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빈, 「미주의 노래」

 


미주의 노래 -유혜빈

마음은 고여 본 적 없다

마음이 예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영영 예쁘게 있을 수는 없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계속 무거울 수는 없는 것이다. 마음은 도대체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미주와 미주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다른 책을 읽다가

뒷목 위로 

언젠가 미주가 제목을 짚어주었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미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미주를 바라보았을 때
미주만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해도 미주의 마음이 따뜻한 채로 있을 수는 없단 말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도무지 없는 것이라서. 마음이 흐를 곳을 찾도록 내버려 둘 뿐입니다.

너는 미주의 노래와 만난 적 없다
미주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주의 노래일 뿐이다

작가 : 유혜빈
출전 : 『창작과 비평 189호(2020 가을)』 (창비, 2020)

 

 

유혜빈 ┃「미주의 노래」을 배달하며

 

    마음의 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말이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말 없는 순간에도 우리는 마음을 전하거나 읽을 수 있으니까요. 모국어로 삼아 구사할 수 있는 말이 서로 달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다 알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 아마 마음의 소리는 웃음이나 울음 혹은 노래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요. 왜 마음먹기도 전에 들어차 있을까요. 이렇게나 가깝고도 먼 것일까요.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이길래 누구는 볼 수 있고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을까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변했다가 변한 마음에 겨우 적응할 때쯤에 또다시 사라지는 것일까요.
언젠가 희미하게나마 볼 수는 있을까요. 끝자락이라도 손에 쥘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어 비어 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텅 비어 있는 그 공간을 내 마음대로 채울 수 있을까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우리는 어떤 마음을 처음 품어야 할까요.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시인 박준

 

작가 : 유혜빈

출전 : 『창작과 비평 189호(2020 가을)』 (창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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