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64회 : 1부 신미나 시인 / 2부 강백수, 구현우 시인

문장의 소리 제664회 : 1부 신미나 시인 / 2부 강백수, 구현우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두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도종환, 「꽃피우기」1)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신미나 시인


 

 

    ​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에세이 『詩누이』,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전3권) 등이 있다.

Q. DJ 최진영 : 2014년에 시집을 내시고 7년 만에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를 출간하셨어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신미나 시인 : 서울에 쭉 지내다가 토지문화관으로 내려왔어요. 거기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시면 새소리와 닭이 우는 소리 같은 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곳에서 시집 내고 온전히 제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시집 초반에 「파과(破瓜) 1」과 「파과 2」가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에 보면 두 시 모두에 언니가 등장해요. 그 시를 쓰신 계기나 시집의 ‘언니’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언니’라는 소재는 첫 시집에서도 다루었어요. 이 시에서 나온 ‘언니’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거든요. 재미있는 게 첫 시집에서 ‘정미’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정미’가 제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예요. 그리고 ‘언니’라는 존재는 저는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기억 속의 상실을 알려준 존재예요. 제가 태어났을 때 언니랑 제가 매우 닮아서 부모님도 놀랐다고 해요. 저에게 ‘언니’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보다는 “왜 어떤 기억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이어질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머니의 기억 속에만 있지만 제게도 그 기억이 내려왔잖아요. 아마도 엄마가 겪은 애도의 과정? 죽음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것들을…. 어머니나 아버지, 할머니…. 시간을 거쳐 간 화자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 것 같아요.

 

Q. 시집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포괄적인 대답인 것 같아요.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라는 제목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이 시구는 「복숭아가 있는 정물」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고, 시인의 말에도 언급이 되는 내용이에요. 이 구절을 시집 제목으로 하신 계기가 있나요?

A. 제목을 보니 우월하게 높은 위치에서 제 높이를 가지시라는 의미로 해석해주시는 분도 계신데요. 제가 생각한 높이는 수직으로서의 높이, 욕망으로서의 높이가 아니에요. 어머니가 요양 병원에 계시는데 어떠한 계기로 다리를 못 쓰게 되셨는데 재활을 거부하시고, 여생을 침대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과정인데, 제가 느꼈던 것은 어머니가 침상에 누워서 바라보는 높이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한 사람에게 ‘높이’라는 것이 엄마의 높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비가 많이 왔잖아요. 복숭아를 먹다가 안에 복숭아를 파먹다가 죽은 애벌레가 있는 거예요. 그 애벌레가 살기 위해 복숭아를 먹다가 또 죽으면서 알을 낳고…. 이 모습이 저도 어머니의 애벌레 같은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욕망보다 순환이다. 환원의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Q. 시집 전반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이 느껴져요. 지켜보는 사람에 대해 해주실 말씀이 있는가요?

A. 첫 번째 시집에서는 제 감정을 정확하게 보고 싶었어요. 좀 더 분명하게요. 두 번째 시집에서는 ‘나’라는 자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런 생각조차도 자의식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적어도 나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내 주변의 존재들을, 그 작은 존재들과 만남에서 그에 대한 편견 없이 인간 자체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두 번째 시집에서는 어떤 언어적 실험이나 갱신에 대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구체적인 삶을 실감을 하는 형태로 쓴 시거든요. 단 하나의 단어로 그 사람에 대해서, 무게에 대해서 정확히 그려내고 싶었어요.

 

Q. ‘싱고’라는 필명으로 시툰 활동도 하고 계신데, 첫 시집에도 「싱고」라는 시가 있잖아요. ‘싱고’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원래 ‘싱고’라는 말 자체가 사전에 없는 단어죠. 10년 넘게 기르던 개를 찾으려고 뜨거운 길을 걸었는데 마음속에는 이미 ‘잃었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때의 기분을 ‘싱고’로 만들어 본 거예요.

 

Q.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이 시집 안에 신과 인간의 근원적인 사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시인님의 고민이 많이 보여요.

A. 인간적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모순적이에요. 우리가 인간인데 인간적이라는 말이 즉, 타자화이잖아요. 누군가를 가볍게 질책할 때도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냐?”라고 말하기도 하고,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상에 있다고 착각하며 폭력을 행사하고요……. 저도 인간적이라는 뜻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동물과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언어를 쓰고 도구를 쓰고 사회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에요. 이 차이점에서 인간이 가진 서열에 대한 욕망과 투쟁들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 욕망 안에서도 도태되어서 안간힘을 쓰고…. 생각할 지점이 많은 단어예요.

 

Q. 저는 「마고」라는 시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1과 2로 실렸는데, 이 시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뜻은 한 평론가가 ‘거인성을 기반으로 산천 일부가 되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신화 속 존재이자 소유의식을 느꼈던 옛사람들의 절망감을 표현한 설화 속 존재’라고 풀어주셨는데요. 이 시를 어떻게 쓰셨나요?

A. 이 시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화자가 할머니거든요. 저는 이 존재를 초월적 존재나 우상화하기보다는 한 개인이 죽음이나 상실을 경험하는 과정을 기록한 건데요. 보통은 시에서 꿈 이야기를 할 때 도피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우에는 현실에서 여과되지 못한 것들이 꿈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꿈은 매트릭스처럼 현실을 재조립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혼재된 듯이 보여요. ‘할머니’가 죽음을 애도하고 견디고 애써서 사는 삶에 대해서 배우고자 했어요. ‘할머니’가 품어준 것들…. 여성들이 전쟁과 폭력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기르고 보듬고 가꾸는 것이 단순히 모성이라고만 칭해지는 것이 아니라 꺼져가는 삶을 다시 살려가는 힘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Q. 「론도」라는 시에서 또 론도가 예술적인 표현인가요?

A. 제가 국립현대미술관을 종종 가는데요. 한번 소장전을 갔을 때 김환기 작가의 〈론도〉라는 작품을 봤어요. 시청에서도 우연히 또 그 그림을 봤어요. 〈론도〉를 자주 마주치더라고요. 반복되는 형식의 이름 처럼요. 삶을 살면서 반복이 주된 일상이기도 하잖아요. 이게 론도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시가 탄생한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느끼는 삶의 실감, 삶을 구체적으로 실감하자는 노력을 쓸려고 했어요.

 

김환기, 〈론도〉(1938년 작, 등록문화재 535호)

 

Q. 마지막으로 청취자 분들께 인사 말씀 남겨주세요.

A. 처음 왔는데 분위기도 편하게 맞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집은 기도가 된 시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는 기도가 아니라 각자의 높이, 각자의 신발의 굽처럼 각자의 자리에 각자의 높이에 다다르기를 바라오. 누군가를 떠나는 상실을 경험하시는 분들과도 제 책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2부 <문소 음감회>/ 강백수 시인, 구현우 시인


 

   

Q. DJ 최진영 : 지난번 시간에 모셨던 구현우, 강백수 시인님 다시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어서오세요.

A. 강백수 시인, 구현우 시인 : 반갑습니다.

 

Q. 1부를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구현우 시인님의 사연을 말씀드릴게요. 구현우 시인께서는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자 프리랜서로 시를 쓰고 노래를 작업하고 계시지만 한때 꿈꾸었던 안정적인 삶에 대해서도 복잡한 심경이 있다고 하셨어요. 방향에 대한 의심은 없지만 선택한 길에 대해 무거움이 느껴진다고 하셨고, 이를 강백수 시인님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다고 하셨어요. 노래를 다 듣기 전에 노래 창작에 모티브가 된 「알콜홀릭」 시를 구현우 시인님의 목소리로 들어보고자 합니다.

A. 구현우 시인 : 「Alcoholic」2)
‘바텐더는 거리의 추문들을 흘려들으며 위스키에 얼음을 띄운다. 그것을 나는 단숨에 삼킨다 배신한 것은 그인데 그들은 왜 나를 경멸하는 걸까. 〈중략〉 위로받지 못해도 충분한 새벽 바텐더는 서서히 옐로로 변해가는 블루를 별 뜻 없이 바라본다. 외롭다고 느끼지 않으려 애쓰면 더 외로워진다. 〈하략〉’

 

Q. 이 시는 구현우 시인님의 『나의 9월은 너의 3월』에 수록된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 시를 쓰게 되신 배경을 듣고 싶어요.

A. 구현우 시인 : 너무 오래되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시를 읽으면서 새삼 떠오르네요. 당시에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SNS를 통해서 저 빼고 다 잘나간다고 느껴지듯이 그런 감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더욱 외롭다는 것을 느꼈을 때, 술자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느꼈어요. 뭐가 더 사람다운 형태일지를 생각하다가 밖에서 고양이가 우는데 아이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거예요. 거기에 여러 감정이 더해져서 쓰게 된 시였던 것 같아요.

 

Q. 구현우 시인님의 사연을 듣고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있나요?

A. 강백수 시인 : 저는 혼자 위스키를 마시는 것을 즐기는데 이게 명상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생각에 위스키 향이 조금 더해지고, 제가 느꼈던 그 명상의 시간을 구현우 시인께 선물하고 싶었어요.
 
구현우 시인 : 공감이 되는 게 위스키를 마시면 속이 조금 뜨거워지잖아요. 약간 현실에서 붕 떠 있는 느낌도 들고요.

 

Q. 오늘 2절도 듣게 되실 텐데 구현우 시인님은 어떤 느낌이실지 감이 오나요?

A. 구현우 시인 : 1절의 느낌을 전체적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어떤 느낌일지 감은 옵니다. 원래 제가 생각한 몇 가지 상황이 있었어요. 위스키와 기타가 함께 나올 줄 알았는데요. 강백수 시인님께서 밴드 음향을 더해서 오히려 더 현장감이 느껴졌던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음악 재생〉

 

Q. 마지막 내레이션에 대해 한마디 해주세요.

A. 강백수 시인 : 예상치 못한 내레이션으로 조금 다름을 주고 싶었어요. 노래를 다 만들고 남아있는 하고자 하는 말들을 담았습니다.

 

Q. 소감 말씀해 주세요.

A. 강백수 시인 : 친하게 지내는 술친구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위스키와 마실 안주 같은 노래를 주고 싶었는데요. 잘 된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위스키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구현우 시인 : 저는 반대로 위스키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01) 도종환, 『슬픔의 푸리』, 실천문학사, 2012
   02)   구현우, 「Alchoholic」, 『나의 9월은 너의 3월』, 문학동네, 2020,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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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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