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89회 : 1부 이재훈 시인 / 2부 최진영 소설가, 정현우 시인, 강백수 시인, 방수진 시인

문장의 소리 제689회 : 1부 이재훈 시인 / 2부 최진영 소설가, 정현우 시인, 강백수 시인, 방수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박소란(시인)

진행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안도현 시인의 시 「겨울 강가에서」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이재훈 시인


    이재훈 시인은 1998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저서 『현대시와 허무의식』, 『딜레마의 시학』, 『부재의 수사학』,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제8회 젊은시인상, 제15회 현대시 작품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시집 『생물학적인 눈물』을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최근 펴내신 『생물학적인 눈물』은 데뷔 이후 펴내신 네 번째 시집인데요. 이전 시집들과 비교하여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A. 이재훈 시인 : 이전 시집들은 우주, 신화같이 크고 넓은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거든요. 점차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 속의 모습에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이번 시집은 인간에 대한 사유의 흔적들, 언어가 감각을 통과하는 방향에 대한 사유의 흔적들이 많아서인지 관념어가 좀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몸의 감각을 통과하여 나온 언어들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스스로는 그런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런 변화는 시집을 묶고 나서 알게 되셨나요? 혹은 이전에 알게 되셨나요?

A. 묶고 나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저의 경우 보통 시집을 5~6년에 한 권 내는데, 그동안 모인 시들을 쌓아 시집을 꾸리다 보니 이런 변화가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된 것 같습니다.

 

Q. 수록된 시편 중에도 「생물학적인 눈물」이 있는데요. 시집 제목을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

A.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전의 시집들 제목이 딱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이번 시집은 독자분들께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목으로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요. 후보로 올라온 제목들을 가까운 시인들에게 보내 의견을 구했는데, 『생물학적인 눈물』이 최다득표가 나와서 정해졌습니다. 편집부에서도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제목이 되었고요. 표제작이 원시성이라던가 역동성을 가지고 있고, 제 마음에 드는 시이기도 해서 마음에 듭니다.

 

Q. ‘시인의 말’을 쓰실 때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시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쓴 글이고, 교정도 다 본 후에 시인의 말을 쓴 것 같은데요. 처음엔 좀 더 거창한 말들을 적었던 것 같아요. 쓰고 나서 읽어보니 별로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걷기인데, 걷다가 파라솔이 있는 편의점 테이블에 앉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사소하고 평범한 풍경을 마주하고, 그 풍경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이런 말들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 즉시 휴대전화에 메모했고, 그것이 시인의 말이 되었는데요. 느릿느릿 한가롭게 지내는 평범한 일상들 속에서 찾는 것들이 평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시간들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Q. 시집을 읽으며 우리 주위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회의의식이나 질문이 눈에 띄었어요. 이런 감각들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A. 세계에 대한 시선은 제가 특별히 가졌다기보다, 이 세계에 대한 궁금증들을 끊임없이 시에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감각하기 위해 특별한 행위를 하거나 계획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시를 써야 하니 시적인 언어, 시적인 것에 관심 가지고 있고, 시집도 많이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고, 다른 책들도 많이 들추고, 유일한 운동인 걷기를 하며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정도인 것 같은데요. 대부분 시인이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Q. 이번 시집의 매력을 꼽자면 슬픔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입니다. 시인님에게 있어 슬픔이란 어떤 것인가요?

A. 제가 시 창작 수업을 하면 늘 슬픔 같은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거든요. 관념어는 엄살이다, 노출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전 슬픔이라는 단어를 마음껏 쓰고 있더라고요. 아마 슬픔에 대해 예민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순간순간 슬픔이란 감정이 밀려오고.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는 존재이긴 힘들지 않을까요? 슬픔이란 감정은 운명적으로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부 〈문소 음감회〉/ 최진영 소설가, 정현우 시인, 강백수 시인, 방수진 시인


    올해의 마지막 〈문소 음감회〉 특집
   
    최진영 소설가는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Q. 정현우 시인 : 처음 〈문소 음감회〉 참여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어떠셨나요?

A. 최진영 소설가 : 나에게 과연 사연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이런 나에게 공감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사연을 써 봤습니다. 제가 쓴 글이 음악이 되는 경험은 너무나도 특별하다 보니 기대감이 듭니다.

 

Q. 강백수 시인 : 사연 신청서를 최진영 작가님의 육성으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문장의 소리 DJ 최진영입니다. 그동안 다른 작가들의 사연이 음악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만 보던 제가 이렇게 신청서를 쓰게 되다니 기쁜 한편, 제 사연이 재미없어 음악 창작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별별 이유로 불안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올해에는 꼭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지 않았어요. 어딘가 아픈 상태일까 봐 겁이 났고, 건강이 안 좋으니 이런저런 것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을까 봐 겁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건강을 해치는 이런저런 것의 힘으로 살아가는 편이거든요. 그 예로 술이 있습니다. 저는 매일 술을 마십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서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무슨 생각을 주로 하느냐면 내가 무언가 잘못했다는 생각, 오늘도 무언가를 저질러버렸다는 생각, 나는 왜 이런 인간인가 하는 생각. 그렇습니다. 저는 무척 소심하고 자신에게 야박한 편입니다. 온종일 혼자 있을 때, 혼자의 힘으로 말할 필요가 없을 때 저는 가장 안정적입니다. 그릇에 담긴 물처럼 안정적일 때 글을 쓰거나 읽으면 좋습니다. 그럼 뚜껑을 닫으면 고요한 물처럼 더욱 안정되거든요. 검고 고요한 안정 속에서 저는 다짐합니다. 담대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루에 1%씩 담대함을 적립하겠어. 저는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박소란 시인의 시 「울고 싶은 마음」을 좋아합니다. 버스를 보면 그 시가 떠오릅니다. 비가 오면 그 시를 생각합니다. 누군가 손을 흔들면 그 시를 외우고 싶습니다. 저는 버스에 앉아 울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물을 닦지 않았고, 창밖의 간판은 흐려졌습니다. 눈을 꾹 감으니 눈물은 허벅지로 떨어졌고, 저는 정말 들키지 않았어요. 들키지 않은 마음은 없어졌고, 저는 점점 없어졌습니다. 저는 이제 울지 않습니다. 대신 술을 마십니다. 저는 저의 중요한 요소인 불안과 소심함을 버리지 않고도 담대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병원에 가야 할 때는 병원에 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들켜야 할 때는 들키고 싶습니다. 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연의 요지는 내년에는 꼭 병원에 가서 들키고, 야단을 맞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하루에 1%씩 담대함을 적립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것입니다. 연말이니까 할 수 있는 새해 다짐입니다. 새해 다짐이므로 올해까지는 살던 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연의 진짜 요지는 지금까지 애썼다, 앞으로도 잘해보자! 입니다. 저도 알 수 없는 어수선한 이 사연의 핵심을 세 분의 시인께서는 명료하게 알아차려 주시리라 믿을 뿐입니다. 엉망진창 사연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Q. 정현우 시인 : 최진영 작가님께서 바라는 담대한 사람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요?

A. 글쎄요. 구체적으로 대답을 하자니 잘 모르겠는데, 최소한 지금의 저처럼 내 탓만 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있을 거고요. 사소한 건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방수진 시인 : 작가님께서 기대하시는 저희 음감회 팀의 음악이 어떤 느낌일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의외로 저 같은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 사람이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런 분들께 이런 연말에 한 해 동안 애썼다고 힘을 줄 수 있는, 귀엽고도 잔잔한 곡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봤어요. 어떤 곡이라도 저는 다 좋을 것 같아요.

 

Q. DJ 최진영 : 세 분이 파트 별로 신경 쓰신 점이 있으시다면?

A. 방수진 시인 : 가사 같은 경우 무엇보다 사연 신청서에 적합한 위로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다는 게 중점이었어요. 정현우 시인과 제가 동시에 생각했던 것은 최진영 작가님의 장편소설 『구의 증명』 속 아름다운 문장들을 가사로 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였어요. 가사는 무엇보다 작가님께서 직접 쓰셨던 것을 바탕으로 하면서 저희만의 감성을 녹여서 가사를 구성해보려고 했습니다.
강백수 시인 : 작곡을 할 때는 최대한 밋밋하게 해보려고 애를 썼어요.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았어요. 다들 그러고 사는 것처럼 밋밋하게, 평양냉면 같은 멜로디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숙제 안 한 친구 느낌을 내고 싶기도 했고요.
정현우 시인 : 앨범 전체를 구성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너무 마이너하지 않으면서 밝은 느낌으로 구성하려고 했고요. 그러면서도 최진영 작가님의 장편소설 『구의 증명』과 합치되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장의 소리 689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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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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