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학 ┃「밤기차」을 배달하며 종종 기차를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승강장에 조금 이르게 나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물론 제가 탈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거나 몇 분 정도 지연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차는 단 한번도 약속된 시간보다 이르게 온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알면서도 미리 나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승강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차를 타는 사람만 이곳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누군가를 배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짐을 들어주고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에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잘 들리지도 않는 당부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 저는 그들이 기차가 떠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