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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靑梅)」 외 6편

  • 작성일 2022-09-30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시조]



청매(靑梅)




홍성란






내놓지 않아야 할 말
세상엔 있다는 듯


당겨도 당겨도 외면하는 꽃가지


꺾으면
꺾이겠다는 듯, 그 사람도 그랬다









우수절(雨水節)






그늘진 물가
살얼음 무늬를 돌아


갯버들 스치는 누구의 입술일까


생당목(生唐木) 두어 겹 덧대어
입고 오는 실바람








노래를 줍다






늙은 절집에
‘낙초지담(落草之談)’ 있었으니


흘린 듯 굴러다니고 굴러다니는 말이라


첫 줄은
슬그머니 반짝, 그리 줍는 것이라









그윽한 일






같은 게 갖고 싶으니 꽃들도 시샘할까


버티는 손과 놓아 버리는 손


바람은
지는 꽃잎에도 향기를 실어 보낸다









봄소풍







아기 고라니가
나를 보고 있었네


손 흔들어 안녕! 하니
개나리 덤불에 숨었네


엄마가 기다릴 텐데
언제 나올 거야, 너









사경(寫經)






바람 가는 유월 들판
구름 잔잔 우러르노니


가리키는 대로 풀이면 풀 나무면 나무


어쩌다
스민 듯 훔친 듯 주머니가 불룩하네









맑은 날






높은 가지 아니어도 닿고 싶은 게 있으니


외진 기슭에 핀 청매(靑梅)만이 아니었습니다


나 몰래
날 보고 있던 어린 고라니만이 아니었습니다













작가소개 / 홍성란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경복궁 근정전) 장원 등단.
시집 『매혹』, 『바람의 머리카락』, 『춤』 등이 있고,
시선집 『애인 있어요』, 『소풍』 등이 있음.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이영도시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등 수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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