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휘, 「높은 봄 버스」

      심재휘 ┃「높은 봄 버스」을 배달하며       계단 몇 개 오른 것 같은데 벌써 봄이 갑니다. 피어야 할 봄꽃들은 진작 다 피었고 이제 지는 일만 남은 것이지요. 제가 봄 내내 부지런히 입었던 외투의 소매 끝단도 많이 해졌습니다. 사실 처음 이 외투는 제 마음에 꼭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한철을 같이 지나보냈다는 이유로 좋아졌습니다. 다시 계단 몇 개를 내려와야 하는 시간, 저는 외투를 깨끗하게 빨아서 늦은 봄의 햇빛 아래 말린 다음 어두컴컴한 서랍에 넣어둘 것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인사와 새날의 기약을 한데 두고 싶습니다.   시인 박준  […]

심재휘, 「높은 봄 버스」
/ 2022-05-26
김지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 중에서

    김지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을 배달하며       미래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어쩐지 이미 겪은 시간을 일컫는 말 같습니다. 아예 지나간 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쩌면 미래라는 말은 오지 않은 시간을 의미하는 낱말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의 꿈과 아스라한 기억이 반복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요. 가만히 이 장면을 읽고 있자니 오래 전 찬란한 햇빛 속에 보낸 여름이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그 여름에 좋아한 사람과 함께 한 일, 하려고 했지만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한때 바닷가를 거닐며 모래사장에서 빛나는 뭔가를[…]

김지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 중에서
/ 2022-05-19
이종민, 「기념」

      이종민 ┃「기념」을 배달하며       작품 속 주인공은 기념일을 맞은 듯합니다. 어젯밤 우르르 끓여두었던 미역국을 먹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생일이 되겠지요. 다만 누가 생일을 맞이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일 수도 있고 혹은 “잘 지내고 있나요. 숟가락을 들면 묻고 싶습니다.”라는 생각이 가닿는 이의 생일일 수도 있지요. 어쩐지 이 기념일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늦은 오전 눈을 떴고요. 집 앞으로 유치원생들이 지나가고 새벽에 내린 비는 마르고 있습니다. 미역국 국물에 말은 밥을 한 톨까지 잘 긁어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를 해서 탁탁 털어 널면 벌써 정오를 지납니다. 야외활동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이 옆 친구의[…]

이종민, 「기념」
/ 2022-05-12
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 중에서

    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을 배달하며       거리에서 다친 비둘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발을 다친 비둘기는 비교적 흔하고, 몸통에 상처가 난 비둘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 비둘기는 다른 비둘기와 먹이를 두고 하는 다툼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상처는 아물지 않고 점점 더 야위고 왜소해지기 마련이고요. 도시에서 비둘기가 워낙 흔한 새이다 보니 아무리 다쳤다고 해도 연민과 인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둘기가 다가올라치면 아예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리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발을 굴려 일부러 쫓아버리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둘기 돌보는 일을 합니다. 본래 옆 사무실의 류 계장이 돌보던 비둘기인데,[…]

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 중에서
/ 2022-04-28
도종환, 「통영」

      도종환 ┃「통영」을 배달하며       통영의 풍경을 넓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는 통영을 사랑한 윤이상과 이중섭이 등장하는데요. 통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입니다. 백석 시인과 박경리 소설가도 떠오르고요. 아울러 통영에는 제가 미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공예가들이 살았습니다. 갓장이가 만드는 갓, 나전장의 자개장롱, 두석장의 문갑, 소목장의 소반 등등. 통영에서 나고 자란 박경리 선생은 통영의 수공업이 발달한 까닭을 이렇게 설명해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바다에 나가서 생선배나 찔러먹고 사는 이 고장의 조야하고 거친 풍토 속에서 그처럼 섬세하고 탐미적인 수공업이 발달한 것은 이상한 일이다. 바다 빛이 고운 탓이었는지[…]

도종환, 「통영」
/ 2022-04-21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중에서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배달하며       뜨개질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몇 번 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능숙한 뜨개질의 비밀은 힘을 빼는데 있다는 걸 말입니다. 뜨개질을 처음 하게 되면 혹여 놓칠까봐 실도 꽉 쥐고 바늘도 꽉 쥐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바느질한 땀이 엄청나게 촘촘하고 단단해집니다. 땀 사이에 바늘을 찔러넣기도 힘들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 바느질은 힘든 일이 됩니다. 실을 꽉 쥐느라 온몸의 힘을 주다 보니 손목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등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있느라 어깨도 아파옵니다. 힘을 주면 결국 뜨개질을 오래 못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뜨개질을 하려면 몸의[…]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중에서
/ 2022-04-14
최현우, 「우리는 모두 한번쯤 상계동에 살았겠지요」 중에서

    최현우 ┃「우리는 모두 한번쯤 상계동에 살았겠지요」을 배달하며       어느 ‘동네’에 사십니까. 살고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 말고, 살고 있는 ‘동네’요. 한 동네에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동네의 기척이 있습니다. 단골 과일 가게 주인이 장사 준비를 시작하려고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쭉 펴는 모습, 모퉁이 떡집에서 방금 나온 떡을 냄새만으로 알아차리는 일, 문을 닫은 가게 자리에 어떤 가게가 들어올지 기웃거리며 자주 들여다보는 고갯짓이나 핫도그나 붕어빵 파는 트럭이 오는 요일을 체크해 두는 일 같은 것이요. 올해는 가로수 중 어느 나무의 꽃이 먼저 피는지, 화원에서 내놓은 나무가 지난 계절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단골[…]

최현우, 「우리는 모두 한번쯤 상계동에 살았겠지요」 중에서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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