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채경, 「최고의 우주인」 중에서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을 배달하며       이소연 씨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우주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소연 씨의 다이어리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 다이어리가 '초과로' 허락된 개인 물품이라는 사실을 읽자니 어쩐지 먹먹해지더라고요. 이소연 씨는 갑자기 짐을 꾸리면서, 제한된 크기의 작은 지퍼백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얼마나 많이 생각했을까요. 본래 선발된 우주인이 교체되면서 갑자기 투입된 것이다 보니 자기 몫의 짐을 꾸릴 수 없는 형편이라 더욱 고민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마 다른 무엇보다 다이어리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우주에 대해 더 많이 기억해 두려면 뭐든 적어두고[…]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 중에서
/ 2022-01-20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중에서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을 배달하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떤 사안이나 물건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합니다. 혼자 불평을 늘어놓자니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고 미숙한 인간인 듯 민망하지만, 친구와 함께 불평을 쏟아내고 나면 유쾌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세상의 부당함에 의견의 일치를 본 기분이랄까요. 쓸데없는 불평 좀 그만하라거나 사사건건 트집 잡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개선할 점도 보이고 더 나은 점도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취향도 분명히 알게 되니까요. 묵묵히 참고 있는 게 오히려[…]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중에서
/ 2022-01-06
박연준, 「생각하면 좋은 것」 중에서

    박연준 ┃「생각하면 좋은 것」을 배달하며       이 글을 읽는 동안 ‘생각하면 좋은 것’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셨을 테지요.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 나무 그늘에 놓인 의자, 바람에 일렁이는 느티나무 잎사귀, 밤 늦게 눈이 쌓이는 소리, 천천히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 한겨울의 마가목 열매, 강가의 반짝거리는 윤슬, 같은 곳을 보고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 이런 것들이요.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세상이 조금 더 반듯해 보입니다. 작가는 이 글 바로 옆에 ‘시를 쓰는 방법 중 한 가지’라는 작은 제목의 페이지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그 중 첫번째가[…]

박연준, 「생각하면 좋은 것」 중에서
/ 2021-12-09
윤경희, 「빵집의 이름은 빵집」 중에서

    윤경희 ┃「빵집의 이름은 빵집」을 배달하며       이 글을 읽자니 제가 무척 좋아하는 빵집이 떠오릅니다. 인구 적은 소도시, 한적한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빵집인데, 그 가게의 이름도 ‘빵집’이에요. 저 역시 처음에는 숙소 근처라 우연히 가게에 들렀고, 먹어 보니 빵이 너무 맛있어서 머무는 동안 날마다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올 즈음에야 무심코 간판을 올려다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간판 중앙에 크게 “빵집” 이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어쩌면 세상의 작고 적요한 골목길에는 이름이 ‘빵집’인 근사한 빵집이 하나씩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거리의 소음이 잦아든 모퉁이에서 달콤하고 따뜻한 냄새로 사람들을 모으고, 빵의 재료나 생김새로[…]

윤경희, 「빵집의 이름은 빵집」 중에서
/ 2021-11-25
서장원, 「해변의 밤」 중에서

    서장원 ┃「해변의 밤」을 배달하며       사는 동안 뭔가를 잃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볼펜이나 메모지 같은 자잘한 것은 물론이고 시계나 지갑, 반지 같이 제법 의미 있는 물건도 종종 잃어버립니다. 신용카드나 노트북, 신분증 같이 분실하면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물건을 분실할 때도 있고요. 뭔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간혹 잃었다 여긴 것이 운 좋게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가방을 공원 벤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깨닫고 달려갔는데,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때도 있고, 누군가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주어 찾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잃어버린[…]

서장원, 「해변의 밤」 중에서
/ 2021-11-11
이나리,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이나리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을 배달하며       소설에 등장하는 부녀는 차를 타고 어두운 밤의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두 사람이 달리고 있는 게 아니라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아무데도 가고 있지 않은 사람들 같습니다. 잘못 들어선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이 생깁니다. 걷고 있는 중이라면 원하는 곳으로 당장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운전 중이라면 그럴 수 없습니다. 유턴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유턴 지점을 찾아 한참 달리다 보면 목적지로부터[…]

이나리,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 2021-10-28
김유원, 「불펜의 시간」 중에서

    김유원 ┃「불펜의 시간」을 배달하며       야구를 잘 모르지만 친구를 따라 야구장에 가본 적 있습니다. 응원하는 무리에 섞여 타자가 친 공이 떠오르는 걸 지켜보노라니, 야구는 공이 그리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보기 위한 경기가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파울볼이나 뜬공을 보는 것도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야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서 해본 생각이겠지요. 프로 스포츠니까 당연히 야구는 승부를 내야만 합니다. 이긴 팀이 있으면 지는 팀이 있고, 동점이 되면 연장전에 돌입해서라도 승패를 결정 짓습니다. 당황스럽게도 주인공 혁오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피하고자 일부러 볼넷을 던져왔습니다. 남들은 선발투수가 되고 싶어하지만 혁오는[…]

김유원, 「불펜의 시간」 중에서
/ 2021-10-14
유혜빈, 「미주의 노래」

      유혜빈 ┃「미주의 노래」을 배달하며       마음의 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말이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말 없는 순간에도 우리는 마음을 전하거나 읽을 수 있으니까요. 모국어로 삼아 구사할 수 있는 말이 서로 달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다 알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 아마 마음의 소리는 웃음이나 울음 혹은 노래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요. 왜 마음먹기도 전에 들어차 있을까요. 이렇게나 가깝고도 먼 것일까요.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이길래 누구는 볼 수 있고[…]

유혜빈, 「미주의 노래」
/ 2022-01-13
박철, 「김포행 막차」

      박철 ┃「김포행 막차」을 배달하며       늦은 밤, 마지막 배차 순서의 버스가 달리는 풍경이 선연하게 그려집니다. 버스 안에 혼자 남아 있던 손님까지 목적지에 잘 도착한 것이고요. 그 손님은 이내 골목 끝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손님이라는 존재를 시간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이 작품의 의미는 한결 넓어집니다. 그동안 기쁘지 않은 시간만큼 울었고요. 슬프지 않은 시간만큼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막차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손님이 없지만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 버스를 운전하는 한 사람이 핸들을 꼭 쥐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힘든 일도 많고 사랑도 많았던 지난 시간들을[…]

박철, 「김포행 막차」
/ 2021-12-30
이유리, 「왜가리 클럽」 중에서

    이유리 ┃「왜가리 클럽」을 배달하며       모든 존재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왜가리가 부리를 내리꽂아 은빛 송사리를 낚아채듯, 우리에게는 삶의 한 순간을 잡아두기 위해 온 마음을 모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걸거나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언제나 성공만 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몰두해도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뭔가 낚아챘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면 그저 요란하게 물만 튕긴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의지를 다잡고 시작한 일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는 것도 자주 겪습니다. 뜻을 이룰 때보다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상할 때가 더 많고요. 그러다 보면 본래 간절히 바라던[…]

이유리, 「왜가리 클럽」 중에서
/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