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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틔운 관계가 여무는 자리, 글틴 ‘문장청소년문학상’ 시상식

  • 작성일 2014-04-25




글로 틔운 관계가 여무는 자리, 글틴 ‘문장청소년문학상’ 시상식

2014. 4. 5(토)
서울 아르코 본관 및 인근 중식당





지난 4월 5일 토요일 오전 11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열린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시상식에서 글틴 수상자들이 글틴 선배들과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시상식은 청소년 수상자들과 김성규 시인, 글틴 관계자들이 모여 조촐히 대화를 나눴다. 수상자들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서울 신도림역 부근의 중식당에서 ‘글틴문학특기자단’의 배혜지, 조인영을 비롯해 글틴 내 문학동인 ‘월스트리트’의 함준형, 강예송 학생과 자리를 같이해 대화를 이어갔다. 식사 도중 한 시간 가량 습작 패턴이나 글에 대한 견해 등을 담담히 얘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까? 내가 어릴 땐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런 유치한 글 썼는데....... 너무 잘 써서 신기해. 어디서 글을 좀 배웠어? 선생님들이 가르쳐주고 그랬어?” (김성규)
“여기 계시잖아요.” (권택석)
글틴 시 게시판의 담당 시인이 글틴 수상자들의 글 솜씨를 칭찬하자 2013 대상 수상자가 진심으로 그를 치켜세운다. “세상을 알아.”라며, 시인이 농담으로 화답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일보사,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은 청소년문학사이트 글틴(teen.moonjang.or.kr)의 온라인공모전 작품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뽑는다. 시, 이야기글, 생활글, 비평·감상글 등 각 부문별 응모글에 담당 기성문인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주장원· 월장원 등을 선발한다. 해마다 시상식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한국일보 사장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장상 등에 상장, 상품을 수여한다.
이번 시상식에 참가한 몇몇이 문장청소년문학상수상자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글쓰기 비법(?)을 들어보았다. 수상자들의 주요 특징별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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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는 독학-나 자신과 존경 작가가 스승


수상자들의 글쓰기 교사는 대부분 자신이거나 책이다. 우연히 보게 된 책을 징검다리 삼아 작가를 만나고 이 작가와의 대화가 글쓰기 자력으로 발전한다. 글을 매개한 독백이 곧 작가를 앞에 둔 면담이나 다름없다. 경외심을 지닌 채 존경하는 대상을 책으로 대하면, 문학에 자연스레 입문하게 된다. 독학이 답이다.
대상 수상작 ‘등’을 쓴 권택석이 존경하는 작가는 김종삼 시인이다.
“시에 대해서 아무 애정이 없었을 때, 고등학교 1학년 문제집에서 ‘묵화’를 읽다가 갑자기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김종삼 시인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시를 읽고 쓸 때 김종삼 전집을 샀어요. 그리고 전집 맨 뒤에 김종삼 시인이 쓴 산문을 읽는데, 거기에 작가가 시를 어떻게 쓰는지 태도가 드러나 있었어요. 제게는 그게 김종삼 시인이랑 대화하는 거였어요.”
권택석의 매니저라며 같이 온 친구는 “너 그때 도서관에서도 그 책 읽었지? 전집 빌리고 연체료 나오는데, ‘나 아니면 읽을 사람 없다’고 그랬잖아?”라며 기억했다.
이 대목에서 ‘게를 먹으며’를 쓴 김해준 역시 ‘묵화’를 좋아한다며, 이들 말에 동의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책들을 읽다가 시집을 빌리는 게 자신밖에 없는 것을 발견했고, 막연히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살면 좋겠다고 바라다 이 자리에 왔다.
이 부분에서 다른 이들도 퍽 공감하며 맞장구를 쳤는데, 도서관에서 시집 빌리는 사람은 국어 선생님이나 자신들 외에는 없다고 한다. 장기 연체되거나 심지어 도난당해도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는 게, 도서관 시집이란다.
한승용은 자칭 ‘자수성가’ 스타일 필진이다. ‘곡비처럼-김애란론’으로 2013 ‘비평&감상글’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전에도 ‘견우와 직녀, 이별과 만남’(2012), ‘My name is Khan, and I’m not a terrorist’(2011) 등으로 주목 받았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자 이과생이다. 그에게 글벗은 칼 세이건으로 출발해 ‘삼김’을 거치며 글틴들로 풍성해졌다.
“과학을 좋아했는데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란 책을 읽고 나서, 글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쓰는 걸 발견한 거예요. 소설은 ‘삼김’을 많이 좋아했어요. 김영하, 김연수, 김애란 작가를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김연수는 ‘사랑’, 김영하는 ‘부조리’, 그런 키워드들이 떠올라서 한 편씩 풀어보고 싶었어요. 김애란론을 여름방학 때 끝내고 겨울방학 때 김연수론을 끝내자, 고3 수능특강이 슬슬 시작된 거죠.”
이번 수상작인 김애란론은 지난해 3월부터 꾸준히 글감을 “머릿속에서 돌리고 있다가 여름방학을 투자해서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며 썼다”고 한다. 이과생으로 일주일에 책 2권씩을 읽기도 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홀로 글을 쓰는 타이프였고, 글틴 캠프에 가기 전에는 ‘나 혼자 글 쓰네’ 했다가 글틴에서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과 교류하게 됐다.
“고등학교 오니깐 이과 애들이 제가 쓴 글을 뺏어 보면서 ‘이게 무슨 말이야?’ 그랬거든요. 시그마 이런 건 이해해도 한자어 적어주면 ‘승용아, 이게 뭔 뜻이야?’ 물어봐요.”
이과 전공 특성상 독학으로 문학 취미에 들렸고 향후에도 계속 글을 놓지 않을 예정이다.



2. 유유상종-글쓰기 동인 메카는 글틴 캠프


글틴 수상자들이 모인 뒤풀이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일단 이들을 축하하러 온 월스트리트 문학동인 친구들과 문학특기자단 기자 등도 글틴으로 익히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았다. 캠프에 안 왔던 수상자에게는 먼저 참여했던 이들이 ‘이번엔 꼭 캠프에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매년 열리는 글틴 캠프는 참여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고 참가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스태프로 참가하는 선배 글틴들의 열의도 상당히 강하다.
캠프에 가게 되면 오랜 시간 문학만 얘기할 수 있는 다소 ‘특별한’ 친구 무리가 생긴다. 모임이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많아서 개인적 교류도 이어간다. 캠프 이후 저마다 친한 그룹들이 생긴다. 캠프 조별로 다시 만나기도 하고 뒤풀이에서 만나 딴 조직이 생기기도 한다. 글틴끼리는 한 다리 건너 다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네트워크가 강하다.
그 출발점에 글틴 캠프가 있다.
다작으로 상을 탄 김선정도 “캠프에 가서 동생들, 언니들, 오빠들 다 친해졌다.”고 말한다. “저는 글틴을 인터넷 검색하다가 알게 됐어요. 고3 되면서 백일장 찾기도 귀찮고, 쓴 글들을 글틴에 올린 거예요. 그럼 되게 뿌듯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백일장을 많이 나갔지만, 상을 못 타면 좌절감이 생기고 스스로 해탈해야 했다. 즉석에서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글틴 응모자들이 글을 꾸준히 다작으로 올릴 수 있는 이유도 홀로 글 다듬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주기적으로 많이 올리는 이들의 필명은 꾸준히 회자된다. 글틴 활동이 가능한 연령대에서는 작품 응모나 교류가 양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글틴에서 만나고 나면, 이곳 외에도 친구들의 글을 읽을 기회가 많아진다. 각종 문학 게시판에서 글틴 필명을 또 발견하기도 하고, 캠프에서 만나면 쉽게 얘기가 통할 이들도 발견된다. 이 때문에 글몽, 문탐, 월스트리트 등 비슷한 문학 모임에 속한 이들은 이미 얼굴을 아는 이라거나, ‘아는 이가 아는 이’ 관계로 얽혀 있다.
‘게를 먹으며’를 쓴 김해준은 글틴 선배인 전삼혜 작가가 쓴 ‘날짜변경선’(문학동네)을 읽다가 작가의 말에 등장한 ‘글틴’을 보고 찾게 됐다. 전삼혜 소설가는 글틴 친구들에게 내 마음의 고향을 소개한다며 글틴을 거론했다. 전삼혜 작가는 ‘내가 글틴을 처음 만났을 때’라는 제목으로 글틴 웹진에 캠프 참가 후기도 남겼다. (http://goo.gl/fQGXky)
글틴에 처음 발을 들인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발을 디디고 나면 문학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은 공통점이다. 문학이 공통분모라 글을 읽으며 어떤 이일까 상상하는 것도 각자의 자유다. 게시판 필명에 익숙해지면서 특정 필진의 글을 애독하기도 한다. 김해준은 한승용의 시를 눈여겨봤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시 게시판에서) 사라져서 왜 안 오시지?” 하고 의아했다. 알고 보니 어디로 사라진 게 아니라 ‘원래 시를 썼다가 어느 순간 비평으로 돌렸다’는 것.
글틴 김선정을 두고는, 다른 수상자들이 온라인에서 상상한 바와 다른 분위기라 놀랍다며 얘기를 이어갔다. 게시판에서의 인상은 ‘인텔리’, ‘지성인’, ‘이지’ 등 냉철한 이미지였고, 실제로는 발랄하다고 평가했다. 글틴 응모자들 서로가 글을 읽으면서 ‘얘는 어떤 애일 것이다’라는 걸 미리 그리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거리가 좁혀질수록 인상이 반전되기도 한다.
자리를 함께 하지 않은 글틴들에 대한 얘기도 뒤풀이 자리에서 많이 나왔는데, 그 중 한 글틴은 ‘농경시를 잘 쓰고, 시 쓸 때 자기 고집이 센 제주도 오빠’로 묘사되다가, 다시 ‘멍청이’, ‘종종이’ 등으로 불리는 친근한 친구로 변했고, 또다시 ‘빠른 98(출생년도), 이상한 춤 추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글틴은 한 사람을 두고도 서로가 각자의 인상을 내놓을 만큼,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
여하튼 어떤 이미지로 보이든 간에 캠프나 글 게시판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들은 글을 쓰는 데 탁월한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글틴 ‘제주도 오빠’는 김해준에게 “네가 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백일장 시를 쓰지 말고 네가 쓰고 싶은 걸 써라.”고 얘기해줬다. 이 말을 들은 후로 조금 변했다. 이전에는 쓰려는 게 7이고 칭찬받고 싶은 게 3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만족할 만한 생각’을 하면서 다른 데 덜 구애받고 스스로 쓰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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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마다 다른 글쓰기 환경, 정보는 덤. 선택은 스스로


가끔은 전략도 필요하다. 일단 게시판에서의 전략적 글쓰기 주인공은 한승용. 비평은 글을 쓰는 사람의 수가 적다. 그는 “글틴에서도 비평 감상은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며 비평 글쓰기를 권했다. ‘시대를 잘 타서’ 주장원, 월장원을 많이 했단다. 아무도 글을 안 쓰고 안 넣을 때 ‘잘 찔러 넣었다’고, 그만의 방법을 밝혔다.
다만 블루오션에서라도 부지런한 게 힘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글감을 놓지 않고 계속 써온 전력이 이미 있어서 ‘찔러’도 된 것.
글틴 사이에서도 “이번 주는 풍년이구나.”, “몇 주째 주장원이 없구나.”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있다. 이때 각 게시판 담당 선생님들의 조언은 필수적으로 글로 거쳐 간다. ‘구체적이지 않다’, ‘관념적이지 않다’ 등 글에 관한 댓글을 보면, 거기에 따라 ‘구체병’에 걸리기도 하고 ‘관념병’에 걸리며 글과 싸운다. 그런 과정을 차차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찾게 된다. 댓글에서 칭찬을 받으면 갑자기 펜이 멈추고, 자괴감에 빠지면 글이 진일보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한편 글을 쓰는 청소년 시기에는 예고냐 외고냐 일반고냐, 고등학교 선택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는 선택에 달렸다. 글틴 수상자들에 따르면, 제각기 자신이 몸담고 있거나 다녔던 학교가 글을 쓰는 데 가장 방해되는 조직이었다. 한 국제고 졸업자의 경우에는 글쓰기와 관련해 문학 토론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했으나 이것도 ‘내신포기’라는 조건이 달려야 했다. 국제고 중에서도 학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르다. 일반고 졸업자는 친구들 사이에서 “글을 쓰면 견제가 아니라 즉각 제재가 들어온다.”고 전한다. 예고 입장에서는 여러 시간 창작을 하지만 ‘합평이 영양가가 없다’고 느낄 때가 많고, 혼자 쓰는 게 가장 좋다고 후회할 때가 생긴다.
외고든 예고든 일반고든, 특성화고든, 검정고시생이든, 자신이 속한 학교보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대화로 교류하는지가 중요하다. 수상자들은 저마다 본인이 다니는 학교가 글쓰기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들을 늘어놓았다. 불안과 불만 등도 글쓰기의 힘으로 전환되니 일단 학교는 가고 싶은 곳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그 안에서 글쓰기를 끊지 않으면 될 것 같다.
백일장 참가에 대해서는 대개의 수상자들이 회의적이었다. 글을 쓰는 당사자가 정작 싫어하는 글쓰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한 시간에 글을 재빨리 쓰는 것도 문제지만, 소재가 제한된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며칠을 걸려서 한 편을 쓰고 또 며칠 동안 퇴고를 하는 이들에게는 백일장이 손에 맞지 않는다.
“어떻게 두세 시간 안에 소설을 써요? 이상적인 거죠. 백일장 시, 백일장 소설은 따로 있어요. 한 순간 발상으로 고 퀄리티를 뽑는 애들이 있긴 해요. 장벽이 높게 느껴지죠.”
한 글틴이 ‘사랑’, ‘우정’, ‘생명’, ‘나무’ 등 백일장 제시어들을 늘어놓자, 모두가 ‘아!’ 하고 한탄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마산 백일장에서는 마산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어야 되고, 마로니에 여성은 가족, 대산은 가정불화나 결손가족, 만해는 아름다운 얘기를 좋아해요. 거기 맞춰서 글을 쓰는 거예요. 문청들 중에도 백일장 되게 싫어하는 애들 많아요. 그래서 박성준 시처럼 그런 걸 조롱하는 시도 많이 나와요.”
“주최나 소재 스펙트럼이 다양해져야 해요.”
“글 속에서 아버지를 죽일 때 ‘아버지 미안해요’ 그러면서 쓰고 그래요. 대산에선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왜 다들 패륜아만 만드느냐고.......”
“콩트에서 극적인 사건을 만들어야 하니깐, 인물은 결손가정에서 자랐고 성매매를 하거나 뒷골목의 일을 하거나 그래요.”
가령 어떤 이는 항상 글에 할머니가 나오는데, 어느 날은 할머니가 무당이 되고 다음 날은 해녀가 되고 다음 날은 또 ○○이 되었다. 그렇게 할머니로 백 개를 만든 글이 잘 쓴 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어떤 글이 좋다, 어떤 글이 뽑힌다, 어떤 글이 정답이라는 데에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
월스트리트의 강예송은 상을 받았던 작품에서 아버지를 이상하게 만들었다가 아버지가 떨떠름하게 ‘예송아, 잘 썼더라’라고 칭찬해준 일화를 들려주자, 대부분 웃으며 공감했다.
그럼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할까?
김선정은 ‘쓰는 사람의 밑바닥을 드러낸 글, 자극과는 별로 상관없이 자기를 속속들이 솔직하게 보여준 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예송은 “이기호 작가의 글처럼 ‘찌질’한 글, 그런 글은 정말 솔직하고, 그 느낌이 확 살아서 좋다.”고 했다.
대개가 소재에 구애받지 않은 채 캐릭터가 살아 있는 글들을 좋아했다.
본인들이 스스로의 작품을 언제 잘 썼는지 떠올릴 때는 자존감과 자괴감이 널뛰기를 한다.
“감성이 충만할 때는 ‘내 인생의 역작’이라고 하지만 그게 새벽감성에서 나온 것일 경우 아침에 보면 오글거린다.” (권택석)
“글을 쓸 때 잘 쓴 글을 읽는 거보다 못 쓴 글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잘 쓴 작품을 읽으면 벽이 느껴져서 ‘여기까지 갈 수 있을까’ 싶은데, 못 쓴 작품을 보면 못 쓴 이유가 보인다. 그런데 ‘나랑 다를 게 뭐 있지? 못 쓴 글의 조건을 내가 그대로 갖췄네’ 싶다.”(한승용)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이란 없다. 꾸준히 쓰는 것만이 해법이다.
촉수를 세우고 있다 보면 주변 일들이 모두 소재가 된다.
“아버지가 등을 긁어달라고 하셨는데 아버지 등이 이렇게 넓었나 싶었는데, 갑자기 글틴 생각하니깐 딱 써야지 했어요. 등은 뒤니깐 자다가 꿈이 다 등에 쌓이는 게 아닐까 상상하면서, 경험을 끼어 맞추는 식으로 썼어요.” (권택석)
올해 대상작 ‘등’은 관찰한 것을 쓰다 보니 상을 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단다. 주장원, 월장원이 되면서도 약간 의아했다. 오히려 ‘자신’을 그린 것이라 만족했던 시보다 애정이 덜했던 시가 대상으로 뽑혔다.
김해준은 엄마가 싱크대에서 게를 자르는 모습을 보는데 엄청 배가 고파졌다.
‘밤에 음식 사진을 보면 음식을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배에다 넣고 싶은 기분’이라는데, 그 마음과 게를 섞어서 올해 우수상 ‘게를 먹으며’를 썼다.
글틴들의 문장청소년문학상에 대한 글쓰기 뒷얘기는 창작욕 못지않게 멈출 것 같지 않았다. 시상식에 참여한 이들은 뒤풀이 이후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구두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밖에도 작가들의 저작권이나 문예지의 한글표기법 등에 대한 견해들을 나누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글을 타인에게 읽히고 싶거나 문학 얘기를 밤새 할 친구를 찾는다면, 혹은 문장청소년문학상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면, 지금 당장 글틴 문을 두드려보자. 지금까지 써왔던 글들이나 이제 쓰기 시작한 글들을 잘 닦아 글틴 게시판에 올려보면 좋은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
시상식 뒤풀이 말미에 대상 수상자 매니저로 함께 왔던 수원 친구는 (여기 와서야) “얘가 왜 이렇게 글을 썼는지 이해가 갔고, 그럼 이제부터라도 친구가 연애를 하면 내년 신춘문예에 당선 되겠다”며 좋아했다. ‘글 쓰는 여자는 글 쓰는 남자를 만나지 말고 글 쓰는 남자는 글 쓰는 여자를 만나야, 글을 잘 쓴다’는 글틴들 사이에서의 암묵적인 정보를 시상식에서 들은 탓이다.





정리 : 변인숙 (baram4u@gmail.com / 글틴 문학!특기자단 교육담당)



《글틴 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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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도서전 참관기]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정대훈 프롤로그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하나의 도서전을 찾았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최근 출판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개장 약 30~40분 전. 예상했던 것처럼 행사장은 한산했다. 몇 년 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기 전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모여 있었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도서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 노들섬에 도착했을 때.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을 안고 또 하나의 책 축제를 찾아왔다. 맑은 하늘만큼이나 오늘은 조금 여유로운 도서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개장 전 풍경. 아직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었다. 오래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북적이기 전, 그 시절의 익숙한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느긋하게 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책의 열기 개장과 동시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규모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형 부스 몇 개를 합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게다가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부스마다 멈춰 서서 책을 펼쳐 보고,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이동했다. 덕분에 행사장의 동선은 한참 느렸지만, 그만큼 책을 중심으로 한 시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방문객도 많았고,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출판사 부스의 분위기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작은 출판사의 대표나 편집장이 직접 독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깊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 불과 몇 분 만에 달라진 풍경. 조금 전까지 한산했던 공간은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긴 대기 줄로 바뀌었다. ‘오늘은 여유롭게 둘러보겠구나’ 했던 기대는 이때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던 내부.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출판사와 독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책 위에 머물러 있었다. 도서전의 또 다른 즐거움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번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조선대학교 양경언 문학평론가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그랬지만, 도서전은 책만 만나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짧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소식도 듣게 된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 정대훈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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