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천,「아이들을 위한 기도」

아이들을 위한 기도                                        김시천(낭송: 김근)   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한 것처럼아이들이 나를 그처럼 있게 해주소서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겸허히 서게 해주소서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알게 하소서위선으로 아름답기보다는진실로써 추하기를 차라리 바라오며아이들의 앞에 서는 자 되기보다아이들의 뒤에 서는 자 되기를바라나이다당신에게 바치는 기도보다도아이들에게 바치는 사랑이 더 크게 해주시고소리로 요란하지 않고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깨우쳐주소서당신이 비를 내리는 일처럼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을 일러주시고아이들의 이름을 꽃처럼 가꾸는 기쁨을남 몰래 키워가는 비밀 하나를끝내 지키도록 해주소서흙먼지로 돌아가는 날까지그들을 결코 배반하지 않게 해주시고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아와그들 곁에 순한 바람으로머물게 하소서저 들판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우리[…]

김시천,「아이들을 위한 기도」
/ 2006-05-15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낭송: 도종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이 발로 폴짝폴짝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뼈마디를 덮은 살가죽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굳은살이 덮인 발바닥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가만히 계셔요 어머니잘못하면 다쳐요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어머니에게 안기어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