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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온유, 〈유원〉 중에서

  • 작성일 2021-06-24
  • 조회수 768



백온유 유원중에서 : 사실 3학년 때도 수현이 다른 반이었으면 좋겠다. 복도의 끝과 끝에 위치해 있었으면 좋겠다. 수현과 함께 있으면 공부를 제대로 못할 것이다. 재밌는 일이 너무 많고 할 말이 많아서 수업시간에도 킥킥거리며 쪽지를 돌리다가 선생님의 눈총을 받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 백온유, 〈유원〉 (창비, 2020년) p.271~p.274 ]



백온유 〈유원〉을 배달하며


사람들은 유원을 ‘이불 아기’ 혹은 ‘생존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이불에 싸인 채 떨어지다가 한 아저씨가 구해줘서 기적처럼 살아났거든요. 그 후 유원은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아저씨가 자신을 구하다 몸을 다쳤고, 그로 인해 힘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죄책감과 미안함을 참기 힘들지만, 아저씨에게 실망하는 마음도 쌓이지요. 무거움에 짓눌려 있던 유원은 친구 수현을 만나 마음을 터놓으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의 무게도 짐작해보게 됩니다.

친구란 그런 사람인가 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함께 할 일을 상상하면 웃게 되고, 삶의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걸 묵묵히 지켜봐주는 사람이요. 그 우정에 힘입어 유원은 학교에 오면 잠만 자는 이상인에게도 처음으로 말을 겁니다. 그러고는 그 애가 서서히 ‘깰 준비’ 하는 것을 지켜봐주지요.

저 역시 여러분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봅니다. 사소하고 고운 마음의 기척과 다정한 위로가 담긴 문장들을 배달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천천히 '읽을 준비'를 해 주세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백온유

출전 :〈유원〉 (창비, 2020년) p.271-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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