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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 작성일 2005-06-25
  • 조회수 278

유목


                                                            


  표지판이 늘어날수록
  길 잃은 사람이 늘어난다

  야나친 도시를 찾는 해거름 보다
  먼저 뱌비치는 별이 빛을 올릴 즈음
  세월 없는 유목을 자랑이라도 하듯
  까라진 일고의 사내들 천막으로 모여든다
  술 나누는 잡설들이 이악하게 지붕을 매고
  밤으로 간다 죽은 채 꿈틀거리는 쭈꾸미가
  토막 난다 땀 냄새 번진 사내들이 어릿칠 때
  허공에 꼬이는 날벌레들은 술이 거나해져
  별이 되는 것일까 감히 잔 속으로 눈물을 빠뜨릴 때
  죽을 것에 대한 애정이랍시고 자란자란 담긴 국물
  뜨겁게 뎁혀 진다 담배 끄슬린 비닐 구멍으로 날아든
  히끄무레한 날벌레들 기우뚱한 의자 사이를 헤집으며
  자가사리 끓듯 시비가 붙다 깨진 병에 어룩한 것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것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것들이 이슥한 밤을 찌그러뜨린다
  술에 나라진 몸을 이끌고 엎드려 잠든 등 쓰다듬으며
  길을 재촉하는 얘기도 여기서 허락된 것이다
  엎어져 식은 국그릇에 짤랑이며 술추렴이라도 하려므나
  오냐, 나도 너만한 에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