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등이 있는 숲길 양 애 경(낭송: 윤미애) 초여름 저녁 어스름산책로로 접어드는데파득, 하고가로등이 날개 펴는 소리가 들렸어요올려다보니빛의 씨앗이 점점 더 붉게더 환하게 켜지더니밤의 우주를 향해 열린 커다란 등대가 되더군요 내 마음도 가로등처럼 켜져서우주를 향해그대, 나 외로워!라고 나와 밤하늘만 들을 수 있는큰 소리로 외쳤어요 빛의 빠르기로 대답이 와도몇천 년 후에야 이 자리에 도착할지 몰라요 산새가 가쁜 내 숨소리를 따라와서자기도 답.답.해. 답.답.하다고나무 위에서 큰 소리로 울어줬어요 하늘엔 초승달과 별이 마주보며저렇게 수줍게 열려 있는데 밤이 다가온 숲과사람이 사는 마을 사이저렇게 아름다운 불빛들이 걸렸는데… – 양애경 시집『내가 암늑대라면』(고요아침) 저녁 어스름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