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숯불의 詩 김 신 용(낭송: 김신용) 군불을 지피고 남은 숯불에 감자를 묻는다 숯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온기로 몇 알의 감자라도 익힌다면 사그라져 남는 재도 따뜻하리라,고 생각하는 눈빛 같다. 수확이 끝난 빈 밭에 몇 줌의 감자를 남겨두는 경자(耕者)의 마음도 저와 같을까? 묻힌 것에게 체온 다 주고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이 삶이 경전(耕田)이며 곧 경전(經典)이라고 말하는 눈빛 같기도 하다 추수가 끝난 빈 밭에서 주워온 몇 알의 감자, 숯불 속에서 익고 있는 그 뜨거운 속살이 심서(心書) 같아 마음의 빈 밭에라도 씨앗 하나 묻어둔 적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