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
-신대철
 
상처 깊숙이 노을을 받는 그대, 훌쩍 바람이나 쐬러 올라오시죠. 
때 없이 가물거나 가물가물 사람이 죽어가도 세상은 땅에서 자기들 눈높이까지, 
한걸음 윗세상은 빈터 천집니다. 
여기서는 누구나 무정부주의잡니다. 
여기서 미리 집 없이 사는 자가 되어보고, 
저 아래 이글거리는 땅 사람 그대를 둘러보고 
여름이 다 끝날 때 내려가시죠.
 
풀벌레가 울기 시작합니다. 
다시 길을 낼까요? 
초저녁 한적한 물가나 무덤가로 나오시면 
푸른 반딧불 하나 내려보내겠습니다.
 
작가: 신대철
출전: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문학과지성사, 2000) (http://moonji.com/book/5196/)

 

 

신대철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를 배달하며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싫어한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무서워합니다. 납량(納涼)이라는 말도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후터분한 여름날에도 이런 서늘함과 떨림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덥고 늘어지는 게 낫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서운 것들은 하나같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신(神)이나 영혼(靈魂)라는 것이 그렇고 믿음(信)이나 영원(永遠)도 그렇지요. 존재하는데 내가 못 보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혹은 너무 멀리 있어서 안 보이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뢰하는 인간의 습성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두운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까 등대를 믿어야 하고 상대의 마음이 보이지 않으니 대신 눈빛을 믿어야 하지요.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 굳게.
    간혹 환영이나 환청 같은 것들까지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시인 박준

 

작가 : 신대철

출전 :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문학과지성사, 2000) (http://moonji.com/book/5196/)

 

 

kakao

1
댓글남기기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Subscribe  
Notify of

시보다

배달의 이유가 더 어려운 건 왜 그런지
참,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