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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기원

  • 작성일 2005-08-26

저녁의 기원

조연호


옥상에서 바람을 만지던 시간, 모두 비슷한 맛의 눈물을 흘린 시간. 길고 맑은 살의 우산을 펴고 바람은 누나의 물 빠진 치마와 놀았다. 포플러가 그린 난곡(難曲)의 악보 덕에 노래들은 하수처리장으로 떠가는 빨간 실지렁이들과 긴 여름을 함께 했다. 햇포도처럼 어젯밤이 무겁게 열리면 달은 자라던 것을 멈추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간다. 동생이 줄긋기 연습을 하던 시간, 팔뚝에 붉은 줄을 긋고 조용히 울던 시간. 내가 아는 모든 바람은 자기를 일으켜 세울 먼지 몇 줌을 쥐고 태어났었다. 난 단지 잡았던 끈을 어떻게 놓아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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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초원의 공포

초원의 공포 조연호 1 잠들기 직전 초보 시인은 좋은 가부장의 시에 파묻혀 있었다. 직업으로서의 첫 감정 상태는 고작 코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을 뿐이지만 취미로서는 사나이에 성공했고 큰 활자의 매춘부가 달려 있었다. 이 세계에서 아직 다른 쪽 남자의 크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한다면 두께에 실패한 동굴 속의 빛에게도 친절을 끼워 넣을 수 있으리라. 왼발이 남긴 모래엔 오른발이 담긴 물 자국이 패여 있었다. 이족보행과 보행실조(步行失調)를 반복하는 나날 「예술은 전체가 아니라 각 조각에서 더 유한하고 더 나빠질 수 있는 비자연적 분류 아래의 순수한 정신」 작고 어리석은 모자 가득 이 따위 목신의 가루를 다져넣는 나는 영세생활인이 가난으로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무성함을 비방한다. 왜냐하면 음욕(淫慾)을 도우러 왔다는 것, 그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는 자는 선한 자를 반복하고 사지 멀쩡 같은 일이 시에서 벌어진다. 고무나 플라스틱 같은 것을 가만히 씹고 있으면 각 나라에서 보내 온 단맛의 역사에게도 조그만 위협이 베풀어졌다. 신일 뿐 그 사생활까지 신은 아닌 작업장마다 시는 스스로를 광합성 하도록 둬도 좋은 물건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거지가 아니어서 교수자(絞首者)를 걸어두기 위한 나무를 빌어 오진 않는다. 그런 숲은 숲을 벌채하는 도구가 되어 곡조를 떼어 둔 무용한 발현악기일 뿐이므로 2 「고요는 생장점이다. 멈춤은 극복처럼 온다.」 이 시가 몰후(歿後)를 찾아다니는 청소부 벌레가 아니라면 세계 전체를 죽은 자 하나에 담는 일과 문학의 고별 능력이 동시적일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될 수 없다. 향일성의 노력 위로 초록이 지나가는 식생활이 옛 시의 식탁이었다 하더라도, 오늘 손에 잡힌 한 줌의 색은 암말의 오줌에 고인 노을에 불과하다. 3 오늘 죽기를 결심한 자는 관자놀이 부근에 강을 만들고 그곳을 그리워하여라. 묘음조(妙音鳥)의 울음에는 채굴과 광업을 위한 자리가 몇 칸 비어 있었다, 특히 명복의 능력이 결여된 지하 육체노동의 부위가. 자기가 알지 못한 것을 생명으로 누리는 개체와 자기를 알지 못하는 생명을 누리는 개체 간의 문자적 차이 외에 고인에겐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고인의 영정은 점차 초식동물로 변해갔고 포식자 곁의 사람들은 초원의 공포를 느꼈다, 식물은 절대로 더럽혀지지 않다는 절대적 공포를. 허공엔 큰 활자의 매춘부가 달려 있었다. 천장은 모든 부위를 통틀어 유두의 능력이 도드라져 있었다. 밤하늘의 광해(光害)가 시인을 욕심쟁이로 만들기 때문에 새가 사람에게 붙잡힌다. 그러나 올빼미 안에서만 조금씩 집을 엮는 21세기 식물원 처녀들은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식물원의 모든 기후가 그들로부터 진보를 시작했으니까 신이여 장애물이 아니라 인간이기를 결심한 애매한 사랑에게로 거인병(巨人病) 여자의 염색체가 엎질러지고 있습니다.

  • 조연호
  • 2016-07-01

문장웹진

미메시스

미메시스 조연호 개 흉내 꿈의 원주(圓周)를 따라 돌던 해시계가 나에게 세상은 염소가 사과를 줍는 경탄이라고 말한다. 나의 수드라가 도살한 생물을 살리느라 뺨을 치며 나의 브라만이 애달프게 지능을 잃어가는 밤에 진주를 품은 자식을 팔아 인간의 벌판에 흩어놓은 품꾼은 배 아래쪽이 거대한 새떼로 덮여 있었다. ‘높은 능력 아니, 사람 아닌 솜씨를 주십시오’ 길손은 헛되어지는 그녀들을 생각한다. 지평선이 염색되어 가는 것은 쓸모없이 저녁에 내버려두는 우리가 회고에 젖는 첫 점토이자 유일한 손 반죽이기 때문이다. 얕아진다는 착각이 근대의 추락사들과 결별한다. 그대도 엎드려 양서류를 뜯어먹는 잠자리와 같이 꽃대에 앉아 소용돌이에 도는 예쁜 아가씨 피부마다 쓸수록 얕아지는 첫 문신의 글자를 적을 것인가? 이 위험천만은 밤이고자 하는 것엔 늘 뒤쳐졌으니 계절풍도 언제나 포(砲)를 가진 생물로 잔잔히 밤에 쏘아졌다. 그 어떤 올바른 헌금도 나를 천국의 날씨로 만들진 못하네. 개 흉내에서 언제나 사람 역할이던 아이는 오늘도 한 수레 가득 죽을 정도로 지쳐 있는 자기를 싣고 왔다. 하루의 기울기에도 육은 멸하고 그 어떤 어림짐작도 개 흉내를 관대한 신으로 만들진 못하네. 생명 흉내 작은 공간에게로 큰 공간이 다가오는 소리가 큰 공간에게로 작은 공간이 지나치는 소리에 편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여름 안에서 겨울을 고쳐보려고 노력했다. 아름다운 치마폭을 전쟁만큼 많이 가진 여신은 패배한 모두의 얼굴을 성기와 바꿔 달았다. 네가 양말마다 안에 긴 벌레를 넣고 빙빙 키 높이로 돌려대면 완전무장의 여신이 찾아와 갓 자른 월동무 같은 머리를 내밀었다. 이 이상 작은 공간에 더 이상의 작은 공간이 들어갈 수 없기 위해서만 세상은 균질하다는 소리가 그 입에서 쏟아졌다. 신의 이성애 빛, 그 빛깔의 포도들이 자랐다. 조금 쪼개자 안에선 취한 아버지 병사들이 목 없이 쏟아졌다. 세계의 어디선가 매번 양친을 죽이는 여신의 옷자락이 포도밭 가는 길마다 안개처럼 밟혔다. 돌고 있는 네 양말은 죽은 사람과 근연종(近緣種)이었다. 지네의 가운데 몇 토막만 남긴 사람도 당돌하지만 남은 토막만으로 복잡하게 다리를 접어대는 생명도 당돌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고요 흉내 고요를 흉내 내는 멈춰버린 잎이라 해도 관람권을 사야만 만날 수 있던 고향의 짐승처럼 성난 성기를 남녀노소에게 휘두를 수는 없겠지. 그것이 이제 와서는 흉내가 아니라서 슬프다. 밤의 재능이 정전(停電)인 사람은 착한 개가 깨물어둔 근방을 떠나지 않는다. 국망(國亡) 후 내 나라의 가게는 얼굴 모양의 빵을 굽고 눈구멍에 고기를 끼워 그 음식을 원한 하늘이 잔잔히 국격(國格)을 버리도록 종용했다. 많은 사후를 가진 사람도 변신과 이별의 장소로는 귀신의 학교임을 원치 않았다. 잘 물린 자국에는 첨자(添字)가 없다.

  • 조연호
  • 2016-07-01

문장웹진

타향의 집

타향의 집(幻城) 조연호 대저택의 개 자랑꾼에겐 뗏목이 웃자란다. ‘자네는 이제 항해의 항해, 시체의 시체일세.’ 이 뱃사람은 정복해야 할 저무는 날 덕에 주조되지 않은 인간의 수와 항상 대등했다. 그러므로 그에겐 잠든 자를 훔치러 오는 도적이 없고 숯 그릇과 거리가 줄지 않는다. 무명지(無名指)로 엮인 뗏목이 떠간다. 조용한 오므리는 이 충견은 안내자로서의 뭔가가 그릇되어 있었다. 사람의 벌레가 가뭄의 신에 매달리면 천사는 이것을 거스르기 위해 입이 닿은 과일을 머리에서 떼어 둔다. 부은 발에게 모기장을 덮어 주러 갑니다. 할머니의 파티에서 무딘 칼을 휘두른 남자는 터진 알주머니일 뿐 아니라 저녁 공기의 것이기도 합니다. 큰 입의 복사술사와 짧은 손가락의 인형술사에겐 생것을 벗겨 돌과 기왓장 위에 찧은 것, 참으로 성긴 한 푼의 항해를 가르칩니다. 십자성호의 냄새 뒤를 따르는 개장수처럼 개여, 언젠가는 네게도 무명(無名)의 물이 탄생할 것이다. 대홍수가 일어나자 점토판 도서관의 책은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흙은 물고기의 옷을 입고 구술(口述)의 바다로 입문되었다. 점토의 프리즘이, 하늘의 붉은 머리가 도착한 곳에선 네 개의 곧은 다리와 한 개의 맑은 등이 뻗어 나왔다. 예찬 뒤에 거지를 감추면 내게도 코골이 하는 자의 모양대로 도적이 자라리라. 미래의 것에서 일하는 이 기계는 벌려 말린 생선이 되어 별에서 별로 흩어져 가고. 우리는 한 계절 동안 색이 비틀린 자리. 물을 마시러 온 악기처럼, 떠오른 손의 높이로 계절을 나눈다. 물에게도 사람의 두 눈이 파였다고 생각해도 좋다. 우리 모두는 타향의 집이란 뜻이다.

  • 조연호
  •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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