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98회 : 1부 유희경 시인 / 2부 설재인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98회 : 1부 유희경 시인 / 2부 설재인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본업인 글쓰기 외에 전문가 못지않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취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오프닝 : 정준호 시인의 『가루』 중에서1)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유희경 시인


    유희경 시인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등이 있다. 시 동인 ‘작란’의 한 사람이다. 제19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시집 『이다음 봄에 우리는』을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최근 펴내신 시집 『이다음 봄에 우리는』은 시인님의 네 번째 시집인데요. 이전 시집들과 다른 점이라던가 신경 쓰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유희경 시인 :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건, 제가 발표했던 걸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하거나 시를 살리려고 했다기보다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쓸 마음이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시들을 부려놓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역시 이에 연관되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시집을 내고 세 번째 시집을 낼 때 텀이 좀 있었는데, 그만큼 쌓여 있는 시들이 많았고, 그러니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들도 많았어요. 그런 것들을 피하고 최대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으려면 너무 늦게 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다음 봄에 우리는』은 표제작인데요. 제목을 이렇게 짓게 되신 이유는?

A. 배경 설명을 드리면 좋겠는데요. 저는 편집자 생활을 십 년 가까이 해오면서 편집자 말을 잘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시집의 경우 작품집의 성향이 강하다 보니 편집자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편집자가 개입하는 것보다 작가의 의견이 중요해요. 이번에는 편집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겠다, 내가 편집자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시집의 편집자는 서윤후 시인이세요. 이야기를 미리 많이 했고, 적극적으로 제안을 달라는 이야기를 드렸어요. 서윤후 시인께서 제안해주신 제목입니다. 여태까지 제가 시집 제목을 출판사나 편집자에게 기댄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시집의 첫 독자가 출판사이자 편집자인 거잖아요. 이 시집을 통해 그런 것을 느꼈다면 수용하겠다고 생각했고, 겨울의 이미지가 많이 들어간 시집이다 보니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표지도 사실은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며 설득해주셨어요. 여름이 되면 겨울을 그리워할 것이며, 이 시집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요. 고집을 안 부리기로 했죠.

 

Q. 시집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시인의 말’에 쓰신 ‘그림자가 말했다./ 천천히 들려줘요.’에 대해 부연 설명해주신다면?

A. 그림자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고, 그림자라는 게 실체와 다름이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가 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는 나와 쓰는 나를 대상화해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이번 시집이 그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림자를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그림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림자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인 것 같아요.

 

Q. 이번 시집에서는 겨울의 정서와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 많았습니다. 시인님에게 겨울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A. 아까 이야기하셨던 것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저의 다음이자, 이번 시집은 겨울을 이야기한다기보다 봄을 바라보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늘 시에서 겨울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드디어 겨울 바깥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겨울의 한복판이고, 태풍으로 따진다면 태풍의 눈 같은 거죠. 바람이 한바탕 몰아치고 나서의 고요, 그다음 다시 불어올 바람에 대해 생각하는 시집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여태까지 말해왔던 겨울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간은 겨울을 맞이했었다면, 지금은 겨울을 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음에 뭐가 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까 했던 이야기를 반추하여 이야기하자면, 그림자의 이야기를 듣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할까요. 긴장되기도 하고, 다시 이리로 돌아오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죠.

 

Q. 이번 시집에는 언어의 곱씹음을 통한 언어의 미학에 관한 작품들도 많았는데요. 시어를 다룰 때 시인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으실까요?

A. 가끔 정황으로 시작해서 정황으로 맺는 시가 있는 반면에 앞의 이미지가 뒤의 이미지를 끌고 와 시가 출발했는데 어디로 갈지는 저도 모르는 시가 있거든요. 내가 문학을 하는 게 아니라 골몰하는 나 자체를 상대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고, 그런 재미가 있기도 해요. 실패 확률이 높은 시 쓰기이지만, 성공하면 혼자 내밀한 비밀을 갖게 되는 느낌이에요. 전개 과정에 대한 기쁨은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시 문학의 매력이고 미묘함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걸 자주 써먹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읽는 사람이 지루할 것 같아서요. 이번 시집에 유독 이런 것에 집착했던 것 같은데, 왜 그럴지 생각해 보면 제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약간 안 좋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른 감각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인한 즐거움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시각적인 것에 많이 의존했다면, 지금은 시각 이외의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고요. 그중에서 가장 저를 당기고, 저에게 몸을 열어주는 방식은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발전하면서 다른 몸을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저만 아는 전개이니 유희경만의 방식이 될 수 있겠죠.

   1)  2022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작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설재인 소설가


    설재인 소설가는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사뭇 강펀치』,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우리의 질량』을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설재인 소설가님과 나눠볼 이야기는 ‘복싱’입니다. 어떻게 복싱에 빠지게 되셨나요?

A. 설재인 소설가 : 제가 어렸을 때 공주를 되게 좋아했는데, 힘이 센 공주를 좋아했어요. 제가 공주가 될 수는 없으니 힘이 세질 수는 있다는 걸 잊고 살다가, 2014년에 퇴근하다가 정말 어쩌다가 체육관에 충동적으로 구경을 가게 되었어요. 체육관에 사람들도 정말 많고, 다들 열심히 운동을 하는 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나만 이렇게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었나 하면서 그때 시작을 했는데, 그때부터 복싱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많은 운동 중에서 복싱을 처음 배우면서 다치지는 않으셨나요?

A. 저는 경량급이라서요. 아무래도 경량급에서 다치는 일은 적은 편이에요. 초반에만 근육이 잘 자리 잡지 못해 근육통이나 관절 아픈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전혀 없고요. 스파링을 하면 찰과상이나 타박상이 생기긴 해요. 그런 건 개운한 부상이라 상관없으니까 괜찮습니다.

 
 

 

Q. 매일 훈련을 한다고 하셨는데,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편집 일은 언제 하시고, 글은 언제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체육관 다니는 건 원래 하루에 세 시간이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일찍 문을 닫게 되어서 세 시간까지는 못 하고요. 퇴근하고 나서부터 체육관이 닫히는 시간까지 합니다. 토요일에는 교류 스파링이라고 다른 체육관 사람들과 스파링을 하고, 일요일에는 러닝을 합니다. 혼자 한강에서 하프(21km)를 뛰는 편입니다. 사실 운동을 안 하는 날은 없는 것 같아요. 글은 새벽에 출근하기 전, 오전 다섯 시쯤 일어나서 출근 직전까지 씁니다.

 

Q.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때리고 맞는 인상이 강하다 보니 피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한 마디 해주신다면?

A. 직접 보시면 알 수 있는데, 스파링을 할 때 상대방이 정말 저를 미워해서 죽여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끝나는 종이 울리고 서로 껴안고,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나누면서 내려와요. 그 순간이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이게 정말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분들께는 그 장면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포츠맨십이 부족한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좋으셨고, 그만큼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격투 같아요. 그만큼 위험하다 보니. 저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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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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