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책방(1화)_그림책으로 철학하기
- 작성일 2020-01-01
- 댓글수 0
[책방곡곡]
구리 갈매책방 북적북적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제1화)
- 『더 높은 곳의 고양이』, 이주혜, 국민서관, 2019.
진행 : 한상선(늘 책과 함께 있고 싶은 책방지기)
참여 : 김선화, 김연희, 김은미, 마혜경
일평생 세 번 그림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읽어 주실 때,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를 때, 그리고 나이가 들어 스스로 그림책을 보게 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우인 멤버들로 구성된 우리 모임은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고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나눕니다. 짧은 그림과 글 속에는 결코 얕지 않은 삶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동일한 현상을 다양한 시선과 생각으로 해석하는 타인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넘어 타인에 대한 이해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삶의 태도에 유연함을 불어넣어 주니 그림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값지게 다가옵니다.

사회자 : 이번 주에는 『더 높은 곳의 고양이』라는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얘기를 하려 합니다. 제가 읽는 것보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마혜경 님께서 읽어 주시죠.
마혜경 : 『더 높은 곳의 고양이』 일독

사회자 : 책의 마지막 부분에 행복해 하는 고양이가 나오는데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것이 왜 궁금한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여러 그림책을 나누면서 많이 언급됐던 질문 중 하나가 '행복이란 무엇일까?'입니다. 여러 번 나눠 본 이야기였기에 더 이상 질문화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김선화 : 높은 곳의 의미가 뭔지 참 어렵네요. 저는 다양한 부분에 관심이 많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러한 배움이 누적되어 더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폭넓은 시야와 사고의 확장으로 연결되고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통로가 되는 것 같아요. 하나씩 배워 나가며 경험을 쌓아 가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높이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연희 : 제가 생각하는 높이 올라간다는 것은 남들을 뛰어넘는다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입니다. 더 나은 나의 기준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인 거죠.
마혜경 : 글쎄요.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더 높은 곳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보다는 흔히 사람들이 추구하는 성공이나 지위, 권력으로 보입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는 고양이의 모습이 권력다툼을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앞의 두 선생님의 해석과 다소 다르네요.
김은미 : 사회구조상 타인과의 비교나 경쟁에서 자유롭기는 힘든 것 같아요.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더 높아지려고 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 '높은 곳'에 대한 개념이 두 가지로 양분되는데요. 그건 각자가 겪은 경험이나 생각,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기에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여기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왜 높이 올라가야 하지?'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습니다. 높이 올라가면 행복해질까? 지위나 부를 더 많이 획득하는 것이 과연 높아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부, 권력을 축적하는 것이 높이 올라가는 것이라면 우리는 높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올라가야 하는지를 잊고 그저 높이 오르기만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염려가 되네요. 고양이도 높이 오르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서 무언인가를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오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혜경 : '왜'라는 질문이 빠져 있을 때가 많아요. 타인보다 앞서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잖아요. 분명히 높이 오르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텐데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없었어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단순히 앞만 보면서 달렸던 결과 허무함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 바라보면서 말이지요.
김연희 : 김은미 선생님 말씀대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높은 곳에 오르기를 갈망하는 것 같아요. 각자가 생각하는 높은 곳의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자신이 차지한 높은 곳, 혹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음에 더 높은 곳을 바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선화 :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하면서 '왜' 올라야 하는지를 묻지 않았기에 아래에 있던 예전의 내 모습에서 놓친 부분이 있을 테고 그중에서 그리워하는 것도 있겠지요. 여기서도 고양이가 더 높이 오르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우주로 갔을 때 그리웠던 것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더 높이 올라갔을 때 그리워지는 이전의 모습이 있나요?
김연희 : 높이 올라가려는 생각에만 묻혀서 지내다 보니 높이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그 순간의 내 모습을 잊고 살았더라고요.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친 것 같아 아쉬운 순간이 있었어요. 지금은 매 순간 나를 돌아보고 인식하고자 애쓰고 있어요.
사회자 : 그리워한다는 것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의 다른 말 아닐까요? 하나씩 이뤄 나가고 쌓아 간다면 그리움은 옅어질 거라 생각해요.
마혜경 : 올라가야만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면 고양이도 순간순간 행복했겠지요. 그러나 단순히 높은 곳에 있는 고양이를 보면서 현재 자신의 위치가 불안했기에 더 높이 오르고자 했지요. 거기에서 박탈감을 적잖이 느꼈을 텐데요. 여러분은 어떤 분야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나요?
김선화 : 타인과의 비교에서 박탈감을 느끼게 되죠. 분명 내가 맡은 부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앞선 사람을 보게 될 때 힘이 빠지게 되지요.
김은미 : 비슷한 예로 나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보다 더 풍족한 경우를 보면 박탈감을 느끼게 되지요. 결국 박탈감이란 나 자신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네요. 고작 해물짬뽕 한 그릇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남편과 얼굴 맞대고 먹는 해물짬뽕 한 그릇은 제게는 커다란 행복으로 다가오거든요. 박탈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김은미 : 끝없는 인간의 욕망 가운데 우린 과연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 수 있을까요?
김연희 : 저는 지금 제 자신에 대해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타인이 기준이 아니라 제 자신만의 기준이 분명하기에 흔들리지 않고, 그것은 만족,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제가 깨달은 삶의 지혜를 제 아이에게도 가르치고 있어요.
김은미 : 본인은 흔들리지 않고 살아간다지만 어린아이에게는 힘든 일 아닐까요?
김연희 : 학습적인 면에서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순간 아이는 불행해지죠. 굳이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얘기해 줘요. 특정 과목에서 다소 부족할지라도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요.
김연희 :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요? 같아 앉아서 하늘을 볼 수는 없을까요? 왜 굳이 남보다 높이 올라가려고만 할까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요.
사회자 : 고양이 얘기가 점점 심오해지네요. 이전에 나누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만족이란 발까지만 물이 차면 되는 건데 가슴까지 차오르길 혹은 그 이상 차오르기를 바라니 힘들어지겠지요. 행복도 마찬가지겠지요. 다른 이들과 비교가 아닌 나를 바라본 행복이라면 그걸 느낄 때 만족하고 행복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높이 올라간다는 것에 대한 다른 분들의 생각이 이렇구나, 라고 듣고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높이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왜 높이 올라가고 싶은지를 잊지 않고 높이 올라가 처음 원했던 뭔가를 한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더 높은 곳의 고양이』는 우주에서 지구에 돌아와 웃으며 행복함을 말하지만 우린 지구를 떠난 후엔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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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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