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산책 11

절벽산책 11

 

 

 

벼랑길에 서 있는 소나무
손을 잡으라는 듯
죽은 가지 내밀고 있다
가지에 매달리는 순간
나는 반쯤 시체다 
시방 죽음을 붙잡고 있는 거다

 

툭, 부러지기라도 하면
끝장날 수밖에 없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는 어이없게도
죽은 가지에 운명을 맡긴다
정작 운명 앞에서는
이처럼 단순해지고 마는 것을
저 아래 세상에서는
왜 그리 숨가쁘게 살아왔을까

 

봐라
나에게도 죽은 가지가 있다
벌써 응고된 죽은 감각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붙잡고
이 길을 오를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갈 것이다

 

벼랑길 중간쯤에 매달린
나는 반쯤 살아있고 반쯤 죽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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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필

재미있습니다. 쉽게 와닿는 님의 시상이 조금만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