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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츠(まなつ)

  • 작성일 2024-09-01

   마나츠(まなつ)

 

이도원

 

   초여름 새엄마와 열무국수 먹으며

   종로에서 길을 잃었던 과거(科擧)

   공사판 소음에 구분되지 않던 현실(現實)

   팥빙수 포장하며 보았던 공원의 노인(老人)

   바둑알 미끄러지는 여름의 장면(場面)  

   초여름 새엄마와 열무국수 먹으며

   편의점 앞에 아이스크림 고르는 초등학생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六) …

   잠자리채로 체육교사 목덜미 잡고 애정을 갈구한

   기억(記憶) 운동장에서 물로켓 발사하다가

   잃어버린 미래(未來) 수돗가 뒤편으로 바보처럼

   도망치다 하의가 벗겨진 친구(親舊)  

   초여름 새엄마와 열무국수 먹으며

   시큼한 침묵(沈默) 여름방학(放學)과

   면접용 양복(洋服) 식당 테이블로 날아드는 파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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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여름날

여름날 이도원 여름날 대학교 강의실 설계하는 꿈꿨다. 매트릭스처럼 건물을 쌓을 수 있다고 믿었다. 미로 속의 미로 속의 미로 같은 것을 위하여. 늙은 교수 칠판 아래로 침 흘렸다. 분필은 휘어지거나 선풍기는 육면체 같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내가 본 것을 어떻게 말할지 몰랐다. 은희분식 옆에 소나무가 아치형으로 선회하자 그것은 허공(虛空)이었다. 여름날 아파트 층계 오르며 가벼움 있었다. 숏컷 헤어 찰랑이던 이모의 미역국 형태가 없다. 여름밤 댄스파티 참석한 십대들의 자살소동 뉴스에 나오고. 장례식장 입구에서 나는 희망을 선고(宣告)받았다.

  • 이도원
  • 2024-09-01

문장웹진

지향성

지향성 조원효 겨울나무, 문 뒤편 구멍 사이로 보이는 마네킹과 흰색 의자 연약한 다리 연약한 팔 연약하고 길게 하는 대화들. 흰빛. 몇 미터의 방. 몇 미터의 우울증. 벌거벗은 마네킹의 혀. 온수를 틀고. 눈을 감고. 몇 리터의 물. 1초가 지나가며. 2초가 지나가고. 앙상한 금발의 얼굴. 창틀에 앉은 푸른빛의 새. 깃털을 뽑아 장식하는 너의 손. 부드럽고 아픈. 부드럽고 아픈 생각들. 흰색 의자에 널브러진 옷더미. 셔츠. 장신구. 너의 손에 잘 맞는. 흰색 의자의 쓰러짐. 1초가 지나가서. 2초가 지나가는. 창틀을 닦는 파란 청소부. 먼지가 내려앉은 너의 방. 아침 메뉴를 묻는 파란 청소부. 주름. 미소. 커튼에 매달린 불투명한 먼지들. 희박한 날갯짓으로 너의 시선을 끄는. 구체적인 공기의 고통. 전시. 파편. 흰 바닥도 받아들이지 않는 죽음. 검은 바닥에 버려진 사진첩. 너를 지켜보는 모르는 얼굴들. 눈 내리는 터널을 걷기 좋아하던 인간들. 렌즈를 파고드는. 비명과 실명. 그림자가 주저앉는. 먼 터널의 이야기와 무관한 너의 뒷걸음질. 몇 초의 흔들림 속에서. 침상에 누운 네가 하는 것. 몇 초의 공간을 거꾸로 뒤집어서. 눈 내리는 쓰레기차. 빗자루로 쓸어내리는. 겨울. 속눈썹. 시. 침상 밑에서 기어 나오는 것. 마르고 창백한 얼굴. 정수기를 누르고. 몇 모금의 물을 마시고. 문 앞으로 가 들여다보는. 흑백의 눈. 흑백의 원리. 알 수 없는 방의 깊이와 말 없는 인간의 구분. 두 손으로 틀어막는. 스며드는. 푸른 빛. 구멍.

  • 이도원
  • 2019-05-01

문장웹진

불청객들

불청객들 조원효 애인은 자주 손목을 그었다 고독한 여왕처럼 아침이면 나와 식탁에 마주 앉고. 철제 갑옷도 맞춰 입고. 빳빳하게 굳은 손목으로 체스를 두었다. 체스 판이 입을 벌린다. 왜 그렇게 혀를 날름거리니. 소매 틈으로 피가 흐르니까. 벽난로가 불타오른다. 창문에 부딪힌 새 떼가 자꾸 같은 패턴으로 죽는다 문 앞에 손님이 벨을 눌렀다. 경찰이야. 잘 부탁해. 나는 바게트 빵에 대해 생각하고 영국의 궁전에 대해 말할 줄 알아. 나쁜 피를 흘렸지만 구체성은 없어.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서 체크 메이트 해가 지면 체스 판이 작아진다. 화분에 놓인 돌이 간신히 호흡한다. 네가 비숍을 움직일 걸 알아.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내가 작은 나라의 왕이라고 말했다.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달려갔다. 재빨리 나는 손목을 그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싱크대 물에 피가 닿았다. 흘릴 게 많아 또 아팠다. 멀리 시선을 던지면 창문이 깨진다. 집 안의 사물들이 일제히 경직된다. 경찰은 문을 따고 들어왔다. 그녀가 실종됐어요. 수챗구멍이 개미 떼를 빨아들이니까 퀸이 없군요 거짓말. 거짓말이야. 뭉그러진 포크와 식칼을 입에 물고. 줄어드는 손과 발을 이웃집에 맡겨 놓고. 장롱 속에 네가 울고 있는데. 이젠 숨지 마. 머리카락은 뽑지 않아도 돼. 커다란 손이 우리를 짚고 흔들었을 때 규칙이 구성됐다 커튼을 치면 어둠에 쫓겨 모두가 퇴장할 것이다

  • 이도원
  •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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