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46회 : 1부 김현 시인 / 2부 이갑수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46회 : 1부 김현 시인 / 2부 이갑수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이성복 시인,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1)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김현 시인


 

 

    김현 시인은 2009년 계간지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 잡(Blow Job)」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김준성 문학상, 신동엽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작품집으로는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과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 시집 『호시절』을 출간했습니다.

Q. DJ 최진영 : “호시절”은 좋은 시절이라는 뜻이죠. 『호시절』이라는 시집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A. 김현 시인 : 시집 제목을 오래전에 지어놨었어요. 다음 시집을 묶게 되면 『호시절』이라고 해야 되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원래 수록작 중에 「좋은 시절」이라는 시가 있거든요. 그 시가 쓰여진 계기가 제가 점심을 먹고 제가 일하는 망원동에서 망리단길 산책을 하는데 망리단길에 ‘호시절’이라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카페가 낮이었는데도 문을 열지 않고 있었는데, 통유리로 되었고 내부에 원목 의자 같은 것들이 있었고 식물이 있었고 흰 커튼이 있었고 근데 빛이 쭉 들어오는 거예요. 그 카페의 풍경과 호시절이라는 이름을 본 순간에 「좋은 시절」이라는 시에 모티브가 될 만한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 시를 쓰게 됐는데, 보통은 ‘어떤 걸 써야겠다’ 하고 쓰고 나면 이후에 그게 떠나는 경우가 있고 계속 머무는 때가 있잖아요. 최진영 작가님 상 받으셨을 때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소설집 『이제야 언니에게』 얘기하시면서 제야가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다는 얘기해주셨는데, 저도 호시절이 그런 거였던 거예요.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어가지고 이 제목으로 하나의 책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어요. 근데 코로나가 겹쳐지면서 의도하지 않게 좀 시대 적합한 제목이 되어버렸어요.

 

Q. 『호시절』 1부에 들어가기 전에 보면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곡이 흐르고 있다.” 하고 몇몇 곡들을 열거해놓으셨어요. 적어두신 노래들을 BGM 삼아서 시를 읽으니까 정말 다르게 읽혔어요. 리스트에 실재하지 않는 곡도 있는 거죠?

A. 맞아요. 독자분들이 실재하는 곡인지 아닌지 검색도 해봤으면 좋겠고 이 음악을 찾아서 bgm 삼아서 들으면서 시집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은 시집 낼 때 안에 대중가요 가사를 더 많이 인용했었어요. 시들마다 여러 가지 대중가요의 노랫말들이 있었는데 막판에 책으로 묶으면서 저작권을 처리해야 되는 문제가 생겼어요. 다시 원고를 검토하면서 노랫말들을 조금 다시 쓰는 퇴고를 한 번 더 하게 된 건데 그런 걸 좀 빼게 되기도 했었어요. 그게 좀 아쉬워서 노랫말이 사라졌으니까 이 시집에 어떻게든 대중가요를 흐르게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몇 편을 빼서 적었고 정발산, 송연우 같은 이름이 있을 법도 하잖아요? 그렇게 없는 노래, 있을 법한 제목의 노래를 좀 넣었어요. (후략)

 

Q. 김현 시인님은 “삶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과 독보적인 감성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받고 계신데요, 이번 작품집 『호시절』에서도 이런 매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새라면」에서는 시인님의 깊고 묵직한 시선과 섬세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시를 어떻게 쓰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실제로 제가 갈대밭에 갔었어요. 그 갈대밭의 진흙길에 새 발자국이 찍혀있었어요. 무심히 보고 있는데 어떤 새가 어떻게 여기를 지나갔을까, 내가 지나가고 있는 길을 먼저 간 새는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마침 멀리에서 앉아있던 새들이 후루룩 날아가는 풍경을 보게 된 거예요. 그 새들일 수도 있고 그 새들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런 풍경들이 저한테 좀 다가왔어요. 길에 찍혀 있는 새 발자국과 지금 날아가고 있는 새 그리고 그 길에 있는 나에 대한 세 가지의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시를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이게 된 시입니다.
 

Q.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단어는 ‘사랑’인 것 같아요. 저는 『입술을 열면』을 읽었을 때는 사랑이라는 혁명이 느껴졌어요. 이번에는 사랑이라는 따뜻함, 다정함으로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인님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요.

A. 사랑의 형태, 종류, 색깔, 이런 것이 되게 다양할 텐데 사실은 말씀해 주신 것처럼 『입술을 열면』에서의 사랑이 약간 혁명적이라 느껴진 것은 그 시집에 들어갔던 시들을 사회 현장에서 연대하거나 만났던 사람들을 관통하고 경험하면서 저의 심정이나 감정 같은 것들이 시에 녹아들어 있어가지고 조금 더 뜨거운 에너지 같은 게 있어서 그렇게 보였을 것 같아요. 이번 시집에 들어간 시를 쓸 때는 그런 뜨거운 현장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생활이나 제 곁에 있는 사람에 관한 것들을 목격하고 쓴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온도로 따지면 조금 더 미온, 뜨겁지 않은 상태, 따뜻한 상태로 내려가 있어요. 제가 시 안에도 썼는데 “쓸쓸하게 따뜻하게”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시가 있는데 이 시집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 구절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사랑의 형태가 있지만 지금은 쓸쓸한 것 그리고 따뜻한 것이 공존하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지금의 저한테는 뜨겁게 타오르고 안 쓸쓸하고 이런 것보다 그런 쓸쓸하기도 따뜻하기도 한 게 사랑의 시간이구나, 이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Q. 함께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일상을 함께하는 사이에서 느껴지는 쓸쓸하고 다정한 느낌?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두 사람”이라는 단어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A. 그렇게 생활을 같이 하는 소수자들, 이를테면 ‘사랑’이라고 했을 때도 즉각적으로 떠올릴 때는 이성애자들의 사랑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소수자의 사랑, 게이나 레즈비언들의 사랑을 얘기할 때 대체로는 되게 혐오하는 쪽에서 음란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되게 많잖아요. 다 깨벗고 다닐 것만 같고 무조건 ‘몸으로만 말해요’ 같은 사랑을 할 것 같고, 그렇게 이야기 되는데 그게 아니고 그냥 여느 이성애자들이 하는 사랑의 모습, 생활의 모습이 소수자들한테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고 그걸 좀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남자가 나오든 두 여자가 나오든 그냥 밥 먹고 생활하고 티브이 보고, 이런 일상의 풍경들을 사랑의 풍경으로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검도 : 이갑수 소설가



 

    이갑수 소설가는 2011년 계간지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시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내신 소설집으로는 『편협의 완성』, 참여 작품집으로 『식스센스』가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검도를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

A. 이갑수 소설가 :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젊을 때부터 오랫동안 하셔서 처음에는 중학교 때 반강제로 따라가서 배우기도 하다가 저도 재밌기도 해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체벌 방식이 약간 대련이라서 잘못한 것 있으면 “한판 붙자” 하셔서 올라가서… 근데 서로 때릴 수 있었죠. (Q. 아버지와 대련을 하면 이기시나요?) 이제는 제가 15분 지나면 이길 수 있어요. 저의 아버지는 환갑이 훨씬 넘으시고 이제는 힘이 다 하셔서. 근데 15분까지는 제가 일방적으로 뚜드려 맞지만 이제는 이길 수 있습니다.

 

Q. 검도에서 하는 연습을 ‘수련’이라고 하잖아요? 수련이 단순히 신체를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태도와 품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그런 걸 떠나서 작가님께서 느끼시는 검도만의 매력을 말씀해주신다면?

A. 일단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좋은 것 같아요. 묵담 같은 것을 많이 하게 되는데 되게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라서. 근데 기본적으로 검술이라는 게 원래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이잖아요? 진검으로 하면 다치니까 안전하게 하려고 고려 검술에서부터 죽도를 만들어서 하는 거긴 하죠. 원래 사람이 스트레스도 있고 호승심 같은 것도 있는데 연습하면서 치고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기도 해요.

 

Q. 검도와 소설이 작가님에게는 어떤 관계인가요?

A.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어떤 놀이라고 생각하면 둘 다 똑같은 것 같은데, 일단 저는 제 이야기를 잘 안 쓰는 편이에요. 일부러 제 이야기를 쓰지는 않지만 제가 쓰니까 제 소설에 알게 모르게 제 이야기가 들어가게 되겠죠. 근데 제 삶과 관련된 것을 의도적으로 쓰지는 않는 편이라서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근데 소설도 어쨌든 육체노동에 가까운 거라서 운동을 좀 할 때는 소설이 좀 잘 써져요. 체력이 좀 있을 때는 오랫동안 앉아있을 수 있어요. 운동을 좀 쉬고 있으면 좀만 앉아있어도 피곤하죠. 그다음에 집중력의 문제인데 검도 같은 경우는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아요. 집중력이 높을 때는 아무래도 작품 쓸 때 오랫동안 쓸 수 있으니까 그런 건 좀 좋은데, 운동 쉬고 나태하게 지내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하루 한 시간만 써도 자야겠다든가 딴 생각을 하게 되죠. 아무래도 작가들이 허리나 어깨나 목 같은 데 안 좋은 데가 많은데 검도는 자세가 되게 중요해서 바른 자세를 할 수 있게끔 되면 아무래도 오랫동안 쓸 수 있게 되겠죠.

 

Q. 등단작 「편협의 완성」에 검도 이야기가 나와요. 등단작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꽤 오래전이라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그 당시에 싸이월드가 있던 시절에 사진을 올려놨는데 자기 신체를 눈, 코, 입, 이런 식으로 조각조각 난 사진을 올려놨어요. 그 사진을 보고 소설 제목을 “편협의 완성”이라고 떠올려 놨어요. 그다음에 찌르기만 반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왔어요. 한국 검도에서는 유단자들도 찌르기를 잘 못하게 해요. 목을 찌르는 거라서 보호구를 해도 다칠 위험이 있거든요. 실제 부상 위험도 많고요. 찌르기를 웬만하면 못 하게 하고 유단자가 아니면 사용을 못 하게 해요. 유소년 대회에서는 당연히 금지이고요. 이런 것들 때문에 무술의 본질이 있는데 찌르기를 못 하게 하는 게 말이 되나 등등을 생각하다가 찌르기만 반복하는 사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했어요.

 

   01)  이성복, 『남해 금산』( 2001,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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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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