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희랍어 시간」 중에서

      작품 출처 : 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52-56쪽, 문학동네, 2011년.       한강 │ 「희랍어 시간」을 배달하며…         언어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꾸었던 생애 첫 꿈은 낯선 거리에 눈이 내리는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그 서늘하고 조용한 세계 안에, 아직 어린 아이였던 그 사람이 혼자, 놓여있었던 거지요. 이 아름답고 슬픈 소설 <희랍어시간>을 읽는 내내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당신 생애의 첫 꿈은 무엇이었는지요?        -일 년 동안, 제가 좋아하는 소설과 그 안의 문장들을 소개할[…]

한강, 「희랍어 시간」 중에서
/ 2017-12-21
이기호, 「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 중에서

      작품 출처 : 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136-139쪽, 문학과지성사, 2013년.       이기호 │ 「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를 배달하며…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눈이 안 보이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27년을 살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각막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이 옵니다. 그의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데 기증자는 뇌사 상태이고, 그의 아이가 기증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자신과 어머니 앞에 펼쳐진 이 갑작스러운 비극을요.     누군가의 비극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 ‘내 눈’을 밝히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마음에[…]

이기호, 「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 중에서
/ 2017-12-07
김혜진 , 「딸에 대하여」 중에서

      작품 출처 : 김혜진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 127-131쪽, 민음사, 2017년.       김혜진 │ 「딸에 대하여」를 배달하며…         ‘딸에 대하여’ 라는 이 소설의 제목을 여러 번 반복해 읽습니다. 딸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은 타인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입니다. 딸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타인에 대하여 말하는 것입니다. 딸일지라도 나의 분신이 아님을, 다만 또 하나의 타인일 뿐임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소설에는, 하나뿐인 딸을 생의 유일한 희망처럼 여기고 살던 한 여성이 조금씩 변모해가는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그녀가 치매 노인의 손과 발을 묶은 이들을 향해, 이건[…]

김혜진 , 「딸에 대하여」 중에서
/ 2017-11-23
윤성희, 「하다 만 말」 중에서

      작품 출처 : 윤성희 소설집, 『감기』, 47-51쪽, 창비, 2007년.       윤성희 │ 「하다 만 말」을 배달하며…         십일월이 되면 윤성희 작가의 소설을 꺼내 읽습니다. 그 중에 특히 이 소설. ‘하다 만 말’을 읽으면 꼭 울게 됩니다. 운다고 해서 흐느끼는 울음을 상상하면 안 됩니다. 실은 좀 이상합니다.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는데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으니까요. 이 소설의 ‘나’는 이르게 세상을 떠난 소녀입니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찾아왔습니다. 소녀가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오빠의 탁구공에 살짝 입김을 불어 넣어 옮겨 줄 때, 조금씩 녹슬기 시작한 어머니의 심장을[…]

윤성희, 「하다 만 말」 중에서
/ 2017-11-09
최정화, 「팜비치」 중에서

      작품 출처 : 최정화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 31-34쪽, 창비, 2016년.       최정화 │ 「팜비치」를 배달하며…         팜비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곳입니다. 이 소설은,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휴양지 팜비치로 떠난 한 가족의 여행기입니다. 또한, 두고 온 상어튜브를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처절하고 우스꽝스러운 고행담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의 내면에 드리워진 미묘한 불안의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왼쪽 다리를 삐끗했을 뿐 그 남자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독자는 점차 그의 불안에 잠식되어 갑니다. 신경쇠약 직전의 이 남자는 잃어버린 상어튜브를 되찾아 무사히 가족들 품에 전달할[…]

최정화, 「팜비치」 중에서
/ 2017-10-26
양귀자, 「한계령」 중에서

      작품 출처 : 양귀자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352-355쪽, 쓰다, 2012년.       양귀자 │ 「한계령」을 배달하며…         이십 오년 만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밤무대 가수가 된 그 친구에게 공연을 보러 오라고 초대를 받는다면? 어떤 이는 한달음에 뛰어가 옛 친구와 반갑게 상봉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기에, 간다만다 딱 부러지게 밝히지도 못하고 재회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합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열여덟 살이었습니다. 두 친구가 언제쯤 만나게 될까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납니다.[…]

양귀자, 「한계령」 중에서
/ 2017-10-19
김인숙, 「빈집」 중에서

      작품 출처 : 황석영,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8』, 82-85쪽, 문학동네, 2015년.       김인숙 │ 「빈집」을 배달하며…           ‘이십 칠년, 그녀는 남편과 이십 칠년을 함께 살았다.’ 이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그들은 평범한 중년 부부입니다. 남편은 평생 소규모 화물과 이삿짐 나르는 일로 가계를 꾸려왔고, 자녀들은 어느새 ‘죽순처럼’ 쑥쑥 자라 제 앞가림을 시작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생은 이럭저럭 무탈합니다. 추리소설 읽는 취미를 가진 아내의 눈에는 젊은 여성 손님들에게 ‘친절하다기보다는 공손했고 공손하다기보다는 때때로 비굴하게 보일 정도’인 소심한 남편이 늘 불만스러웠지요. 남편이 연쇄살인마임을 의심하는 추리소설의 여주인공을 동경하기도[…]

김인숙, 「빈집」 중에서
/ 2017-09-21
이토야마 아키코, 「바다에서 기다리다」 중에서

      작품 출처 : 이토야마 아키코 소설집, 권남희 역, 『바다에서 기다리다』, 50-55쪽, 북폴리오, 2006년.       이토야마 아키코 │ 「바다에서 기다리다」를 배달하며…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직장동료로 만났지만 죽이 잘 맞고 마음이 잘 맞아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지요. 그들은 어느 날, 엉뚱한 약속을 하나 합니다. 둘 중 하나가 갑자기 죽게 되면 서로의 하드디스크를 몰래 파기해주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물론 파기하기만 할 뿐 그 안의 것을 열어보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 비밀이 엄청난 국가기밀이거나 끔찍한 범죄의 증거 같은 것들은 아닐 겁니다. ‘남이 보면 곤란한[…]

이토야마 아키코, 「바다에서 기다리다」 중에서
/ 2017-09-07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중에서

      작품 출처 : 올리비아 랭 에세이, 『외로운 도시』, 13-15쪽, 어크로스, 2017년.       올리비아 랭 │ 「외로운 도시」를 배달하며…          어떤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는 건 그 감정을 느끼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영국의 작가 올리비아 랭은 에세이 ‘외로운 도시’에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진 대도시 속에서 느끼는 개인의 고독에 대하여 씁니다. 고독이란 몹시 개인적인 감정입니다.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고, 사람을 제 심연 속에 웅크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많은 예술가들은 그 고독 속에서 경이로운 작품들을 창조해냈습니다. 올리비아 랭은,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인 데니스[…]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중에서
/ 2017-08-17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중에서

      작품 출처 :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79-81쪽, 문학동네, 2017년.       김애란 │ 「노찬성과 에반」을 배달하며…          이 작품을, 고통과 선택 그리고 상실에 대한 소설이라고 읽는 것은 어떨까요. 찬성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입니다. 소년이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옆 화단에 묶인 늙은 개를 발견했을 때, 저는 외로운 존재 둘이 서로를 알아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를 에반이라고 부를 때, 이제 소년이 조금 덜 외로워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반은 큰 병에 걸립니다. 소년은 에반의 지독한 고통을 없애주려고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돈을[…]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중에서
/ 201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