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꽃

이팝꽃   배 고프제, 밥 줄까? 먹다 남은 막걸리 있는데, 한 잔 줄까? 아버지 피시던 담배 있는데, 한 대 줄까?   늘 나의 배고픔으로 허기를 채우시다 가신 어머니   그리움이 몹시 배고프던 어느 날 이팝나무 꽃이 허옇게 출렁거렸다.   흰 쌀밥 한 광주리 머리에 인 어머니가 오셨다.

이팝꽃
/ 2016-04-07
너의 의미

너의 의미 내 슬픔은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에 물들어있다 누군가 톡 건들면 내 얼굴은 눈물바다가 된다 울고 싶지 않은데도 몸이 들썩일때가 있다 내 기쁨은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에 새겨져있다 내 눈이 흐릿해져 볼 수 없을 때 나는 더듬더듬 나의 기쁨들을 찾아간다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있는 나를 토닥여 준다 그래서 가끔 내가 눈을 감고 내가 너를 더듬더듬 찾아갈 때 너는 나의 행복이여라

너의 의미
/ 2016-03-29
꽃의 독백

누가 꽃 피는 일을 기적이라 부르는가   어둠과 얼음의 벽 뚫고 하늘 향해 일어서는 목숨 함성 터지듯   그 오랜 꿈과 눈물 마침내 한 줄기 빛이 되어서   죽음의 강 건너 이승까지 오는 길 멀고 멀어도   마음 속 아로새긴 별의 수만큼 찬란히 터져 나오는 저마다 하나뿐인 존재의 불꽃   아, 짧게 지더라도 아낌없이 살다가는 생 후회는 없어라   감히 영원(永遠)을 꿈꾸고 뜨겁게 스스로를 사랑했으므로  

꽃의 독백
/ 2016-03-28
일기(日記)

  일기(日記)   포엠스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수 길을 나는 듯이 지나고 부드러운 흙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딱딱한 아스팔트 길,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다   봄이 곁에 머무르는 듯 꽃들이 무대에서 재잘거리고 샹들리에 하늘의 서녘 마음에서는 점심으로 김밥과 같이 먹은 단무지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가로등처럼 기다란 어묵국 덕분에 따끈따끈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젓가락은 두 짝인데 봄이 놀러 온 정원의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는 나는 한 짝이었다 아니 내 그림자와 두 짝이었다   봄은 여러 가지 향기로운 꽃 옷을 입고 내 주위에서 패션쇼를[…]

일기(日記)
/ 2016-03-27
표현

나는 굵은 체로 시작해서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필기체로 끝난다 나만 담아내는 스피커는 지구에 붙어있는 어떤 것도 흔들지 못했다 나비효과를 믿어보고 싶다 그에게도 내가 가진 흔들림과 이유있는 파동을 적나라하게 한 발음도 놓치지 않고 전하고 싶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변소 옆에서 싸늘하고 창백한 겨울바람소리가 나은지 흔해빠진 구이용 불소리가 나은지 묻고 그는 늘 대답이 비슷하다. 싱거운 게 좋다고. 그의 질문 곁에서 입 밖의 사회의 진실과 입 안의 공간의 진실의 생각하며 시계추처럼 서성이다가 스피커가 터져버리면 멈춰버린다 쇠는 냉기에 약하다고. 어디 모르게 서리다고.

표현
/ 2016-03-24
시간이 흘러

  시간이 흘러 지은이:푸른백합 시간이 흘러 내가 먼저 죽는 다면 뼈를 갈아 흙에 뿌려주시오. 그 자리에 피어난 것이 잡초이면 뽑지 말고 물 한잔 내주시오. 그 자리에 피어난 것이 꽃이라면 그대 위한 꽃 봉우리 활짝 필테니 나에게 작은 입맞춤을 해주시오. 그 자리에 피어난 것이 나무라면 그대가 오래 살았다는 증거이니 마지막 길에 그늘이 되어 주겠오. 그대여 나 먼저 저승에 올라 지켜주겠오.

시간이 흘러
/ 2016-03-23
하늘 자리

하늘 자리   이창무   흙색의 하늘을 우러러볼 때   야밤은 내달리는 시커먼 펜슬에   하늘그림자를 움켜지며 내던진다   내 숨 자리 하늘 자리 편중의 소리 자리   하늘 그림자 속에 나란히 속삭이며   이곳을 지킨다.    

하늘 자리
/ 2016-03-22
빈공간(수정2)

    모래알 만도 못하게 작아져 공간의 틈바구니에 몸을 숨기고 싶다 매워진 공간의 만원에서 벗어나 조용히 빈공간과 같이 있고 싶다 맺어지고  소출하고 썩어내고  사라지고 무엇이나 종장에선 빈공간이 있다 하늘을 보면 하늘 속에 땅을 보면 땅 속에 물을 받으면 물 속에 그렇게 바라보다보면 가슴에도 어느새 그가 타오른다 하지만 사물에 빈공간 없다 우기는 사람들 우리의 쓸쓸함을 모른척하는 우리들 그래서 빈공간이 쓸쓸하지 않도록 쓸쓸함이 외면받아 쓸쓸하지 않도록 늘 나를 숨겨주는 그를 나는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변호하겠다

빈공간(수정2)
/ 2016-03-21
친정아버지의 답장

  바쁘게 일하고 있으면 '연락바랍니다'라고 오는 문자가 있다. 친정 아버지의 번호로 오는 것이다. 바쁘니까 이따 하자 하고 생각한 뒤 퇴근하면서 또 집안일을 하다보면 전화할 시간을 놓치고 만다. 그러다가 시간이 또 흘러 죄송한 마음에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며 한번 놀러가겠다고 건강하시라고 아이들 보면서 잘 지내시라고 나름 배려한답시고 문자를 보내드린다. 그리고 잠시 후 "잘 받았다. 너도 잘 지내라" 이런 내용의 답장을 받을줄 알았다. 그러나, 한참 시간이 지나서 온다는 메시지는 '연락바랍니다'였다.   그러자 한순간 그동안 연락바랍니다라고 온 아빠의 문자는 보고싶다는 글 대신에 보내는 문자라는걸… 그러니까 아빠는 그동안 문자보내는걸 잘 모르셨다는…   지난번[…]

친정아버지의 답장
/ 2016-03-21
아이 눈 (동시)

  아이 눈   포엠스타     아이 눈에 초록별 지구가 담겨 있어요   그 초록별 지구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학대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친구들과 즐거워야 할 어린이집에서도, 따뜻한 부모 품이 정다운 집에서도   초록별 지구가 학대받고 있어요   온몸에 멍이 든 초록별 지구가 어른들은 색안경을 껴서 보이지 않나 봐요   누가 어른들의 색안경 좀 벗겨주세요

아이 눈 (동시)
/ 201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