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탐페레 공항」 중에서

      장류진의 「탐페레 공항」을 배달하며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공항은 종종 찾아가곤 합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무안국제공항이 있는데, 거기 일층 국제선 입국장 출구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전광판에 뜨는 항공 스케줄을 멀거니 바라보는 것, 그게 제 작은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무안국제공항은 아무런 비행기도 뜨지 않고, 그 누구도 도착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엊그제도 그쪽으로 가보았는데, 6월까지는 아무런 운행 스케줄도 잡혀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사람이 없는 공항은 마치 물길이 끊긴 항구 같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드라마도 없는 법. 공항이라는 장소는 정말이지 평생 만날 수 없을 것[…]

장류진, 「탐페레 공항」 중에서
/ 2020-05-21
오은, 「다독이는 안녕」 중에서

      오은의 「다독이는 안녕」을 배달하며       모두 힘든 시기이지만 작은 카페나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더 크게 눈에 들어오는 시절입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자가 격리'를 이유로 책을 읽거나 그동안 미처 살피지 못한 자아의 어떤 지점을 돌아보는 것 역시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자아니 마음이니 하는 것들도 다 '밥' 다음에 오는 것이니까요. 이런 때일수록 서로의 말에 대해 더 고민하고 엄격해져야 하겠지요. 그 말을 살피는 것이 시인이고, 그 말을 상황에 적용하는 게 소설가의 일인데, 이런 문장을 쓰는 시인 앞에선 그냥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모두가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띄워봅니다. 천천히 천천히 올라오는 게[…]

오은, 「다독이는 안녕」 중에서
/ 2020-05-07
백수린, 「언제나 해피엔딩」 중에서

      백수린의 「언제나 해피엔딩」을 배달하며       엔딩은 시간과 관련된 말 같지만 사실은 어떤 감정과 더 잘 어울리는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앞에 자꾸 '해피'나 '새드'가 자리 잡는 거겠죠. 지치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 속에 있으면 저 역시 '해피엔딩'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 후 쓱쓱 박 선생이 백팩 속에 물건을 밀어 넣듯 눈앞에 일들을 처리해나갑니다. 봄은 언제나 봄이죠. 봄은 늘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만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느껴야죠. 벚꽃도 보고 바람도 맞아야죠. 우리는 이미 이 봄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짧은소설도 매력 있지요?[…]

백수린, 「언제나 해피엔딩」 중에서
/ 2020-04-23
권여선, 「손톱」 중에서

      권여선의 「손톱」을 배달하며       때론 숫자를 읽는 일도 이렇게 슬플 수 있지요. 스물한 살 소희의 삶은 온통 숫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통근버스를 타고 있을 때나 늦은 밤 '24시간 짜장 짬뽕'집에 들어갔을 때나 소희는 언제나 계산을 하고 숫자로 상황을 판단합니다. 사람은 떠나도 숫자는 정직하게 남는 법. 엄마도, 언니도, 똑같이 빚만 남겨 놓은 채 사라진 소희 앞엔 숫자의 구체성만 오롯이 살아 있습니다. 어쩌자고 작가는 이렇게 아픈 인물을 우리 앞에 데려다 놓은 걸까요? 힌트는 아마도 '얼어죽을 냉동치료'에 있겠죠. 그냥 '냉동치료' 해도 되는데 작가는 굳이 '얼어죽을'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때 작가는 너무너무[…]

권여선, 「손톱」 중에서
/ 2020-04-09
새로운 문학집배원(문장배달)을 소개합니다.

  문장배달 – 소설가 이기호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서 살 때의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찾아오던 집배원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분은 읍내 터미널 옆 약국 건물 이층에 세 들어 사는 이십 대 후반의 솔로이기도 했다. 집배원 아저씨는 할머니 집에 들어서면 항상 자전거를 마당 한가운데 삐딱하게 세워두고 마치 제집인 양 신발을 벗고 툇마루로 올라왔다. 그러곤 할머니와 마주 앉아 군대 간 막냇삼촌이 보내온 편지를 쭉 찢어 소리 내어 읽어주곤 했다(할머니는 까막눈이었으니까). 막냇삼촌이 보낸 편지는 대부분 '아아, 그리운 어머님께'로 시작되곤 했는데(나중에 내가 다시 읽어보니 '아아' 같은 말은 없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훌쩍훌쩍[…]

새로운 문학집배원(문장배달)을 소개합니다.
/ 202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