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민 ┃「기념」을 배달하며 작품 속 주인공은 기념일을 맞은 듯합니다. 어젯밤 우르르 끓여두었던 미역국을 먹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생일이 되겠지요. 다만 누가 생일을 맞이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일 수도 있고 혹은 “잘 지내고 있나요. 숟가락을 들면 묻고 싶습니다.”라는 생각이 가닿는 이의 생일일 수도 있지요. 어쩐지 이 기념일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늦은 오전 눈을 떴고요. 집 앞으로 유치원생들이 지나가고 새벽에 내린 비는 마르고 있습니다. 미역국 국물에 말은 밥을 한 톨까지 잘 긁어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를 해서 탁탁 털어 널면 벌써 정오를 지납니다. 야외활동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이 옆 친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