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 중에서

    김지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을 배달하며       미래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어쩐지 이미 겪은 시간을 일컫는 말 같습니다. 아예 지나간 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쩌면 미래라는 말은 오지 않은 시간을 의미하는 낱말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의 꿈과 아스라한 기억이 반복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요. 가만히 이 장면을 읽고 있자니 오래 전 찬란한 햇빛 속에 보낸 여름이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그 여름에 좋아한 사람과 함께 한 일, 하려고 했지만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한때 바닷가를 거닐며 모래사장에서 빛나는 뭔가를[…]

김지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 중에서
/ 2022-05-19
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 중에서

    이경 ┃「비둘기에게 미소를」을 배달하며       거리에서 다친 비둘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발을 다친 비둘기는 비교적 흔하고, 몸통에 상처가 난 비둘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 비둘기는 다른 비둘기와 먹이를 두고 하는 다툼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상처는 아물지 않고 점점 더 야위고 왜소해지기 마련이고요. 도시에서 비둘기가 워낙 흔한 새이다 보니 아무리 다쳤다고 해도 연민과 인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둘기가 다가올라치면 아예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리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발을 굴려 일부러 쫓아버리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둘기 돌보는 일을 합니다. 본래 옆 사무실의 류 계장이 돌보던 비둘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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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8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중에서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배달하며       뜨개질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몇 번 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능숙한 뜨개질의 비밀은 힘을 빼는데 있다는 걸 말입니다. 뜨개질을 처음 하게 되면 혹여 놓칠까봐 실도 꽉 쥐고 바늘도 꽉 쥐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바느질한 땀이 엄청나게 촘촘하고 단단해집니다. 땀 사이에 바늘을 찔러넣기도 힘들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 바느질은 힘든 일이 됩니다. 실을 꽉 쥐느라 온몸의 힘을 주다 보니 손목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등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있느라 어깨도 아파옵니다. 힘을 주면 결국 뜨개질을 오래 못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뜨개질을 하려면 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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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4
최현우, 「우리는 모두 한번쯤 상계동에 살았겠지요」 중에서

    최현우 ┃「우리는 모두 한번쯤 상계동에 살았겠지요」을 배달하며       어느 ‘동네’에 사십니까. 살고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 말고, 살고 있는 ‘동네’요. 한 동네에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동네의 기척이 있습니다. 단골 과일 가게 주인이 장사 준비를 시작하려고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쭉 펴는 모습, 모퉁이 떡집에서 방금 나온 떡을 냄새만으로 알아차리는 일, 문을 닫은 가게 자리에 어떤 가게가 들어올지 기웃거리며 자주 들여다보는 고갯짓이나 핫도그나 붕어빵 파는 트럭이 오는 요일을 체크해 두는 일 같은 것이요. 올해는 가로수 중 어느 나무의 꽃이 먼저 피는지, 화원에서 내놓은 나무가 지난 계절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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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1
이민진, 「장식과 무게」 중에서

    이민진 ┃「장식과 무게」을 배달하며       정우신은 어떤 사람일까요. 여러 사람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정우신은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좋은 사람이면서 보물찾기를 하는 소녀 같은 면모를 지닌 사람이기도 합니다. 골판지 상자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이런 다양한 진술을 통해서 ‘정우신’이 실제로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정우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형으로 친다면 사람은 종이인형처럼 앞과 뒤가 납작한 존재가 아니라, 뜨개로 짜서 솜을 잔뜩 넣은 편물 인형에 가깝습니다. 앞에서 보는 모습과 뒷모습, 옆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게 보이는 존재이지요. 그처럼 사람은 보는 위치와 그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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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7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중에서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을 배달하며       실험실에서 초파리 키우는 일을 하던 원영이 어느 날 원인 모를 병에 걸렸다면, 누구나 쉽게 실험실의 환경을, 실험 중 사용한 약품이나 부주의한 약물 사용을 의심하게 됩니다. 실제로 비슷한 뉴스를 들어본 적도 있으니 영 개연성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지유의 생각대로 원영의 병은 산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영은 실험실에서의 일을 꿈처럼 소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찮은 초파리를 소중히 키웠고 자신이 해를 끼칠까봐 염려했습니다. 원영이 지유에게 소설의 아이디어인 척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되새기노라면, 원영의 지난 삶이 생생히 그려집니다. 원영이 그동안 감내해 왔던 것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이산화탄소나 초파리를 키우는데[…]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중에서
/ 2022-03-03
전명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중에서

    전명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을 배달하며       멀리 여행을 떠나신 지 오래되셨지요? 특히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로의 여행이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먼저 가이드북을 챙기게 됩니다. 그럴 때 가이드 북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사진 자료가 다양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은 책, 누구에게나 알려진 여행 코스말고 색다른 장소를 추천하는 가이드북이라면 손색이 없겠지요. 하지만 가이드북에 표기된 정보만 의지하고 있다가 당황한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발행된 지 오래 된 가이북일수록 정보 오류는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이미 출판된 책에는 교통 사정이나 현지 상황이 발 빠르게 반영되기 어렵다 보니 그런 일은 종종[…]

전명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중에서
/ 2022-02-17
서유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중에서

    서유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을 배달하며       체크아웃과 체크인의 시간을 지나면서 오후가 되었다. 체크인한 손님들은 테이블 옆에 트렁크를 세워 둔 채 커피를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거실로 들어갔다. 봄이 왜 이렇게 짧아.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가. 호텔 안의 모든 사람들이 계절과 시간에 대한 얘기만 주고받는 것 같았다. 오후 산책 못 할 것 같아. 지호가 우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섬 밖으로 나갔다가 마지막 배를 타고 돌아올 거라고 했다. 괜찮아. 산책은 다음에 하면 되지. 이번에는 내가 웃는 이모티콘을 붙였다. 무슨 일 때문에 나가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몇 글자 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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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3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 중에서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을 배달하며       이소연 씨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우주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소연 씨의 다이어리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 다이어리가 '초과로' 허락된 개인 물품이라는 사실을 읽자니 어쩐지 먹먹해지더라고요. 이소연 씨는 갑자기 짐을 꾸리면서, 제한된 크기의 작은 지퍼백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얼마나 많이 생각했을까요. 본래 선발된 우주인이 교체되면서 갑자기 투입된 것이다 보니 자기 몫의 짐을 꾸릴 수 없는 형편이라 더욱 고민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마 다른 무엇보다 다이어리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우주에 대해 더 많이 기억해 두려면 뭐든 적어두고[…]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 중에서
/ 2022-01-20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중에서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을 배달하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떤 사안이나 물건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합니다. 혼자 불평을 늘어놓자니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고 미숙한 인간인 듯 민망하지만, 친구와 함께 불평을 쏟아내고 나면 유쾌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세상의 부당함에 의견의 일치를 본 기분이랄까요. 쓸데없는 불평 좀 그만하라거나 사사건건 트집 잡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개선할 점도 보이고 더 나은 점도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취향도 분명히 알게 되니까요. 묵묵히 참고 있는 게 오히려[…]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중에서
/ 202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