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44회 : 1부 천수호 시인 / 2부 권혜영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44회 : 1부 천수호 시인 / 2부 권혜영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박화요비, 〈사막을 나는 나비〉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천수호 시인


 

 

    천수호 시인님은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내신 작품집으로는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이 있습니다. 얼마 전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를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천수호 시인님은 낯선 시선과 언어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가졌다는 평을 듣고 계십니다.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역시 감정과 이미지의 매력적인 조합이었습니다.

A. 천수호 시인 : 제가 어릴 때부터 늘 혼자 놀았던 것 같아요. 제가 살던 곳이 도시 변두리였는데 혼자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꽃이며 풀이며 곤충이며, 이런 것들을 자세하게 관찰했던 것 같아요. 유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시각적인 것에 민감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제가 그것을 바라볼 때 그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멋대로 보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 속에서 다소 엉뚱한 시선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시집에서 그동안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시면서 시인님의 시적 역량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특히, 「그 자리」, 「회귀선」 같은 작품에서 그랬는데요, 시인님은 올해 등단하신 지 17년 차가 되시잖아요? 등단하셨을 때와 지금을 생각해보면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으세요?

A. 아무래도 등단했을 즈음에는 반짝하는 발상이 시가 촉발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등단작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라는 시도 옥편 뒤지다가 썼던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약간 그런 부분들은 지양하게 되고 의도적으로 발상의 이면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어떤 대상의 뒷모습을 보려고 하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초기에는 대상의 표면을 보면서 쓱 스치는 어떤 번쩍임 같은 데 관심을 가졌다면 요즘은 발효하는 시간을 더 두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 자리」 같은 시 구절을 보면 제가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고 나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마다 그 친구가 재탄생하는 것 같은, 재탄생하는 조짐 같은 것을 제가 읽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봄에 새싹이 나는 것도 그 친구의 생이 거기에 닿았다는 신호로 느꼈던 것 같아요. 「회귀선」 같은 경우엔 사랑에 관한 얘기가 나오잖아요. 사랑이라는 것은 영원할 수 없는 거고 하나의 사랑을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집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었어요. 크게 보면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삶도 하나의 삶이 넘어지고 사라지고 그러면서 그다음 세대에 이항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아서 그런 구절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Q.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라는 제목은 시집에 수록된 「거울아 거울아」의 한 구절이에요. 시집 제목을 정하게 된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A. 제가 제목 때문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판단이 잘 안 서서 편집인들의 말에 귀를 많이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그중에 한 분이 “시가 무엇이냐?” 해도 이 한 줄이 답이 될 수 있고, “한 사람의 생이 무엇이냐?” 해도 이 한 줄이 답이 될 수 있겠다는 말을 해줘서 이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거울아 거울아」라는 시 속에 나오는 구절인데요. 젖고 마른다는 게 나오잖아요? 수분의 이동이 있는 낱말인데 수분이라는 게 생명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잖아요. 이런 수분이 젖고 마름의 이동을 통해서 죽음의 이미지들을 조금 더 구체화했어요. 우리 모두가 사실은 각자 목표를 향해서, 그 목표에 닿으려고 일상을 춤추는 댄서잖아요. 각자가 자신의 춤을 추면서 수건을 젖게 하고 그 몸은 마르면서 차츰차츰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수건이라는 게 우리 일상과 굉장히 가까이 있는 거잖아요? 가까이 있는 수건을 통해서 우리 삶의 수고로움을 읽으면서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표현하고 보니까 너무 거창하네요.

 

Q. 이번 시집에는 창의 이미지가 많이 나옵니다. 시집해설을 써주신 고봉준 평론가님께서도 이렇게 써주셨어요. “천수호의 시에서 풍경들은 종종 창을 통해 도래한다. 무엇보다도 창은 시각적 대상, 풍경에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해설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여주세요.

A. 창에 대한 이미지는 제가 등단을 하고 나서 제일 먼저 여행간 데가 티베트였어요. 거기서 제가 창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었더라고요. 창만 찍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찍고 보니 창에 유독 집중을 했더라고요. 창이라는 게 프레임에 따라서 안과 밖의 풍경들이 굉장히 달라 보였어요. 일상적인 시선과 다른 관점들이 생기게 되고, 우리가 그냥 나무를 바라보더라도 창을 통해서 어떤 프레임에 갇힌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때부터 여행할 때마다 자꾸 창을 찍게 되고 창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이 창이라는 게 단절된 듯하면서도 연결된 세계고 마치 스크린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도 겹쳐 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또 우리가 밤이 돼서 어두워지면 창은 또 하나의 검은 거울이 돼서 제 스스로를 보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을 통해서 많이 보는 것 같고 그 창이 저만의 어떤 시선을 갖게 하는 프레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아이돌 ‘현재’ 덕질 : 권혜영 소설가



 

    권혜영 소설가는 2020년 제27회 실천문학 신인상에 「들개들의 트랙리스트」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권혜영 소설가님의 취미는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현재’라는 멤버 덕질이라고 해요. 빠져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권혜영 소설가 : 올해 초에 제가 아무도 덕질하지 않고 인생 노잼이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쯤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다가 심심하니까 TV 보면서 먹어야겠다 싶어서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누르고 바로 나온 프로그램을 봤어요. 화면에 되게 얼굴이 잘생긴 친구가 클로즈업되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친구일까 궁금증이 생겨서 개인 직캠 영상들을 찾아봤죠. 근데 이 친구가 저한테 얼굴로 큰 호감을 준 것도 모자라서 무대의 장인이기까지 한 거예요.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어서 지금 진심이 되어버렸어요.

 

Q. 당선 소감에 이렇게 쓰셨어요. “몇 년 전에 길을 걷다가 우연히 최애와 마주쳤다. (중략)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운이 더 남아있다면 앞으로 내가 써나갈 소설들이 그것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당선 소감에 이 이야기를 쓰신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그동안 매번 소설을 쓰고 어딘가에 투고할 때 들던 감정들이 길에서 최애를 발견하고서 직접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기 직전의 혼돈스러웠던 마음이랑 상당히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애에게 아는 척을 해도 될까? 모르는 척 보내주는 게 예의 아닐까?’ 그런 마음들, ‘아는 척 했는데 쌀쌀맞게 가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던 마음들이 소설을 낼 때마다 들던 생각이란 같은 재질이었던 거죠. ‘아 어떡하지? 이게 될까? 이번에도 까일까?’ 하고 갈팡질팡하는 확신 없는 마음의 상태랑 좀 비슷하다, 그거 말고도 내 소설이 됐다고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온 순간은 내 걱정과는 달리 최애가 아는 척을 했을 때 반갑게 맞아주던 그 순간이랑 되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권혜영 작가님의 등단작인 「들개들의 트랙리스트」는 유럽여행을 떠난 누나 부부 대신 반려견을 맡아주기로 한 주인공이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밴드 들개들의 멤버를 누나네 빈집으로 불러들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소설입니다. 등장하는 음악 트랙리스트들을 보면서 작가님의 음악적 조예가 상당하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장면이든 작가님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잘 버무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들개들의 트랙리스트」를 썼을 당시는 제가 밴드 음악을 덕질하고 있을 때였어요.

 

Q. 작가님에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걸까요? 좋아한다는 것이 내가 어떤 대상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수나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사랑이잖아요. 이런 일방적인 사랑의 좋은 점이 있을까요?

A. 제가 ‘현재’를 덕질하는 동안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힘닿는 만큼은 좋아하고 싶어요. 그런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내가 그 대상으로부터 특정한 뭔가를 원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나는 ‘현재’가 너무 좋으니까 내 존재를 반드시 알리고 싶다, 더보이즈가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사소한 갈망들도 있겠죠. 콘서트는 맨 앞좌석에서 보고 싶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싶다, 그런 바람이 제 덕질의 추동력이 되지는 않는 거죠. 물론 그냥 좋아하고 있다가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면 정말 기쁘기야 하겠지만요.

 

Q. 권혜영 작가님께서 미발표작 「사운드와 비전」이라는 단편의 일부를 읽어주셨습니다. 이 부분을 낭독해주신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사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고 창피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을 낭독해봤어요.

 

 


 


 

문장의 소리 644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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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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