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82회 : 1부 이근화 시인 / 2부 정현우 시인, 조창규 시인

문장의 소리 제682회 : 1부 이근화 시인 / 2부 정현우 시인, 조창규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지금 읽어요 :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책을 광고할 수 있습니다. 단, 시간은 3분.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엘렌 코트,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이근화 시인



    이근화 시인은 2004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동시집 『안녕, 외계인』, 『콧속의 작은 동물원』, 산문집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고독할 권리』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시집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를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최근 출간하신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는 5년 만에 펴내신 다섯 번째 시집이에요. 이번 시집을 펴내시면서 중점을 두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이근화 시인 : 제가 대체로 기획하고 계획하고 뭔가를 관철하는 삶과는 멀리 지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부족하고 어긋나면 그런대로 감수하는 편인데요. 좀 무책임하게 들릴 테지만, 그냥 나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쓰고, 보기 좋게 묶어서 출간하는 정도를 중점으로 둔 것 같습니다.

 

Q.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로 시집 제목을 정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신다면?

A. 시를 내기로 했을 때 이번에는 어떤 제목으로 하지 고민을 하다가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라는 제목이 떠오르더라고요. 왜 그랬던 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막연하게 미래는 알 수 없고, 불투명하고, 모호하고, 뜨거운 입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실제 시집 발간을 준비하면서는 편집부에서 다른 제목들도 추천해 주셨어요. 『검고 매끄러운 가능성』이라는 제목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게 마음에 들어서 제가 제목을 바꿀까 했었죠. 그런데 저자가 뽑은 제목이 좋다는 말을 듣고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를 제목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Q. 시인님은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섬세한 관찰력과 감각적인 언어로 그려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신데요. 이번 시집에서도 이근화 시인님만의 일상을 바라보는 예민한 감각과 표현 기법이 눈에 띕니다. 평소 이런 시적 영감은 어디에서 받으시는지, 꾸준히 이러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등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는 별다른 영감이 없어서 이게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막연하게 생각해 보면, 대개는 하루하루 날마다 일상이 좀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무료할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제가 좀 느린 사람 같아요. 말도 걸음도 느리고, 감각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말하고 듣고 관찰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길지 않나 싶네요.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조금 더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천천히 뭔가를 바라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Q. 이번 시집에서 폐허나 죽음, 소멸 등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와 서술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이번 시집을 독자들이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실제로 죽음에 대한 심각한 통찰이나 사유를 이어갔던 것은 아니고, 그냥 일상적 경험 속에 늘 그런 것들이 놓여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깃털조차도 나지 않은 작은 새가 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데 죽어가는 거죠. 조금씩 움직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어미 새도 아니고, 새를 잘 몰라서. 신고해야 할지, 집에 가서 따뜻하게 해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어쩔 줄 모르는 상황 속에 놓여서 마음이 한동안 많이 가라앉았고요. 우리 주변에는 늘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가까이에 있는 많은 사람이 아프고, 죽어가고, 사라지고, 가까이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죽음들이 있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죽음들도 있고요. 그래서 좀 더 그런 데 시선이 갔던 것 같고, 「빈 화분에 물 주기」라는 시 역시 마찬가지예요. 마시던 물을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화분에 쏟았는데 며칠이 지나서 싹이 나는 거예요. 심지도 않은 싹이. 어디서 날아온 씨앗일까 부터 시작된 시입니다. 무의미한 행동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 혼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던 것 같아요. 그런 순간들에 시가 나오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순간, 당황스러운 순간, 놀랐는데 그다음 행동은 어떻게 취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에 시가 출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 시집 수록작들을 보면 ‘나’와 ‘당신’을 넘어서 ‘우리’로 확장되는 시인님의 시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데요. 시인님께 있어서 ‘우리’는 어떤 의미인지, 수록작 중 「세상의 중심에 서서」는 어떤 시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시를 쓰면서 ‘우리’라는 복수인칭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요. 시집 해설을 써주시는 평론가 선생님들이나 시집 발간 이후 시를 읽어주시는 평론가 선생님들이 그 부분을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됐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좋은 결론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는 ‘나’로 규정되지 않는 여러 호흡이 내 안에 엉켜있다고 생각해서 ‘우리’라는 말을 쓰는 게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하고요. 저는 왜 쓰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혼자 무슨 행동을 할 때는 그 행동이 쉽게 지워지거나, 의미가 발생하지 않는 것 같고요. 누군가 그걸 목격하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이 볼 때 나의 말들에 의미와 방향이 생기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무엇을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증폭된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복수인칭으로 자꾸 확대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세상의 중심에 서서」는 소설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도서관 이야기를 시로 꼭 써 보고 싶어 써 보았습니다.

 

Q. 데뷔하고 17년 차가 넘으셨어요. 다섯 번째 시집을 내셨고요. 처음과 지금, 시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다섯 권이라고 하시니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제가 다섯 권까지 낼 줄 몰랐고요. 그 긴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고, 변화에 대해 묻는 분들께 뭔가 근사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어서 죄송스럽기도 해요. 저는 변화조차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고, 의식하지 않는 편 같기도 해요. 변화가 있다면 변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흐름일 테고요.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는 제게 글쓰기를 갱신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역시도 저는 ‘내게 절실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것, 잘 모르겠는 것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말하는 게 시를 쓰거나 글을 써보고 싶은 분들께 용기를 주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대로 쓰셔도 돼요. 어린 학생들의 경우엔 멋대로 써도 돼, 괜찮아. 그런 방법의 부재를 선언하고 나면 다들 신나고 재미있게 쓰는 것 같아요. 꼭 이렇게 써야 한다는 강박을 저 자신도 가지고 있지 않고, 그런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감각적 연마, 지적 훈련 같은 게 중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요하지만,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것만으로도 시는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읽어요>


    직장인 강재인 님이 정대건 작가의 소설집 『아이 틴더 유』 광고.

 

 

 

2부 <문소 음감회>/ 정현우 시인, 조창규 시인


    조창규 시인은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Q. DJ 최진영 : 조창규 시인님 작품의 어떤 면이 정현우 시인님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A. 정현우 시인: 귀신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하고 싶어 써본 곡입니다. 우리가 악귀를 정확하게 증명할 수 없고, 사연이 많을 테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Q. 조창규 시인님께서 클라이막스를 포함한 2절을 상상해보신다면?

A. 조창규 시인: 제 시에 고어(古語)가 많다 보니, 잘 안 쓰는 우리말이 많다 보니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게 굉장히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멜로디 같은 경우 지난번에 들었던 1절처럼 아슬아슬하게, 포텐이 터질 듯 말 듯한 경계선 있잖아요. 거기서 아마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긴장을 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Q. 작곡가로서 이 곡의 주제를 설명해 주신다면?

A. 정현우 시인: 아마도 여자 귀신일 거고, 사랑을 못 다 이룬 귀신일 거고.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이런데, 내 슬픔을 알까. 그런 마음인데 상실의 공간으로 넘어갔으니 못 만나잖아요. 사람이 아닌 귀신의 입장이니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일 것이고. 그런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Q. 현대어가 아니다 보니 작곡 중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이번 곡을 쓰며 느끼신 점이 있으시다면?

A. 정현우 시인: 제가 노래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에 쓰인 메타포의 감정이거든요. 감정선으로 멜로디를 쓰는 건 쉬웠고, 가사에 단어를 넣으려고 하다 보니 노랫말과 시어 사이에 불일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정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가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물 흐르듯 잘 나온 것 같아요.

 

Q. 조창규 시인님께서 같은 싱어송라이터로서 가감 없이 평을 해주신다면?

A. 조창규 시인: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고음을 굉장히 좋아해요. 고음을 들으면 닭살이 돋는다고 해야 할까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제 옥타브가 2옥타브 라거든요. 일반 남성이 2옥타브 라부터 고음이라고 하는데, 정현우 시인은 4옥타브 레잖아요. 그게 가장 개인적으로 부럽고요. 팝페라 쪽에서 주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을 겸한 팝페라 가수는 이전까지 없었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정현우 시인에게 궁금한 게 있다면, 비트가 100이 넘어가는 빠른 댄스곡을 부를 수 있는지.
정현우 시인: 성대를 붙이는 발성을 쓰면 가능합니다. 성대를 떼는 발성을 하면 불가능하고요.

 

 

문장의 소리 682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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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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