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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청계천

  • 작성일 2005-06-02
  • 조회수 352

 

간다면 어디로 가는가.

널브러진 불쌍한 서울 핏줄아!

귀한 아들 딸, 허리 휜 어미의 연인

그 용감한 사람들을 남겨두고.


지난 봄 나는 사랑하는 고향 하늘을

지독한 염색공장의 굴뚝 속에서 잃었지.

너는 믿지 못할 나를 염려하고

나는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키다리 너를

두 눈 퀭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기름밥이 고향의 배고픔보다 쓰리게

혁명의 성장기를 울리던 시절, 너는

시집 간 언니가 일러준 낯선 거리에서 만나

바람에 흩어지는 콧노래와 다정한 웃음으로

반갑게 나를 안아주었다.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가난한 젊은 날이 가진 외로움을 노리고

어느 누가 착한 마음 노략질 하였기에

부지런히 놀리던 야윈 손가락으로

이마 위 달력을 갈가리 찢고 있는가.


좋다, 차가운 시멘트 청계천

똥개처럼 뒤돌아서 골목으로 들어가라.

그것이 패배한 오늘의 네 모습일지니

꿈을 꾸는 새로운 청춘을 위해

눈보라는 매섭게 거리를 휘몰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