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영원히 빌리의 것」 중에서


 
강태식 「영원히 빌리의 것」 중에서
 
지구에서 4.5 광년 떨어진 곳에 뭐가 있다는 것도 그랬고 그것이 지구보다 11배나 큰 암석형 행성이라는 것도 그랬다.  
그런 것들은 너무 멀거나 너무 커서 진짜 같지 않았다.
진짜는 훨씬 시시하고 하찮고 별 볼 일 없는 것이어야 했고 빌리발렌타인이 아는 진짜는 전부 그랬다. 
무엇보다 표시된 다섯 곳에 사인만 하면 그 행성이 자기 소유가 된다는 것이 가장 장난 같았다. 
진짜는 한번도 그렇게 쉬운 적이 없었다. 
 
작가 : 강태식 출전: 『영원히 빌리의 것』(한겨례출판,2021) p.21-p.24

 

 

강태식 「영원히 빌리의 것」을 배달하며

 

    어렸을 때 이런 상상을 해보신 적 있을 겁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먼 친척이 세상을 떠나면서 막대한 유산을 남기는 상상이요. 만화나 동화에서 익숙하게 봐온 설정이지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망상에 가깝지만, 인생이 따분하게 여겨지거나 지금의 삶 너머를 꿈꿀 때면 흔히 빠져드는 몽상이기도 합니다.
    만약 유산으로 물려받는 게 행성이라면 어떨까요. 어두컴컴한 밤하늘 사진을 한참 들여다봐야만 겨우 존재를 드러내는 행성이 바로 내 것이라면요. 사실 그건 유산이 전혀 없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로 갈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고 현금으로 바꿔 빵을 사먹을 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나만의 행성을 찾는 기분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먼 우주 어딘가에는 내 것이 있고, 비록 잘 보이지는 않아도 그것이 틀림없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외롭다가도 먼 행성이 내뿜는 희미한 별빛을 떠올리면 조금 든든해질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소설은 우리를 현실에서 조금 떠오르게 합니다. 현실을 조금 다르게 보게 하고 살만한 기분으로 만들어 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머나먼 행성의 상속자인지도 모릅니다. 행성 소유권을 인정받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우리 중에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오늘은 기필코 밤 하늘에서 먼 행성의 빛을 찾아보세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강태식

출전 :『영원히 빌리의 것』(한겨례출판,2021) p.21-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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