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40회 : 1부 김이설 소설가 / 2부 허희 평론가, 시인의 정원

문장의 소리 제640회 : 1부 김이설 소설가 / 2부 허희 평론가, 시인의 정원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문정희, 「응」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김이설 소설가


 

 

    김이설 소설가는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열세 살」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오늘처럼 고요히』, 경장편 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가 있습니다. 황순원신진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셨고 최근에는 경장편 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연작소설집 『잃어버린 이름에게』를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어떻게 구상하고 쓰게 되셨나요?

A. 김이설 소설가 : 저는 소설 쓰는 사람이 되기 전 습작생 시절부터 시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독자였어요. 시를 좋아하지만 시를 몰라서 시를 좋아할 수 있는 독자였어요.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시와 관련된 인물을 꼭 써보고 싶었어요. 아니면 시 자체만이라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 하나랑,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한 10년간 써오고 나서 한 2, 3년간 번아웃을 굉장히 심하게 겪었는데 그 시절에 다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소설은 고사하고 긴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고 나중에는 문자 보내는 것조차 못할 정도로 심하게 번아웃이었어요. 그때 굉장히 많이 갈등을 겪었어요. ‘이렇게 끝나는 건가?’와 ‘그래도 다시 돌아가야 되지 않을까?’라는 갈등 중에 그래도 제 안에는 여전히 소설가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인지, 그래도 언어를 잃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해서 시를 읽었어요. 시를 읽는 것을 어떻게든 놓지 않았어요. 제 안에 언어창고가 있다면 시를 읽고 필사하는 과정들을 겪으며 바닥난 언어창고의 언어를 시의 언어로 채우기 시작하면서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갓 등단했을 때 아이가 어렸거든요? 갓난아기였는데 그 아기를 키우면서 소설을 써야 했던 과정이 있었어요. 그 지난한 과정을 겪은 것이 저 혼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 얘기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 세 가지 것이 뭉쳐져서 나오게 된 이야기에요.

 

Q. 이 소설의 주인공이 돌봄 노동을 맡게 되는 과정이 가족들이 강요한 건 아니지만 100% 본인의 선택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최근의 문학의 키워드 중 하나가 ‘k-장녀’라고 해요. k-장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 ‘k-장녀’를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지옥의 가부장제를 견디며 살아온 여성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하데요? 특징이 쓸데없는 책임감, 심각한 겸손함, 습관화된 양보라고 하는데 소설 속의 인물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의 기대는 총명한 동생한테 있었지만, 언니라는 자리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을 거고, 시키지 않아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 같고요. 그런 인물들이 제가 따로 만들지 않아도 ‘k-장녀’라는 설정하나 만으로 캐릭터를 설명하기 쉬운 요소여서 설정하게 됐어요. ‘k-장녀’를 필요로 하는 다른 가족들이 있잖아요? 그 가족들의 이기심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가족의 이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 ‘k-장녀’도 다시 또 그 이기심을 닮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거든요. 그런 모습으로 ‘k-장녀’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Q. 소설 속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것은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으로 인한 수고도 수고지만 가족들이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 부분이었어요.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됐어요.

A. 가사노동, 돌봄 노동이라는 게 되게 애매한 지점이 있어요. 제가 다른 소설에서 썼던 표현인데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남편은 회사에서 일해서 돈을 벌어오고 그러면 주부인 나는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마치 공평한 가족의 역할분담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네가 할 일인데 왜 힘들다고 할 것이냐.”라는 지적을 받기 쉬운 부분이 있죠. 혹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는데 힘들다고 하면 “너의 아이인데 그게 힘들면 어떻게 하느냐.”라고도 하거든요. 이 가사노동이 해도 표 안 나고 안 하면 표나는 일이고 지속성을 계속 가지고 있고 전문성이 필요 없다는 데에서 그 가치가 자꾸 폄하되고 우리가 살피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거죠. 근데 하는 사람은 굉장히 지치는 일이거든요. 반복되는 끝나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어서. (중략) 기본적인 삶의 배경을 만드는 일인데 그 의미를 자꾸 우리가 잊고 있고 또 그래서 더 인정받아야 일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Q. 이 소설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주인공을 따듯하게 보듬어주는 애인이 나와요. 저는 작가님한테 여자 애인으로 설정하셨다는 얘기를 듣기 전에는 남자애인 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인물들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A. 소설 속의 아버지는 기존의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과는 달라요. 보통 그 역할을 이 소설에서는 엄마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가족 내에서 한 명이라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로 아버지를 설정했고 그 아버지가 “너는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라. 인생은 길다.” 이런 말씀을 해줬어요. 그런데 어떤 독자분이 리뷰를 써주시면서 굉장히 재밌는 부분을 지적을 해주셨어요. (중략)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 가사노동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에게 “주저앉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유리 천장을 겪지 않아도 되었던 남자가 유리 천장을 부숴버리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아, 사실 내가 그린 아버지도 다를 바 없는 인물이었구나, 라는 것을 저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할까요. 연인의 경우에는 소설 속에서 제가 ‘그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애인이라는 말을 안 쓰고 옆의 사람, 그 사람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독자분들께서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을 하시면서 읽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더더군다나 여자로 설정을 해서 글을 만들었고 썼어요.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소설 읽어준 후배가 “어쩐지 그래야 말이 되더라.”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판타지 같았던 느낌이 이해가 되더라고 하더라고요. 그 지점이 시사하는 바를 알 것 같더라고요.

 

Q. 주인공이 집을 떠나 혼자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주인공이 크게 싸우게 되는데, 그 장면 쓰실 때 어떠셨어요?

A. 올 것이 왔구나, 겪어야 할 일을 겪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장면 쓸 때는 주인공이 절대 엄마한테 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어요. 또, 궁지에 물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는 마음 있잖아요? 그런데 그 순간을 겪지 않으면 주인공이 그대로 머물게 되니까, 어쨌든 변화를 맞아야 하니까 괴로워도 힘들어도 어려워도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의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잘 버텨내 보자, 지지 말자, 라는 응원을 하면서 썼던 부분이에요.

 


 


 


2부 <문소 음감회>/ 허희 평론가, 시인의 정원


 

 

   

Q. DJ 최진영 : 허희 평론가님의 사연으로 만든 노래를 듣기 전에 노래 창작의 모티브가 된 에세이를 허희 평론가님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고 싶어요.

A. 허희 평론가 : 사랑했던 자리가 마냥 폐허로 남은 것은 아니다. 끝난 연애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었으므로 거기에서 배우는 게 하나씩은 있다. 길고양이에게 밥과 물 챙겨주기, 크든 작든 금전 거래는 하지 말기, 맛집과 이름난 카페는 많이 알아두기 등이다. 이런 습관 혹은 지침을 나는 각기 다른 사람과의 연애를 통해 습득했다. 이왕이면 시행착오를 적게 하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나는 실수를 저지른 다음에야 겨우 교정의 필요성의 깨닫는 우둔한 자. 어쩔 수가 없다. (중략) A와 헤어진 후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더는 A의 맛집 탐방에 동참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맛집 리스트를 공유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덕분에 이제 스스로 열심히 검색하게 됐다. 인스타와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정보를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나만의 맛집, 카페 리스트를 업데이트 중이다. 이렇게 나도 좋은 어른이 돼가는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좋은 어른이었던 A의 공이다.

 

Q. 이 에세이의 어떤 지점이 시인의 정원의 마음에 쏙 들어서 신곡이 나왔나요?

A. 방수진 시인 : 사실 제가 허희 평론가와 동갑내기 친구이면서 딱히 대놓고 응원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 항상 응원하는 사이여서 제가 블로그 염탐을 많이 해요. 대신 대놓고 댓글을 남기거나 하트표 누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항상 보고 있어요. 사실 평론을 쓰지만 이렇게 일기 같으면서도 에세이 같으면서도 하는 글을 꽤나 올리거든요. 저는 그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옛날부터 항상 그걸 주시해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의뢰를 받고 곡을 준비하면서 이 에세이가 딱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나 이거 가지고 곡을 써도 될까?” 했을 때 허희 평론가가 흔쾌히 좋다고 해서 곡 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Q. 허희 평론가님의 사연과 작품이 문학 어쿠스틱 밴드 시인의 정원의 음악 세계와 만나서 어떤 노래가 탄생했을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방수진 시인님은 산문에 가까운 에세이를 가사로 바꾸시면서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A. 방수진 : 사실 제가 제 시를 가지고 곡을 쓰면 사실 좀 쉬워요. 왜냐면 제가 옆에서 잔잔 님한테 끊임없이 설명을 해주거든요. 이 시는 어떻게 생각을 했고, 이건 이런 뜻이고, 이건 이런 장면이다. 그러면 훨씬 만들기 쉬운데 에세이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으니까 제가 생각했던 부분이 계절감을 넣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나왔던 가사에서 헤어진 연인의 상태에서 지금 내가 겨울에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데 과연 봄이 됐을 때 내가 이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지, 내가 여름을 겪고 있는데 가을이 돼도 이걸 계속 겪고 있을 것인지, 그런 걸 좀 망설이는 화자의 모습을 제가 상상하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허희 평론가가 이렇게 좋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네가 떠났지만 네가 떠난 교훈을 얻고 좋은 어른이 될 거야.’ 이런 되게 말도 안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노리면서 했는데 실제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에 그 상대가 들었다면 과연 자신은 자기가 좋은 어른이었다고 생각할까, 혹 아니라면 그 상대 역시도 허희 평론가로 인해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그러한 해석의 과정이 있었어요.

 

Q. 허희 평론가님은 이 노래를 듣고 어떠셨어요?

A. 제가 요즘에 나훈아 님의 “테스형!”에 빠져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바꾸겠습니다. 시인의 정원의 “어른처럼 epilogue”가 저의 완소곡이 되었고요. 사실 두 노래가 비슷한 점이 있어요. 하나는 ‘인생이 아직도 뭔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 형 답 좀 해줘.’ 이런 건데 시인의 정원은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를 자문하게 만드는 노래라는 점에서 저한테는 “테스형!”을 대치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문장의 소리 640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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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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