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37회 : 1부 에밀리 정민 윤 시인 / 2부 이영주 시인

문장의 소리 제637회 : 1부 에밀리 정민 윤 시인 / 2부 이영주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이윤설 시인,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에밀리 정민 윤 시인


  

    에밀리 정민 윤 시인은 미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 이민자이자 여성시인으로 대표작 「일상적 불운」으로 2017년 뜨락 정원 소책자 시문학상을 수상하셨으며, 최근 내신 작품집으로는 전 세계 여성의 아픔을 이야기한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이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이 한국에 번역돼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 책은 전 세계 여성,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이에 관련된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나요?

A. 에밀리 정민 윤 시인 : 저도 원래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해서 남다른 의식이나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제가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인으로서 평생을 살았으니까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계신 많은 분도 약간 무감각해진 경우도 있을 테고. 그냥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로 알고 지내다가 제가 뉴욕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를 할 때 시집을 만드는 게 파이널 프로젝트였어요. 그 당시에 주변 친구들과 우리의 역사, 문화, 유색인종이기 때문에 비주류처럼 보이는, 미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시로 어떻게 옮길 수 있고 시인으로서 우리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일까, 의무는 무엇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역사를 좀 더 깊이 공부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자꾸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시를 쓰다 보니까 그것들이 굉장히 많이 쌓이게 되었고 제 책의 주축을 이루게 됐습니다.

 

Q.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이 어땠나요?

A. 역시나 이 역사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책 리뷰 같은 것을 보면 그 역사에 포커스를 맞춰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고 또, 제 주변 친구들이나 낭독회 오신 분들은 전혀 모르는 역사였는데 시를 통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나 나마 듣게 되고 알게 되어서 고마웠다, 반갑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Q.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 시는 위에서 아래로 읽는 구조에요. 이렇게 배치를 하신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원래 존재하는 증언 텍스트들을 사용해서 시를 썼잖아요? 그래서 남의 이야기, 목소리를 시로 바꾸는 작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어떻게 이분들의 이야기를 훼손시키지 않고 더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전형적인 자유시 형태로는 그런 고민들이 나타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백을 많이 사용하게 됐고 띄엄띄엄 쓰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 배치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소리 내서 읽었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이 만들어지거든요. 그런 불편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이번 시집에는 「일상의 불운」이라는 동명 제목의 작품이 다수 수록돼있어요. 같은 제목의 여러 작품을 한 시집에 싣는다는 것이 새롭고, 이 제목의 시들에 실린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일상의 불운」에 얽힌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요.

A. 「일상의 불운」이라는 제목은 역사책에서 제가 본 문장에서 나온 거예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관한 책이었는데, 거기서 그 당시 가난한 여성들이 성착취에 끌려가는 것은 빈번한 일이었기 때문에 ‘일상적 불운이었다.’, 영어로는 ‘ordinary misfortune’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 담담한 표현과 비교되는 참혹한 현실이 머릿속에서 정말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목으로 정해놓고 시를 썼어요. 생각해보니까 일상적 불운이라는 것들이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많잖아요. 그래서 시들을 많이 쓰게 되었고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Q. 시인님 시를 읽다 보면 유색인종 정체성에 대한 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마치고 캐나다에 이민을 갔어요. 한국에서는 길거리에 나가면 수많은 얼굴들 중 하나인데 그때는 한국인, 아시아인이라는 것만으로 굉장히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고 사람들이 하는 질문들을 생각해보면 제가 마치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그리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대한 질문, 언어에 대한 질문도 제게 하면서 저는 그냥 유색인종이라는 것만으로 굉장히 다른 책임감을 느끼면서 컸던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옳지 않죠. 제가 정말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그렇게 지내고 어른이 돼서는 제가 크고 작은 편견들을 많이 겪으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를 쓰면서도 당연히 제가 한국인이니까 한국에 대한 시를 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저는 그냥 제가 이해하는 대로 쓰고 싶은데 어떤 문화적 교육적 가치가 있는 시를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성, 역사적 사실들, 이런 걸 풀어서 해석하듯이 시에 녹여내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 근데 사실 그게 시의 목적이 아니잖아요. 교과서가 아니고 심지어는 산문도 아닌데. 그러면서 밸런스를 많이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제가 그들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그 독자들에게 책임이 있잖아요. 글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맥락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거나 그 시인은 과연 왜 이런 사실을 이런 표현 이런 언어로 해야만 했을까, 이런 탐구를 독자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많이 편해진 것 같습니다.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좀비 영화 보기 : 이영주 시인



 

    이영주 시인은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부분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내신 작품집으로는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람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여름만 있는 계절에 내가 왔다』 등이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좀비 영화 보기라는 취미를 어떻게 가지게 되셨나요?

A. 이영주 시인 : 제가 원래 영화를 되게 많이 보는데 영화를 특별히 계보나 의미로 보지 않고 맥락 없이 봐요. 그래서 맥락 없이 본 영화들이 쌓여서 히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없는 거예요. 이걸 고민하다가 어느 날 좀비 영화를 한 편 봤는데 상당히 충격을 받고 ‘좀비 영화만큼은 파볼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영화가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후〉였어요. 그걸 보고 조금 놀랐어요. 이런 게 가능하고 그 영화가 생각보다 아름답고 음악이 끝내주고 이런 아포칼립스가 이렇게 표현이 되는구나. 그때는 아포칼립스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그러면서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원래 고어물(Gore)1)을 잘 못 보는데 그사이에 미국 드라마가 엄청난 것들이 많이 나왔어요. 단련을 시켜주더라고요.

 

Q. 좀비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각자 좀비의 의미가 다를 것 같아요. 이영주 시인에게 좀비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제가 좀비에 대한 생각들을 저 개인적으로 하는 거 말고 권위 있는 분께서는 뭐라고 하셨나 봤더니 김영민 교수2)가 최근의 칼럼에서 “좀비는 원칙 없는 정치인, 신자유주의 추종자, 문화적 공포와 억압 등 전염력 높은 정치적 문제들을 널리 상징해왔다.”3) 이렇게 말씀하셨더라고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 했고 처음에 좀비가 나왔을 때는 ‘약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가?’ 생각하기는 했었어요. 근데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는 떼로 몰려있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수라인에서 ‘좀비 떼들’이라고 비하하면서 쓰기도 했고. 의미가 자기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저는 여전히 소수자이거나 약자의 의미나 가치가 거세된 상태로 물질적인 소비도구로써 쓰이는 존재들을 표현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게 요즘 들어서는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4)라고 하는 드라마가 있는데, 이건 여성에 관한 이야기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점점 좀비라는 의미가 다양해지고 제가 처음에 느꼈던 단순한 무리에 대한 감각에서 약간 상징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좀비 영화를 통해서 영감도 받으시는 편인가요?

A. 좀비라는 단어를 시에서 써도 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 편에서 썼어요. 「문장 연습」이라는 시에 한 번 들어가요. 좀비인데 인간적인 좀비를 꿈꾸는. 좀비는 인간성이 거세된 상태니까 그런 식으로 조금 들어갔는데 그 시 같은 경우는 제 10대 때 친구들 얘기를 가지고 쓴 거예요. 그때 당시에 놀이가 지금 같은 게임보다는 우리끼리 뭔가 하고 놀던 시기였고 운동장에 모여서 이것저것하고 뭘 사 먹고 그랬는데 그렇게 놀 때 여자 친구들도 과격하게 노는 친구들은 물어뜯기도 하고 헤드락도 하면서 지냈었어요. 그 친구들이 생각보다 되게 사이가 친해지니까 상처가 많더라고요. 문제는 각각의 상처를 보다 보니까 서로에게 되게 민망하기도 하고 약간 공격적인 태도도 많고. 그래서 서로 물어뜯는 상황으로 가는 경우도 꽤 많아서 그걸 가지고 그 시를 썼던 것 같아요.

 

Q. 이영주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서 이영주 시인님의 문장과 함께라면 상처도 아름답게 아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상처와 아픔이 시인님의 작품 속에서는 그저 고통과 상처에서 그치는 것만이 아닌 듯이 느껴졌습니다. 시인님에게 상처와 고통이 어떤 의미인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A. 예를 들어 시인이라고 하면 일종의 과한 감수성을 보여줄 때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시인으로서는 특별성인 것 같아요. 타자가 있고 나 아닌 세계가 있을 때 그 타자나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추측에 의해서 그런 것들을 공유한다기 보다는 그 대상이나 세계 안에 좀 들어가는 종류의 특별성이 아닐까. 그러다보면 나의 상처인 듯하지만 타자의 상처일 수도 있고. 그 다음에 나와 타자가 서로 상처 때문에 공감하고 약간 이런 과정을 매번 겪게 되는 것이 시인인 것 같아요. 저도 시를 쓸 때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언어가 되게 여러 가지 옷을 입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런 것들을 예민하게 불러들이는 것이 어떤 시인이든 조금씩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01)  혈액 등으로 대표되는 잔인성과 그에 따른 공포감 및 혐오감, 그리고 반사회성 등이 강조된 특정 계열의 총칭이다.
   02)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교수. 1997년 월간《신동아》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에 영화 〈안토니어스 라인〉에 대한 평론으로 등단
   03)  “[김영민 연재]‘킹덤’의 좀비는 손을 씻지 않는다”, 《한국일보》 , 2020.04.1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4011819738979(접속일:2020.10.28.).
   04)  2017년 2월 3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하루아침에 언데드가 되어버린 쉴라 해먼드(드류 배리모어)와 그런 아내를 책임지고 지키려는 조엘 해먼드(티모시 올리펀트)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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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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