사지만 그 대사와 행동들이 목적이 아니라 그 대사와 행동이 멈췄을 때, 더 이상 어떤 말이나 행위도 가능하지 않은 순간에 생기는 정적이랄까. 그런 순간,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생기기를 원하면서 쓰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선 대사보다도 어떤 한 줄의 증언 속에 제가 말하려고 했던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담기는 경우도 있죠.

 

Q. 화전가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안동 사투리와 유머코드에요. 제가 경북 영주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말투가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선생님께서 안동사투리를 재현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김희 할머님이 저한테 주신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죠. 희미하게라도 제가 직접 들었던 그 말. 말씀 하신 것처럼 온유하면서도 격이 있고 물처럼 음악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그 말. 그것만 가지고 제가 쓸 수는 없어서 구술 자료들도 찾아보기도 하고 희미하게나마 제가 뜻도 모르고 들었던 그분 말씀을 떠올리면서 썼죠. 그쪽 말이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사투리가 적절하게 섞이면서 참 듣기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희 할머님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셨음에도 불구하고 말투가 아주 담담하셨어요. 저도 자신이 없었죠. 그래서 쓰고 영주 출신이신 연극계 어르신한테 보여드려서 검사를 받았어요. 좀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이게 요즘 말도 아니고 그 세대 분들이 쓰시던 말들을 어떻게 이렇게 썼느냐, 하셨어요. 좀 팔불출 같지만 영주 분한테 검사를 받고 안도했습니다.

 

Q. 극의 시간적 배경이 1950년 4월, 한국전쟁 발발 직전이에요. 전운을 뒤로하고 하룻밤 꿈처럼 화전놀이를 계획한다는 설정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A.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사실 전쟁 참상과 비참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고 때로는 우리가 고통의 포르노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게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전쟁의 장면들을 무대에 펼쳐놓는다고 한다면 일단 제가 고통스럽고, 꼭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사실은 그 고통들은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고. 그 고통이 다가오기 바로 직전에 저 조그만 즐거움들을 그리고 저 가볍고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 년에 하루 노는 그 놀이를 어떤 폭력이 일제 강점기 40년 동안 못하게 만들었으며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무참히 짓밟혔는가. 그러나 여전히 그 사람들은 그 순간들을 기억할 거고. 그 아름다운 순간은 또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가더라도 김희 할머님께서 옷장에서 꺼내서 펼쳐보고 읽던 화전가처럼 남아있을 거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코인 노래방 : 임국영 소설가



 

    임국영 소설가는 2017년 단편소설 「볼셰비키가 왔다」로 창비 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추리소설을 테마로 한 엽편 소설집 『시린 발』에도 참여하셨습니다.

Q. DJ 최진영 : 요즘은 코로나 19시대여서 코인 노래방에 갈 수가 없잖아요. 힘들지 않으세요?

A. 임국영 소설가 : 과장처럼 들릴 수 있는데 최근에 좀 악몽을 좀 꿨어요. 코인 노래방에 가는 꿈을 많이 꾸게 되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꾼다거나. 되게 바보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큰소리를 지른다는 게 스트레스를 풀기 좋잖아요. 제가 원래 시골 살았었거든요. 시골에는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큰소리를 질러도 주변에 민폐가 크게 안 가는데 도시에 살다 보니까 크게 소리를 내기가 힘들잖아요. 유일하게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노래방이었는데 최근에 코로나가 이렇게 심해지다 보니까…

 

Q. 데뷔작인 「볼셰비키가 왔다」에서 오빠의 장례식에 볼셰비키 밴드가 찾아오고 또 다른 단편소설 「헤드라이너」에도 록 페스티벌에 침입하는 우드스탁 소년 밴드가 나옵니다. 밴드 활동을 하신 적 있으세요?

A. 밴드 활동을 했을 것이다, 라는 추측들을 몇 분이 해주셨는데 사실 밴드 활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몇 번 정도는 도전을 했는데 다 실패로 돌아왔습니다. 연습을 좀 하다가 때려치우고 연습을 하다가 때려치우고. (Q. 밴드를 하신다면 보컬? 또는 기타?) 보컬도 기타도 실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어서.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보컬.

 

Q. 그냥 노래방과 다른 코인 노래방만의 매력이 있나요?

A. 노래방 같은 경우는 보통 혼자 잘 안가잖아요. 두세 명 정도 동료들과 같이 가는데 그때는 선곡부터 화음이나 안무까지 그들과의 화합이 중요하잖아요? 그런 시너지 효과로서 즐거운 게 있겠지만 보통 코인 노래방은 혼자 가잖아요. 혼자 있으면 남 보기 조금 부끄럽더라도 유치한 자기 감상에 빠질 수도 있고 선곡도 자유도가 있죠. 저는 코인 노래방을 어떤 곡은 연습해서 완성하러 간다는 개념으로 가는 편이라 거기서 혼자 녹음을 한다거나 녹음하고 다시 들으면서 이건 아니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좀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창비 신인 소설상 타셨을 때 당선 소감에 보면 “무시무시한 계획이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뒷모습 같은 파이팅 포즈를 한다거나.”라고 적혀 있어요. 노래방에서 화려한 퍼포먼스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노래보다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라는 질문에 제가 “no”라고 대답했는데 물론 함께 흥에 겹다 보면 율동이라든가 옛날 락발라드 부를 땐 우스꽝스러운 헤드뱅잉, 점프, 다리 찢기, 이런 퍼포먼스들은 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맨정신에는 잘 안 가니까. 다들 만취한 상태로 가니까 부끄러운 줄 모르고 퍼포먼스를 했던 것 같아요.

 

Q. 임국영 작가님은 음악에서 문학적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편인가요?

A. 일부러 음악과 문학을 취합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지 않고, 그런 작업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제가 소설을 쓸 때 저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들을 다루게 되더라고요. 취미, 취향 같은 것들이 나오는데 그런 힘이 없으면 제가 글을 잘 못 쓰겠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문장이 됐든, 설정이 됐든 소설 전반에 거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취미가 스포츠였거나 미술이었으면 소설에 그게 드러났겠죠? 마침 제 취향이고 취미가 음악이어서 소설에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문장의 소리 633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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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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