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 중에서
- 작성일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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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을 배달하며
거리에서 다친 비둘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발을 다친 비둘기는 비교적 흔하고, 몸통에 상처가 난 비둘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 비둘기는 다른 비둘기와 먹이를 두고 하는 다툼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상처는 아물지 않고 점점 더 야위고 왜소해지기 마련이고요.
도시에서 비둘기가 워낙 흔한 새이다 보니 아무리 다쳤다고 해도 연민과 인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둘기가 다가올라치면 아예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리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발을 굴려 일부러 쫓아버리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둘기 돌보는 일을 합니다. 본래 옆 사무실의 류 계장이 돌보던 비둘기인데, 어쩌다 보니 떠안아 맡아 키우게 됩니다. 류 계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서 급한 사정이 생겼으니 ‘잠시만’ 비둘기를 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잠시면 된다고 하지만 비둘기 케이지를 찾아갈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아마도 주인공은 어영부영 계속 비둘기를 돌보게 될 것 같습니다.
약자에게 다른 약자의 돌봄을 부탁하면서 내보이는 '희미하고 온유한 미소’. 이 미소가 가식적이고 위악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다정함이 짓는 웃음이 아니라 힘이나 권력이 짓는 웃음이기 때문이겠지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이경
출전 : 『비둘기에게 미소를』 (문학동네, 2021) p.28-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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