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공화국
- 작성일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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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공화국
신미나
눈이 오는 밤에 나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한 움큼의 눈으로 정부를 만들었어요 단 한 개의 초를 에워싼 빛
딱 그만큼의 빛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보세요 어둠을 지우는 것은 빛이 아니었어요
더 짙고 광막한 어둠이었어요
열이 백을 타고, 백이 천을 모으고, 천이 백만을 부르는 눈송이
그러니 이 나라에서는 그 누구라도 십자가를 홀로 지지 마세요
시대의 면류관을 씌워 한 명의 영웅을 만들지 마세요
광장에 선 소녀들의 뺨이 붉으니
평범한 하늘, 평평한 땅, 동등한 어깨를 주세요
소와 족제비와 잉어와 곰이 뺨을 부비며 노는 나라
할머니와 장미와 월계수와 소년이 꼬리를 달고 덤불 속에 뒹구는 나라
백 년 전의 민요가 광장의 가요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몸의 밑바닥을 울리는 북소리 둥둥 울려 퍼집니다
그때까지 우리 조용히 심지의 불을 키우기로 해요
피가 비치는 하늘 아래
한 번의 숨, 딱 한 주먹의 혁명으로 이룩한 정부를 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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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에 찬 아기들 김해솔 악의에 찬 아기들이 울고 있다. 악의에 차지 않은 아기는 없다. 악의는, 갓 태어난 자만 지닐 수 있는 특권이니까. 나는 삼신할매. 악의에 찬 아기들을 생으로부터 도주하고 싶은 자들에게 점지해 주는 일을 한다. 이제 나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악의에 찬 아기들이 태어날 수 있는 통로를 물색한다. 악의에 찬 아기들은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많지만, 아직 말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울기만 한다. 아니, 어쩌면 말을 한다는 건 울고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 그들은 울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언어를 너무 세분화해서 잘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너무 다층적인 눈물을 쏟아 본 적 있는 사람들일지도. 물론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쏟지 않은 채 울기도 한다. 음, 한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만 흔들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이 울어 본 적 있는 것 같은 사람들. 그런데 눈물은 안 쏟는 뭐 그런. 지금은? [삼신문화정보도서관] 김아기 님이 대출하신 도서 나는 나와 밀착되어 있는 이 징그러움이 마음에 든다. 가 연체되었습니다.
- 관리자
- 2026-02-01
레네-파! 김해솔 영상은 두 컷으로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두 사건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었다. 좌측에서 상영되는 일은 내가 본 적 있는 일을 각색한 일처럼 보였고 우측에서 상영되는 일은 내가 본 적 없고 이후에도 볼 일 없는 일처럼 보였다. 좌측의 영상을 편집하며 나는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 끝이다.” 이후 내가 기록할 일은 우측의 영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측의 영상 속 인간1은 사과를 줍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인간2에게 사과를 주고 있었다. 사과를 받고 인간2는 웃었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모래잖아?” 중얼거리면서. 인간1은 울었고. 그러자 난데없이 몰아치는 모래 폭풍, 에 휩싸인 인간1과 인간2를 내가 편집하고 있던 그때, 인간3이 등장했다. 인간3은 인간2를 향해 팔을 쭉 뻗었다. 뻗고, 말했다. “레네-파!” 그러자 인간3의 손바닥에서 공기파 같은 게 튀어나왔다. 나는 인간3을 흉내 내며 말했다. “레네-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인간1은 인간2에게 말했다. “넌 왜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봐?” 나는 손바닥을 폈다. 말했다. “레네-파!”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손바닥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내가 보고 있던 장면들이 사라졌고, 분리되어 있던 두 영상이 하나로 통합되며 모니터를 통해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 당신이 보였다. 메일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너무 빨리 포기한 인간은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메일에 답장을 쓰려던 찰나, 문자 한 통이 내게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지하 3층에서.
- 관리자
- 2026-02-01
또 이사 온 사람 강보원 일본에서 티셔츠를 산 적이 있다 펭귄이 그려진 티셔츠로 옷감이 튼튼하고 장식이 요란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옷이었다 어느 여름에 바다에 입고 들어갔다가 옷이 망가진 뒤로는 잠옷으로 쓰다가 올해 일본에 가서 펭귄 티셔츠를 샀던 매장을 찾아갔다 펭귄이 그려진 티셔츠를 달라고 하니 직원이 창고에서 가져다줬다 정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입어 보니 몸에 꼭 맞았다 나는 동생에게 선물할 것까지 두 장을 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잠옷으로 가져온 펭귄 티셔츠를 꺼내 봤는데 새로 산 것보다 한 치수가 컸다 갑자기 새로 산 펭귄 티셔츠가 갑갑하게 느껴졌고 움직일 때마다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다음날 다시 그 매장으로 돌아가 펭귄 티셔츠를 한 치수 큰 것으로 샀다 “이 티셔츠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많이 좋아해요” 바보 같은 일이었지만 펭귄 티셔츠가 새로 생겼으니 다 괜찮았다 그건 그렇고 서울 집들은 늘 냄새가 문제다 적어도 내가 살았던 곳들은 그랬다 싱크대 배수관을 눕힌 S자로 하면 냄새가 역류하는 걸 막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질 않는다 도대체 왜일까··· 도통 알 수가 없다
- 관리자
- 2026-02-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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