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와 함께 춤을

분수와 함께 춤을   그랬다. 팔월 여름의 성수기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따가운 햇살이 얼굴을 때리고 삼십 도를 웃도는 열기가 걷기조차 힘드는 여름날씨에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분수대에 모였다.   물줄기가 공중을 향해 솟아오르다가 일제히 동시에 떨어지면서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더위를 한방에 날려 보낸다. ‘분수바닥이 미끄러우니 안에 들어가지 마시요!!’ 라고  써놓은 커다란 경고문은 이미 아이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수대 가장자리에 설치된 의자에는 아이들의 손에 이끌리어 온 어른들이 앉아 있다. 위로 위로 높이 더 높이 올라가려는 물줄기를 따라 시선이 움직이면서 그들도 잠시나마 일상사의 시름을 내려놓는 듯 했다. 딱히 웃을[…]

분수와 함께 춤을
/ 2015-08-17
우유(동화)

우유(동화)     “별이야~~”하고 부르면 아이는 냉장고 문 앞에서 무언가를 뒤지고 있습니다. “우유 사와” 텅빈 냉장고를 보면서 별이는 엄마를 향해 실망의 눈빛으로 말을 던집니다. 아이는 우유를 벌써 두통이나 먹어버리고 배가 고픈지 또 우유를 찾습니다.   아기였을 때부터 모유가 부족해 우유만 먹고 자란 탓인지 늘 우유만 찾습니다. ‘우유, 신선하고 맛있는 우유를 주세요~~’ 카셋트에서 별이가 좋아하는 우유 동요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별이는 엄마랑 대관령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해발 500m에 위치한 강원도의 고원지대인 대관령은 가을이 되어 누런 풀들이 들판을 덮고 있습니다. 방목하는 소떼들이 여유 있게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평화로이 펼쳐져있습니다. 천조각을[…]

우유(동화)
/ 2015-08-14
비밀의 정원

비밀의 정원   항상 하던 일중의 하나인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밥통에 쌀을 넣고, 밥이 다 될 때까지 콩나물 무침을 하기 위해 콩나물 꼬리를 다듬고 있었다. 당연히 하던 일이지만 콩나물을 다듬는 일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말없이 쪼그리고 앉아서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외삼촌이 오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나 왔다~~ 집에 있냐??” 삼촌은 문을 두드리는 대신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톤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삼촌의 한 손에는 검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얼른 봐도 묵직해 보였고 나는 봉투를 받아들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토실토실 영근 토마토랑 보라색 윤기가 나는 중간크기의 가지들이 들어있다.[…]

비밀의 정원
/ 2015-08-09

문   ‘열려라 참깨’ 라고 외치면 육중한 돌문이 열리면 그 안에서 금은보화가 번쩍인다.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 이야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한 두 번 쯤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일확천금을 꿈꾸어 보는 허황되지만 나의 이야기가 되었음을 하는 간절한 바램을 실어서 말이다. 그래서 돼지꿈을 꾸는 날에는 복권을 사기도 한다. 십여년 전 쯤, 내 나이 사십대에 나도 복권을 몇 번 산 적이 있었다. 언젠가 사촌오빠가 하루에 한번씩 복권을 산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헛된 꿈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 2015-08-05
낙엽의 향연

낙엽의 향연   지나치는 바람에 기다렸다는 듯 잎사귀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곳저곳에서   지나는 행인의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어루만지고 어깨를 툭툭 쳐본다. 행인은 괜스레 외투깃을 여미고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본다.   가을날 오후의 따가운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는 단풍과 은행잎들 그 청초한 아름다움에 행인은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본다.   하나둘씩 떨어지는 나뭇잎들은 어느새 땅위를 수북하게 덮는다. 낙엽 위를 걸어가던 행인은 어느새 아련한 옛 추억에 잠겨든다.   쉼 없이 분주한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행인은 허리 굽혀 낙엽을 주워본다.   나뭇잎이 곱게 물든 가로수길 아래에서 행인의 얼굴이 붉게,[…]

낙엽의 향연
/ 2015-08-05
여름

칠월의 태양이 아낌없이 대지에 빛을 발산한다. 회색 도로를 걸어가노라면 얼굴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가만히 있어도 삼십 도를 웃도는 온도에 무기력해지는 여름날이다. 매미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이 여름이 마치 자신만의 계절인양 마음껏 즐기고 있다. 뜨거운 한낮에도 깜깜한 밤이 와도 심지어 새벽까지 잠도 거부한 채 '맴 맴 맴 매~~앰' 맴돌이를 목청껏 외쳐댄다. 더위 때문에 이불위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귓전에 따갑게 부딪치는 매미소리를 듣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따가운 태양볕에 키다리 해바라기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노란 꽃잎을 피워낸다. 닭벼슬처럼 붉은 맨드라미가 더욱 더 붉은 꽃잎으로 물들어간다. 작고 앙징스러운 빨강, 노랑,[…]

여름
/ 201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