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41회 : 1부 임승유 시인 / 2부 양재훈 평론가

문장의 소리 제641회 : 1부 임승유 시인 / 2부 양재훈 평론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임승유 시인


 

 

    임승유 시인은 2011년 계간지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시 「계속 웃어라」 외 네 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품집으로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그 밖에 어떤 것』이 있으며 최근에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를 출간했습니다.

Q. DJ 최진영 :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라는 이번 시집의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시집에 수록된 「지역감정」이라는 시에서 한 구절을 따오신 거로 알고 있어요. 시집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A. 임승유 시인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처음에 이 시집을 엮으면서 염두에 뒀던 제목은 그게 아니었어요. “일어난 일”이 제가 생각했던 제목이었어요. 이번 시집 편집자 분께서 제 첫 시집도 만들어주셨는데 좀 신뢰가 가는 분이고 제 시집에 애정을 갖고 계시는 분이에요. 저는 “일어난 일”이라는 제목밖에 생각해낼 수가 없었는데 그게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흥미로운 제목은 아닐 수도 있겠다, 해서 제가 편집자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그래서 제목을 몇 개 뽑아주셨는데 다 좋더라고요. “저는 뭐든 좋습니다.” 했는데 문학과 지성서 편집자님들이 모여서 투표를 했대요. 이 제목이 가장 좋다고 해서 그걸로 정했다고 해주셨는데 그 제목을 들었는데 좋은 거예요. 그리고 원래 제가 처음 보냈던 원고 외에 5부에 최근에 썼던 열네 편이 편집 작업 과정에서 추가됐는데 그러면서 “일어난 일” 보다는 이 제목이 시집하고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Q. 해설의 김태선 평론가님의 말씀처럼 시인님의 시를 읽다 보면 섣부른 나의 판단이 대상을 파괴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까, 라는 조심스러움이 많이 느껴졌어요.

A. 저는 김태선 평론가님의 해설을 읽고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했어요. 제가 나름 방향성을 갖고 해왔던 작업을 너무나 정확하고 정교한 언어로 산문으로 풀어주시니까 굉장히 고맙고 약간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제가 첫 시집에 시들을 쓸 때는 시적 언어에 대한 감각이라든가 방향성에 대해서 확실한 걸 갖고 썼던 건 아니에요. 한 편 한 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끝까지 가볼까, 하다 보니까 이미지를 여기저기서 많이 끌어다 썼어요. 저는 시적인 장면이나 상황을 선명하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제 주변에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미지랄까 사물이랄까, 이런 거를 가져다 썼어요. 그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첫 시집이 나온 이후에 이미지들이 살아서 저한테 말을 걸거나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되게 구체적으로는 사람들이 그 시속에서 제가 이미지 단위로 끌어다 쓴 장면들이라든가 관계성 같은 것들을 제가 겪은 거로 생각들을 하신다든가 그런 걸 경험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첫 시집 이후에 시간들을 겪으면서 나와 타자, 나와 대상, 그 거리감, 관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도 그런 감각을 재구성하기 시작하신 시점이기도 하고. 저도 언어를 가지고 쓴다는 게, 언어는 일단 활자화가 되면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거예요. 이게 함부로 쓸 게 아니구나. 제가 어쨌든 이미지를 갖다 쓴다는 것은 언어를 통해서 그게 책상이 됐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됐든 말을 거는 거고 그것이 활자화되면 살아서 꿈틀거리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언어가 참 무서운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Q. 「문법」 같은 시를 읽다 보면 수식이나 비유 없이 단어 자체를 바라보게 하는 느낌이 있어요. 비유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단어 그 자체를 응시하면서 조심스럽게 쓰시기 위한 비법 같은 게 있나요?

A. 「문법」에서 “예쁘다고 말하면 뭐가 더 있을 것처럼 예뻤다.”라는 문장은 어떤 이미지를 쓴다거나 비유를 쓴다는 느낌이 아니에요. “눈을 뜨니 풀밭이 펼쳐졌다.” 이게 그냥 설명이 아니라 정말 풀밭이 펼쳐지고 펼쳐지고 풀밭이 실제로 실감처럼 펼쳐지는 그 위를 제가 감각하는 느낌을 따라가다가 진짜 거기 빨간 꽃 한 송이가 선명히 떠오르는 느낌? 그런데 우리가 멋있는 풍경을 보면 “멋있다” 하는데 “멋있다” 뒤에 아무것도 안 남는 그런 느낌. 예쁘다 그러는데 정말 되게 공허한 순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 꽃을 어떻게든 언어로 살려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일단 꽃을 보면 예쁘다 그러잖아요. 그냥 꽃은 예쁘지만 “예쁘다”라고 말하는 순간 뭔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 “예쁘다”라고 말한 이후에도 그 예쁨이나 꽃의 생생한 속성 같은 것들이 좀 보존되고 살아있고 그 언어 안에서만이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비유로는 안 되더라고요. “예쁘다고 말하면 뭐가 더 있을 것처럼 예뻤다.” 정도가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던 거죠.

 

Q. 「근무」라는 시에는 “아직 거기 남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여전히 내가 뭔가 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라는 시구가 나와요. “모른다”, “믿을 수 없다” 같은 불확정성을 담은 시어가 시편들에 종종 등장해요.

A. 시작을 해놓고 나서 그다음부터는 제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거죠. 뭔가 제가 의도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이미지를 끌어온다거나 장면을 끌어온다거나 실제 제가 선명하게 느끼는 장면이나 감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생생하게 만든다는 목적으로 도구적으로 끌어다 쓰는 이미지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이번 시집에서의 작업은 일단 시작을 해놓고 나면 그 언어가 방향을 따라가는 거예요. 그 따라간다는 게 언어가 문장의 형태를 갖게 되고 제 의식이나 감각이나 이런 것들이 그 언어화 과정에서 계속 길항작용을 하면서, 대신 내가 장악하지만 말아야겠다, 그러다 보니까 제 시어들이 굉장히 평이하고 일상적인 말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는 어떤 순간에 가닿게 되는 거예요. 진짜 나를 만나는, 내가 정말 되고 싶은 나를 만나는 어떤 경험 같은 것? 그리고 「근무」라는 시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제가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너무 뛰어다니고 떠드는 거예요. 그 아이들을 어쨌든 담임이 통제를 하는 것도 제 역할이긴 하지만 통제라는 것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이 시가 세월호 사건 이후에 교사로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던 시기에 어렵게 쓰여졌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 통제한다는 것, 온전하게 아이들을 살려낸다는 것, 이런 것들이 정답이 없지만 한번 그래도 내가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근무」라는 시를 썼어요. 이것도 약간 제가 정해놓은 말을 한다기보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따라갔던 시에요. 결론은 내가 정답을 알고 있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내가 그걸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이게 옳은 거야’라고 한다고 해서 그게 옳은 것도 아니고. 결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서는 제가 정말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겠는 상황까지 가게 되더라고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기타 연주 : 양재훈 평론가


 

 

   

Q. DJ 최진영 : 문학주간 2020 – 작가스테이지 〈나는, 비평가로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재밌게 봤는데, 등단 전에는 일필휘지로 썼는데 청탁을 받게 된 뒤에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너무 어려웠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요즘은 어떠세요?

A. 양재훈 평론가 : 조금 전에 답변한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지금도 한 문장 한 문장이 어렵습니다. 사실 그래서 제가 점점 더 게을러지는 것 같아요.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쓰는 이 말이 정확한 건지, 어딘가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또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이 문장을 통해서 정확하게 전달될지, 이게 늘 걱정이 됩니다. 또, 아무래도 공중에 내놓는 글이다 보니까 오해의 여지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너무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글에 흐름상 짧은 호흡에 담고 싶은데 그 안에 복잡한 생각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해야 될 때가 간혹 있는데 이때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한 호흡 안에 담으려다 보니까 한 문장으로 써야 되는데 그러자면 너무 많은 부분이 생략돼서 의미가 전달이 잘 안 될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그렇다고 복잡한 생각들을 다 담으려고 하다 보니까 문장이 너무 길어져서 호흡을 방해할 때가 많고요. 또, 정확하게 쓰려다 보니까 부사나 조동사 같은 걸 너무 신중하게 고르고, 그러다 보면 일상적으로 잘 접하지 않는 문형을 쓰게 되는데 그러면 또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뺏겨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인데 굉장히 신경을 쓰다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한 문장 쓰는데 한 이틀 걸리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참 이 정확성과 함축성을 모두 감춘 문장을 쓰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곤 합니다.

 

Q. 통기타를 들고 오셨어요. 기타는 언제부터 잡으신 거예요?

A. 이 기타는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고요. 재작년에 주문해서 새로 제작된 기타에요. 제 이름도 써놓고 그랬습니다. (Q. 그러면 그 전에 쓰던 기타는 어느 정도 쓰셨어요?) 제가 처음 기타를 잡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보통 기타를 처음 만지는 사람들은 다 망가트리면서 배워요. 장력이 굉장히 세다 보니까 망가지기가 굉장히 쉬운 악기거든요. 현의 장력이 너무 세서 한 번 넘어트리면 목이 나가버리거든요. 제가 한두 개쯤 목을 부러트려 봤고. 또 몇 년 전에 괜찮은 기타를 맞추겠다, 해서 합판을 하나도 쓰지 않은 기타를 제작해서 만들어놨었는데 그리스 여행 갈 때 들고 갔다가 떨어트려서 망가졌어요. 제가 떨어트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떨어트린 거였고 다행히 그 사람이 여행자 보험이 가입돼있어서 보험금을 받았고요. 그걸 가지고 기타를 새로 맞췄습니다.

 

Q. 기타를 치게 된 계기가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A. 제가 음악이 좋아서라고 말하기에는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까 제 음정 감각이 되게 형편없었거든요. 근데 고등학교 때 쯤 내가 음악에 이 정도로 재능이 없구나, 이렇게 내가 음치구나, 라는 걸 그때 알게 됐었어요. 그전에는 만나던 사람들이 다 착해서 얘기를 하나도 안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너 노래를 너무 못한다, 음치다, 음정이 다 틀어진다, 이런 얘기를 듣고 해서 제가 깨달았습니다. 근데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정말 말도 안 되는 로망 같은 게 있었는데 언어하고 악기에 대한 거였어요. 많은 악기를 다루고 싶다,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게 있었어요. 하여튼 음악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때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굉장히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교인인데 그러다 보니 기타를 치는 사람들이 여러 주변에 있었어요. 기타를 접하기 굉장히 쉬웠습니다. 그래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Q. ‘기타 치는 교회 오빠’이신 거잖아요. 가장 먼저 누군가를 위해 연주를 해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그때의 추억을 말씀해주세요.

A. ‘가장 먼저 누군가를 위해서’라고 하면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으니까 하나님을 위해서라고… 교회에서 찬양인도 할 때 옆에서 반주했죠. 인도를 시키진 않아요. 제가 노래를 못하기 때문에. 옆에서 기타만 조용히 치고 그랬습니다. (Q. 아기나 아내나 가족들 위해서 연주를 하기도 하세요?) 처음에 아내를 소개를 받아서 만났고 맨 처음에 저희 집에 놀러 왔을 때 기타를 쳤었어요. 그때 그냥 기타가 벽에 걸려있으니까 “저거 뭐에요?”, “내가 좀 기타를 친다. 보여줄까?” 했어요. 제가 치는 곡들이 별 대단치 않은 것들인데 반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고 일단 듣기에는 좋아요. 그래서 호감도가 조금 올랐던 것 같아요. 아이한테도 제가 정말 정말 기타를 가르치고 싶고 같이 연주하고 싶고 그래서 조기교육을 하고 싶은데 아직 100일밖에 안 된 애라서 기타치고 있으면 안아달라고 짜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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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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