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706회 : 1부 우은빈 작가 / 2부 김민정 시인

문장의 소리 제706회 : 1부 우은빈 작가 / 2부 김민정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700여 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2년부터 시인 이영주, 소설가 김봄, 소설가 권혜영, 시인 최지은이 함께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김봄(소설가)

진행 이영주(시인)

구성작가 권혜영(소설가)

구성작가 최지은(시인)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3분 광고 :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책 혹은 작가를 광고할 수 있습니다. 단, 시간은 3분.
  – N잡러의 수다 : 본업인 글쓰기 외에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N잡러 작가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오프닝 : 임선우 소설가의 단편소설 「유령의 마음으로」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우은빈 작가


    우은빈 작가는 일본 항공사와 국내 항공사에서 10년 가까이 비행한 베테랑 승무원이다. 오랜 시간 하늘 위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에세이와 만화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에세이집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를 출간하였다.

Q. DJ 이영주 : SNS에서 ‘날으는 돼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우은빈 작가 : 처음부터 필명으로 ‘날으는 돼지’를 사용했던 건 아니고요. 처음 비행 일지를 블로그에 올렸을 때는 제 이름 ‘우은빈’을 걸고 썼었어요. 그런데 회사에 걸린 거예요. 항공사에서는 아무리 제가 좋은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현직 승무원이 비행하면서 있었던 일을 온라인상에 쓰는 게 탐탁지 않으셨던 거죠. 당장 모든 글을 삭제하고, 비공개 처리하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뒤돌아서 새로 만들었어요. 그때 사용한 필명이 ‘날으는 돼지’였는데요. 처음에 ‘날으는’은 아무래도 승무원이다 보니 난다는 이미지를 살렸고, 맞춤법상 맞지는 않지만, ‘나는 돼지’는 ‘I am 돼지’ 같아서 ‘날으는 돼지’로 썼어요. ‘돼지’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재수 없다고 하시는데) 어려서부터 워낙에 많이 먹어서 별명이 ‘우돼지’였어요. 제가 보기에는 말랐잖아요. 타고나길 제가 살이 안 쪄요. 날으는 사슴, 날으는 토끼 같은 건 재미없기도 하고, 승무원의 이미지를 깨고 싶고, 제가 콧구멍이 크기도 해서 돼지 콧구멍을 살려 짓게 된 거예요.

 

Q. 이전에는 비행을 통해 탑승객들을 만나셨다면, 지금은 책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나 리뷰가 있으셨나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분의 독자님을 꼽으라면, 지난주 토요일에 제가 망원동에서 북토크를 했었는데요. 강연 이후 사인하는 시간에 한 학생이 제 앞에서 울기만 하는 거예요. 너무 힘들어요, 하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하고 물으니 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항공학과에 갔는데, 외모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근데 이렇게 책에 승무원을 향한 외모 강박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대답하시며 우시더라고요. 나이를 물어보니 스물한 살이래요. 그때 전 너무 속상한 거예요. 스물한 살, 제겐 너무 어여쁘고, 해맑아야 하는 나이거든요. 어린 친구가 벌써 외모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고, 제가 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전직 승무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독자님이셨어요.

 

Q. 최근 출간하신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의 ‘멈춘 비행기’라는 제목이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접 지으신 건가요?

A. 아니오. 저는 좀 더 감성적인 제목을 짓고 싶었어요. 제가 그때 당시에 밀던 제목은 ‘울어버릴 것 같아 웃어버렸다’ 인데요. 서점에서 많이 보이는 감성 에세이나 싸이월드 느낌으로 말씀드렸는데, 편집자님께서 서점에서 눈에 띄지 않을 것 같다며 반대하셨어요.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는 편집자님께서 지어주신 제목이에요. 원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 은빈 씨’도 후보군에 있었는데, 제 책의 제목에 제 이름이 들어간다는 게 너무 오그라들고 싫어서 반대했어요. 편집자님께서 처음 원고를 받아보시고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라는 제목을 떠올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고, 아무래도 제 원고를 저보다 더 좋아해 주시고, 믿어주시는 분이셔서 이런 제목을 뽑아주신 것 같아요.

 

Q.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탑승객이 한 명이었던 웃픈 현실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때 당시 항공기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공유해주신다면?

A. 책에는 한 명이라고도 썼지만, 0명이었던 적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김포-제주 비행기라면,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승객분이 0명이더라도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승객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는 경우 꼭 모시러 가야 해요. 비행기는 승객분이 0명인 상태여도 꼭 뜨거든요. 승무원들은 승객분이 안 계시니까 할 게 없잖아요. 잠깐은 앉아서 쉬자며 좋아하는데, 이래서 월급이 밀리는구나 하고 비관적인 순간이 찾아오게 돼요. 그때 승무원이 두 부류로 나뉘었던 것 같아요. 정말 난 승무원 아니면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하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는 부류가 있고요. 이번 기회에 내가 좋아하는 것, 그동안 잘해왔던 것을 한 번이라도 도전해볼까 하고 문을 돌리는 부류가 있고요. 실제로 그때 그만두신 선배님들 중에는 레터링 케이크샵을 차린 분도 계시고, 공방을 차린다거나, 의류 사업을 시작하신다거나 그렇게 오히려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때 제가 느꼈던 건 더 이상 한 우물만 파서는 안 되는 시대구나, 여러 우물을 파고 그게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구나, 그런 것들이었어요.



 


 


 

〈3분 광고〉
김의경 소설가께서 『코스트 베니핏』 광고.

 


 


 

2부 〈N잡러의 수다〉 / 김민정 시인


    김민정 시인은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산문집 『각설하고,』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상화시인상, 2020 젊은출판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Q. DJ 이영주 : 김민정 시인님의 N잡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A. 김민정 시인 : 좀 부끄러운 게, 가짓수가 별로 안 돼요. 내가 과연 N잡러인가 생각해봤거든요. 지금은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간혹 글을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이 없어요. 예전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라디오 작가를 하기도 했고, 그걸 TV에서 진행하기도 했고요. 밥벌이하려고 지나온 건데 지금은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글 쓰면서 학교 다니시잖아요. 저는 글 쓰면서 책 만드는 일을 하니까 그렇게까지 N잡러는 아닌데요. 책을 만드는 일 자체가 여러 역할을 하게 돼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Q. 2009년도에 ‘문학동네’에 입사하시고, ‘문학동네 시인선’을 부활시키고, 2011년도에 출판사 ‘난다’의 대표가 되셨는데요. 그때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신다면?

A. 2008년도에 전 회사를 그만두고,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이게 내 것이 아니구나 싶었고, 필자들에게 죄책감이 있었고, 바깥 생활을 못 할 정도였어요. 베이징 올림픽 당시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양궁만 보고 있을 때였어요. 전화가 무서워서 볼륨을 0으로 놓고 활 쏘는 것만 봤어요. 미안하니까. 그 당시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시인선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요구 조건을 하나로 내세웠어요. 전 회사에서 만들었던 시인선 시집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출간해달라. 그래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전 회사에서 만들었던 시집들의 시인분들 중 여건이 되시는 분들을 혜화동에 있는 술집으로 모두 불러 모아 나 도망가는 거 아니다, 버리는 거 아니다 하는 말씀을 드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왔어요. 이전 회사에서 말아먹은 적이 있다 보니 부정적인 말도 많았어요. 또 말아먹으려는 거 아니냐, 없애려는 거 아니냐 하는 식의. 2009년에 입사하고 2011년에 론칭하기까지 여러 거절의 의사를 들었어요. 디자인하는 기간과 겹쳐있었는데, 한 시리즈를 말아먹은 입장에서 그들에게 당연히 불안감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매달렸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꼈고, 애정을 가졌죠.

 

Q. 시인선 시집들 제목을 뽑을 때 특별히 포인트로 두고 있는 게 있으시다면?

A. 이전 회사들에서는 시인들이 가져오는 대로 만들었어요. 그때는 저도 시집을 만드는 게 처음이고, 그들도 첫 시집인 경우가 많아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던 것 같아요. 돌아섰을 때 기억나는 제목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게 그때 몸에 익었던 것 같아요. 출판사 ‘문학동네’로 넘어오면서 시집 디자인부터 관여하게 되었고, 제가 원칙으로 삼았던 것이 이미지를 전면에 출판사 이름, 시인 이름, 시집 제목 세 개만 타이포로 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러고 보니 한글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제목이 너무 잘 보이니까요. 사람들이 시집 한 권을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시집 한 권으로 얼마나 큰 걸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시란 무엇인가라는 정의에 가까운 것이 있다면, 시집의 주제가 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이 책 등에 나란히 있었을 때 사람들로부터 취향을 알 수 있게, 꼽아볼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인데요. 시란 무엇인가라는 정의에 가까운 것,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를 가장 아름답게, 각인이 잘 되게 잡은 문장 같은 걸 뽑아내려고 원고를 미친듯이 많이 읽었죠.

 

Q. 출판사 이름 ‘난다’는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A. 원래는 ‘문학동네’ 입사와 동시에 제 출판사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문학동네’ 국내문학팀에서 평론, 소설, 시 등을 다양하게 편집하다 보니 자꾸 제 일을 뒤로 미루고 안 했던 거예요. 더는 미룰 수가 없을 때 이름이 있어야겠다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박찬희 셰프 가게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떠오르는 대로 이름을 뱉어 봤어요. 출판사 이름으로 생각한 게 아닌 거죠. 제가 난년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난다’가 떠올랐고, ‘난다’ 앞에 붙일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신난다, 힘 난다, 소문난다, 훨훨 난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너무 가볍다고 반대했죠. 저는 말이 단순하기도 하고, 로고 디자인을 염두에 두었을 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난다는 표현을 좋아하거든요.

 


문장의 소리 제706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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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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