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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6월 3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김보영
  • 작성일 2015-06-23
  • 조회수 296

가시 – 홍철

무리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인데 구성이 단편보다는 장편에 어울리지 않나 합니다.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아요. 처음에는 전학생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김수지라는 이름 가진 사람이 등장합니다(전학생에게도 이름이 없는데!). 조별수행평가와 H고 지망의 문제, 게임 길드원으로서의 일상과 아빠와의 갈등도 은연중에 지나갑니다.

하나의 이야기에 다양한 일상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나머지를 곁다리로 만들어서 중심을 잡는 편이 좋아요. 지금은 전학생, 김수지, H고로 이야기가 세 군데로 분산됩니다. 이렇게 중심이 많을 때에는 이야기가 더 길어야 호흡이 맞을 거예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호의적인 행동이 사실은 전도였다는 것, 호감을 가졌던 향의 우스꽝스러운 정체를 접하면서 주인공이 느꼈을 낙담과 배신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결말의 이 잔잔한 아이러니가 참 좋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좀 더 전학생에게 집중했다면 구성이 좋았으리라고 생각해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는 기법이며, 편하게 흘러가는 문장과 전개가 모두 좋습니다.

 

꽃다발 - 유진과 유진

손님이 특이한 꽃다발을 주문할 때마다 동일한 꽃다발을 자신에게 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한 번도 남에게 받은 적은 없습니다. 처음 자신에게 꽃다발을 보낸 뒤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가 실상을 들키고 망신을 당한 사건은 여자의 일상 전체를 직설적으로 드러냅니다.

동일한 꽃다발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손님에게 줄 꽃다발이 부족하면 자신의 것만 만드는 모습에서 여자의 깊은 외로움과 그로 인해 어두컴컴하게 주저앉은 감성을 느낍니다.

마음의 어두컴컴함이 그대로 전해져서 슬픔과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만, 그것이 슬픔이든 불편함이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귀국 – 사싶

홍철 작가님의 ‘가시’와 비슷한 평을 하게 되네요. 편안한 문장과 전개가 흘러가는 장점이 있지만, 들어 있는 이야기가 많아 단편보다는 장편에 어울립니다. 미나라는 ‘헬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독자가 이 헬퍼에 대해 알기도 전에 ‘유진’이라는 친구가 등장하고 그 친구의 이야기가 한동안 진행됩니다. 결말에서 미나와의 관계는 급하게 진전되고, 독자가 어떤 동정이나 공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죽어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작가에게는 사실 짧은 글도 길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실제로 쓰는 시간 자체는 기니까요.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사이에 지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보시면서 구성을 이리저리 바꿔 보아 주세요.

결말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급하게 전개될 경우에는, 결말을 미리 맨 처음에 보여주어서 예측가능성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문장의 흐름이 좋고, 한두 마디의 압축된 말로 많은 것을 전해주는 기법이 좋습니다.

 

*

다른 두 글에도 좋은 면이 있었습니다만 아쉬움도 있어,

 

꽃다발 - 유진과 유진

 

에 주장원을 드립니다.

 

*

구조적인 통일성이란 이런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을 없애버리거나 옮길 때 전체가 어긋나거나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 어떤 부분이 있건 없건 별 상관이 없다면 그것은 전체의 유기적인 부분이 아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영화의 핵심은 어떤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4-5분간의 사건들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 순간에 임팩트와 반향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시나리오란 그 순간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 로버트 타우니

 

(인용 출처 : 시나리오 가이드 / 데이비드 하워드, 에드어드 마블리 공저, 심산 옮김 / 한겨레 신문사)

 

*

표절이 요 근래 문학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네요. 저번 글틴 캠프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모두들 타인의 저작권을 늘 민감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되어 주세요.

 

저작권은 당신이 무엇을 만드는 순간 생겨나고 양도할 수 없으며, 평생, 아니 사후 70년 당신의 것입니다. 등록할 필요 없고 자연히 생겨나며 가치나 질을 따지지 않습니다. 종이에 끄적인 낙서마저도 다 당신의 것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문장, 자료, 모두 주인이 있습니다. 필요에 의해 일부 인용할 때에도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내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세요.

저작권은 스타일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표현>에 있습니다. 남의 글을 보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 것은 가능하지만 단어나 문장을 가져오는 것은 표절입니다. 소설이 아니라 가요, 블로그 글, 비소설이나 과학서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위해 자료를 보았다 해도 글을 쓸 때에는 자신의 생각으로 소화한 뒤 자신의 언어로 새로 써 주세요.

 

추가 : 쓸 수 있을 때가 있어요.

1) 저작권자가 허락했을 때 : 주인이 써도 된다고 허락하면 쓸 수 있어요. 단지 갖는 것이 아니라 잠시 이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2) 사후 70년이 지났을 때 : 고전은 저작권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보통 번역자의 저작권이 있어서 막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3) 교육/비평을 위해 인용할 때 등

추가 2: 당신이 회사에서 일한 창작물은 회사의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에요. 게임회사에서 쓴 시나리오는 회사의 것이 됩니다.

 

이건 정말 짧게 쓴 것이라 그 외에도 알면 좋은 것들이 많아요. 강의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취직했을 때 알아야 할 법이 노동법이라면 작가가 되었을 때 알아야 할 법은 저작권법입니다. 작가가 되거나 작가의 길을 걸으실 분들은 나중에라도 언제든 한번쯤 강의든 책이든 찾아봐서 숙지하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을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요.

 

김보영
김보영

추천 콘텐츠

* 이야기글 마지막 인사

  저는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원래 작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그만두게 될 예정이었는데, 제가 여러분 졸업하시는 것도 보고, 글틴캠프도 가고 싶다고 우겨서 좀 더 있었습니다. 부족하나마 작은 문학의 날 행사로 몇 분 뵙고 가서 기쁘네요. 그간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참으로 좋은 글 많이 보았고, 많이 감동받고 마음아파하기도 했고, 미래의 좋은 작가님들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시작할 때도 제가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가르치셨고, 스스로 성장해가셨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평을 받는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차지 않으실 때도 있으셨을 텐데, 늘 어른스럽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학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가야 하지요. 또한 자신의 답을 믿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답을 존중하며 가야 하지요. 저는 제 생각과 원칙으로 임했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새 선생님이 오시면 저와는 또 다른 생각과 원칙으로 평을 하시리라 생각하며,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여러분의 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글쓰기는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우리의 마음에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계속 글을 쓰시기를 바랍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작은 문학의 날에 했던 저작권 이야기에서 추가 : : 짧은 시간이라 사실 다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말했듯이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갖지 않고, 아이디어는 서로 오가는 것이고 서로 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비슷하다고 작품을 버리거나, 비슷하다며 비난하는 일은 다른 의미로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중요해서 저작권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문화를 키우는 데에 필요한 기본 바탕이라서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재생산된다는 것을 믿고, 흔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의 진실로 대하며 만들어가세요. 그래서... 아이디어에는 저작권이 없고 표현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사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요. 그래서 표절을 판단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어요. 그러므로 그때에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피해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밖에,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쓴 작품은 저작권이 없답니다. 이를테면 게임 회사에서 만든 게임 시나리오나 그림은 회사의 것이지요. 강의나 비평을 위한 인용 역시 허용되고, 법전도 저작권이 없지요. 죽은 지 70년 된 사람의 작품은 저작권이 풀리고요. 그래서 신데렐라나 셜록, 홍길동의 콘텐츠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지요. 그 외의 예외들이 있습니다. 저는 진짜 전문가는 아니니, ^^ 제게 들은 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조금 더 알아보세요. 대학에 가신 분들은 청강해볼

  • 김보영
  • 2016-03-01
* 이야기글 2월 월장원 발표

2월의 월장원 후보는 프레티나 – 투또우 Live Forever – 투또우 난생의 기원 – 노송휘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입니다. *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프레티나 – 투또우 두 작품이 특히 좋았어요. 제 월장원 평이 없는 것은, 월장원까지만 와도 저로서는 명확한 논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선택하는 작품이 좋다는 것은 늘 확신해요. 하지만 떨어뜨리는 작품이 좋지 않은 건 아니죠. 모든 공모전이 또 그러하지 않은가 합니다. * 프레티나 – 투또우 를 2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축하드립니다.

  • 김보영
  • 2016-03-01
* 이야기글 2월 4주 우수작 발표

잠자리 대가리 - 탈퇴 회원 (이름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탈퇴하신 걸까요.) 글을 많이 안 써보신 분이 아니면 나이가 많이 어린 분 같습니다. 귀엽게 보기에는 무서운 글이네요. 비현실적인 상상을 한다 해도 논리가 없다면 의미를 갖기 어려워요. 일부러 비현실적으로 썼다는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곳에는 많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올라와요. 그것으로 점수를 깎지 않고요. 문장과 전개가 초보자 티가 많이 나서, 하직 뭐라 평가하기에는 이른 단계입니다. 지금 뭘 듣든 잘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전반적인 연습이 많이 필요하니 집에서 많이 써 보세요.   친환경 캠프 - 탈퇴 회원 스마트폰이 없으면 이만한 재난이 일어나는군요. 앞 소설보다는 재미있게 보았어요. 이게 대체 어디까지 가려 그러나, 하면서. 글은 어린데 역시 귀엽게 보기에는 너무 무섭네요. 간혹 요새 어린 분들은 최초의 아이폰이 생겨난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는 생각을 해요. 그만큼 스마트폰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가 지대하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보면서 지금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공기와 같은 물건일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쓰레기 먹는 카멜레온 – 맞봄 문장이나 전개는 연습이 많이 필요한 편이지만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쓰레기를 먹는 카멜레온이라면 확실히 사람도 먹을 것 같아요. 환경을 보호하려면 그게 제일이겠지요. 인간만 없다면 환경이 살아나는 건 순식간이라고 하지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곳은, 방사능으로 가득하기는 해도, 단지 인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하지요. 사실 쓰레기를 먹는 생물이라면 있어요. 미생물이라고... 단지 현대문명은 소독으로 그들을 척살하고, 그들의 활동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쓰레기를 내놓지요. 오염물질을 더 빨리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만드는 연구와, 미생물에게 더 쉽게 분해되는 물건을 만드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단지 경제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다보니 그 분야의 투자가 필요에 비해 적지요.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을 먹고 죽어가는 새나 거북의 이야기가 많고도 많지요. 어쩌면 상상하신대로 언젠가는 그들을 먹고 사는 동물도 생겨날지 모르겠어요.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오랜만에 다시 읽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전 소설을 생각하지 않고 이 자체로 다시 읽었어요. 거칠고 산만한 면들이 안정되고, 솟구치는 감정도 다듬어지고,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슬픔을 관조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외롭고 슬픈 두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우정을 나눕니다. 로빈의 대화는 짧고도 간단하지만 화자가 위로를 받았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화자는 마지막 만남에서 로빈의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가버렸고... 그를 돕지 못했다는 절망에 빠집니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의 능력 -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으로 로빈을 구원합니다. 그 구원이 로빈 뿐 아니라 자신의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같은

  • 김보영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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