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파티 16
- 작성일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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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파티 16
하혜희
개
거인들이 많은 손들로 인간들을 쓰다듬는 꿈이 나를 그곳에서 벗겨 냈다 내가 오늘의 인간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내일의 거인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드리우기를 그들은 전기이고 빛이다, 신들의 그림자가 우르릉댄다, 말로 된 무논 위로, 그들은 열을 맞춰 인간들을 꽂아 심으려 한다, 바보는 먼바다에서 기후처럼 일어서는데, 해일로 그 경지를 덮치려고다
로봇
죽을 때까지 싸우자는 세상에서 싸우지 않으려고 죽은 내가 이곳에서 영문 모르게 앉았다가 터졌다가, 이 저승 풍경 속에서 또 죽어 놓인 나를 비정한 별 하늘이 읽으려는 것과 같이
기계의 말을 배우겠다며 절지동물들은 모래 속에서 기어 나옵니다 무슨 디움이니 리움이니 하는 것들을 나의 기억으로부터 집게발로 고르는데, 우리의 문법은 다른 층계에 있다고 일러 주려 해도 그들에게 닿지 않고 간지러울 따름입니다
유령
여러 사람이 되려고 하는 여러 사람이 되려고 하는 심중에 한 사람뿐 살갗에 한 사람뿐, 신은 우릴 놓고 도박했다가 서럽게 울고 있다 거지꼴로, 눈만 번쩍이면서 앉아 있다 저 구석에서 위안받고자
임금이 한 나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 그들이 엉거주춤 바다 위에 서나니, 찢어서 떼어 놓은 반죽 같은 것아, 끓고 있는 것아, 낳는다는 것을 어떤 일로 생각했느냐, 접을 수 있다 생각했느냐 펼 수 있다 생각했느냐, 무정한 윤슬 위에서 누구의 말인지 분간할 수 없고, 임금의 몸 위로 기대는 한 나의 음성이 마지막인 듯이 물결친다
바보
낳아야 하는 곳이 아니고 죽여야 하는 이곳이라면
우리는 이곳에게 물어야 한다 턱밑에 망치를 대고
죽을지 살지를
내가 이곳이냐? 아니다
우리가 원해서 이렇게 됐다고들 하지?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네가 이곳이냐? 아니다
우리가 다 무엇이냐고 했지?
이것이 우리다 이것이
우리는 원한다
우리는 벌을 원한다
그다음에 벌을 원한다
그리고 벌을 원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느냐
용서할 자유 없는 이곳이,
우리에게 오물로 쏟아붓는 자유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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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지 이혜미 아마도 불안의 힘을 믿던 겨울이라서 갖가지 꿈을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봄잠에서 깨어나 여름 저녁의 먼동으로, 새벽안개를 팔아 복숭아나무 잎을 얻어 가며 환하고 독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도망침의 연속이더군요 숲길을 걸으면 줄지어 견디고 있을 나무들, 두려움이 우리의 신이란 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지요 걸음 딛는 사이마다 잿더미였습니다 나무의 그림자를 밟으며 약속의 기한을 짐작했습니다 고독도 오래된 미신이라서 부를수록 제 몸집을 키워 갑니다 껍질 터진 고목을 껴안으면 떠난 자들의 정념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빛과 바람은 갈라지지 않고 물줄기는 몸 없이 스미는데 인간의 욕심만이 끝없이 파묻힐 안온함을 찾는군요 신목에 깃든 혼백인들 가지 하나 붙들고 버티겠습니까 벽사(辟邪)도 축귀도 내내 머금은 기척은 건드리지 않는 법입니다 상처를 부적처럼 지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가 불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쇠락한 자리에 나앉으면 허기도 재앙도 다정한 내 편이었지요 대문에 뿌려 둔 붉은 술과 흰쌀밥으로 내내 배부를 수도 있겠지만 다녀간 자취에 자꾸 생각을 엮으니 훗날 껴묻거리로 삼을 어리석음입니다 겨울빛에 새로 돋은 가지 끝 남청 깃발로 융숭해집니다 작은 매듭으로 어려움을 다 묶어 둘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그저 나무의 방향을 벗 삼아 오랜 홀로를 여며 두는 잠시입니다
- 관리자
- 2025-12-01
니트의 농담 이혜미 아니 근데 오늘따라 더 멋지네 미치고 싶은 계절에는 옷을 잘 입었다 불빛처럼 젖은 사람도 있었고 밤마다 액정을 닦던 시간도 있었다 멀쩡한 얼굴로 인사하고 손톱만 깨물다 헤어졌어 기억으로 모습을 모아 둘 수 있다 안심했던 것 같아 남겨진 한때를 바라볼 시간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찍는 순간 잊어버리고 마는 장면들이었는데 지나간 사람들은 왜 다 웃고 있을까 보풀처럼 희미해진 얼굴들이 멀어서 더 예뻤다 아름답다는 말은 닿지 못해도 좋다는 뜻이래 근데 이거 혼자 들기엔 너무 무거운 마음인데 조금만 같이 들어 주면 어떨까 사실 미치기는 어렵지 않아 정확히 미치기가 어렵지 제정신이었다면 지금 여기 있겠어? 진작 결혼했겠지 좋았던 건 다 미쳤지 사라진 뒤에도 말을 걸어 멀리를 향해 춤을 추게 해 올 풀린 스웨터처럼 웃었다 제정신으로는 의미도 여기도 틈새의 춤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 관리자
- 2025-12-01
수북이 쌓인 바닥 심지아 나의 말과 멀어지려고 생겨나는 거리에서 단어 그림자 보행자 너의 남은 것 이해가 떨어져 나간 발치에서 흐려지는 발 입이 흘리고 다니는 음절의 분절들 가만한 바람 그것이 나의 근력 단어를 따라 정지한다 거기 와 있고 도착하지 않고
- 관리자
- 2025-12-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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