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83회 :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특집 박연준 시인, 은유 작가

문장의 소리 제683회 :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특집 박연준 시인, 은유 작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제38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산문 부문 장원 오유경, 「미완의 영화」 중에서

 

 

 

로고송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특집 / 박연준 시인, 은유 작가



    마로니에 여성백일장은 1983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수석문화재단과 동아제약, 동아ST가 후원하고 있다.


    박연준 시인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동화 『정말인데 모른대요』 등이 있다. 최근 산문집 『쓰는 기분』을 출간하였다.


    은유 작가는 노동조합 소식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자유 기고가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저작 『올드걸의 시집』,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폭력과 존엄 사이』, 『출판하는 마음』, 『다가오는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이 있다. 최근 신간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오늘 오전에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글제가 발표되었는데, ‘소통, 감자, 의자, 적응’ 그리고 특별 글제가 ‘코로나19’라고 해요. 이것에 대해 하루 만에 무언가를 쓴다는 건 대단하고 멋진 도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분은 이런 백일장에 참여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A. 박연준 시인 : 저는 그냥 중고등학교 때 학교 백일장에 참여해본 정도 같아요.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백일장이요. 중학교 1학년 때 딱 한 번 수상한 것 빼고는 없고, 어디에 나가서 대표로 무언가 해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은유 작가 : 저는 참여한 적은 없고, 고등학교 때 신문반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서 논술 시험 같은 걸 보고 떨어진 경험은 있습니다.

 

Q. 마로니에 여성백일장은 오직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백일장인데요.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여성,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라는 게 성별은 물론 직업, 나이,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여성들에게 의미가 있는 일 같아요. 그런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박연준 시인 :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으로 태어나서 여성으로 길러지기도 하잖아요. 여성들에게 마땅히, 자고로, 꼭, 당연히 주어지는 무언가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목소리를 내더라도 마땅히 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많고요. 일반적으로 그런 것들이 사회에서 거대한 공기처럼 밀려오는 압박을 준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그래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발언하고, 쓰는 건 굉장한 의미가 있게 되죠. 저도 등단 이후 항상 들어온 질문이 여성 시인, 여성 작가로 쓰는 일은 어떤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게 싫기도 한 적이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작더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으나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고요. 저는 궁극적으로 여성이 글 쓰는 것에 대한 자의식이 없어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은유 작가 : 여성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여성이라는 걸 느끼지 못하다가 결혼과 출산 후 올라온 많은 감정들을 설명할 만한 마땅한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애 잘 키우는 게 남는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러면 내 삶은, 하고 반문하면 나쁜 엄마가 되는 것처럼, 아이를 뒷전으로 밀어놓는 것처럼 해석이 되어버리고 하니까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열어줄 수 있는 통로가 없는데, 그래서 글쓰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입막음을 당했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글쓰기가 더욱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Q.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두 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A. 박연준 시인 : 사람은 읽으면 쓰게 되잖아요. 기억 니은도 배우면서 동시에 쓰게 되는데, 사실은 글쓰기가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집안에 굉장히 무서운 어른이 계셨는데, 저를 조용히 시키려고 공책과 동화책을 던져주고 필사를 하게 하셨어요. 저는 입 다물고 몇 시간이고 글자를 모르는 상태로 그걸 베끼게 되었어요. 그렇게 글자들이 조금씩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한글을 필사로 깨치게 된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쓴다는 걸 인식했던 건 열다섯 살 때쯤인 것 같아요. 시를 썼던 것 같은데, 중요한 걸 속에서 꺼내고 싶다는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유 작가 : 글이라고 할 만한 건지 모르겠는데, 저는 라는 라디오에 엽서 열심히 보냈거든요. 엽서 써서 당첨은 많이 됐어요. 전화 연결도 됐고요. 그때 짧긴 하지만 공적인 글쓰기라는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뭔가 내가 발언하고 싶고,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사건이자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1989년도에 조선대학교 학생이던 이철규 열사가 의문사한 채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어요. 그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명동 성당 앞에서 조선대학교 학생이 삭발하는 걸 지나가다가 보게 되었어요. 그때 깊이 울분을 느끼고 글을 썼고, 한겨레신문에 글을 투고했습니다. 그때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글쓰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알리는 좋은 수단이자 필요한 수단이라는 걸 느끼고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Q. 박연준 시인님은 시를 쓸 때와 에세이를 쓸 때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A. 박연준 시인 : 저는 시를 쓸 때 가장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가장 자유롭고, 제가 평소에 내지 않는 목소리가 진짜 나였다는 걸 시에서만 발산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시는 글쓰기 중에서도 노동과 거리가 먼 것 같고, 힘이나 에너지, 정성이 들어도 노동과는 좀 달라요. 춤출 때의 힘듦, 에너지, 그런 것과 오히려 닿아 있는 것 같고요. 무대와 음악, 리듬과 오히려 더 닿아 있어서 어떤 글쓰기보다도 시를 쓰고 난 다음엔 정말 행복해요. 이번 책에서 ‘시는 언제나 고양이로 온다’는 서문을 쓰기도 했는데, 그렇게 시는 해방감과 자유를 줘요. 산문은 정말 노동 현장입니다. 작가들의 산문을 정말 존경하는데요. 너무 어렵고, 늘 끙끙거리면서 쓰지만, 항상 써도 별로 왕도가 없어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 내년에 소설책을 낼 생각인데, 내고 나서야 소설 글쓰기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은유 작가님은 특히 인터뷰와 취재를 토대로 한 논픽션 기록문학, 르포르타주에 애정이 많으시잖아요. 인터뷰를 통한 글쓰기에 특히 끌리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A. 은유 작가 : 인터뷰도 품이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저는 자유 기고가로 일하면서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인터뷰하고 나면 너무 좋아서 가슴이 뛰는 거예요. 저는 누군가가 자기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열심히 하는 일에 대해 반짝거리는 언어를 구사하는 걸 들으면 자극이 돼요. 신비롭고, 제가 몰랐던 어떤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 들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하고 온 날은 막 들떠서 어디에 이야기하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인터뷰를 통해 제 시야가 넓어지고, 제가 지닌 고통도 작게 느껴지고,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배움이 주는 쾌락이 있는데, 생생하게 사람에게서 에너지나 삶의 지혜를 얻는다는 점이 책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좋아서 열심히 하게 됐고, 열심히 하다 보니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실시간 채팅으로 청취자께서 시를 즐겁게 읽는 방법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올려주셨어요.

A. 박연준 시인 : 은유 작가님도 시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라서 만끽하는 방법을 아신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제가 대답을 드려보면, 저는 시가 언제나 소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글자로 찍힌 시집의 시들은 악보에 지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시는 소리가 되고 싶어 하고, 밖으로 발현되고 싶어 하는 장르예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와 다른 방식으로 말하려는 시인들의 습성 때문에 외국어처럼 들릴 수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낭독하면 그게 그냥 느낌으로 오는 순간이 있어요.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 그림 보듯 감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면 언어가 탁 와 닿는 때가 있어요. 저는 혼자서 낭독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은유 작가 : 저는 이해할 수 없어서 시가 좋아요. 많은 분이 그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를 답답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산문은 논리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인데,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면 인과 관계가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왜 시만 답답할까, 그냥 읽으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 무지를 느끼면서 저는 시를 낭독하기도 하고, 암송도 해봐요. 시가 언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같은 장르라고 생각해요. 저는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시집을 꼭 한 권씩 읽고, 낭독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요. 여럿이 읽을 때 이해가 더 잘 되기도 하고, 화음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저는 시를 언어에 대한 경외, 혹은 놀이, 여러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장르라고 보고요. 언어가 낯설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문장의 소리 683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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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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