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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일기장

  • 작성자 밍맹
  • 작성일 2025-07-05
  • 조회수 445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2025년 7월 7일 (월)

죽기로 했다.

정확히는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다 말고머릿속에서 딱그런 문장이 흘러나왔다.

이쯤이면 됐지.”

그리고 너무 이상하게마음이 편안했다.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도버텨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 순간엔 아무 소용 없었다그냥끝을 생각하는 내가 이상하게도 나를 제일 이해해주는 사람 같았다.

서랍을 열고 메모지들을 꺼냈다예전 일기아무 말도 안 하고 접어둔 편지,

'도와달라'는 말 대신 종이에만 적어두었던 문장들.

누군가 볼까 무서워서 숨겼던 말들.

이제는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차피,

나는 거기 없을 테니까.

사실은 며칠 전부터 학교 책상도 정리했다.

필통은 필요한 것만 남기고공책은 깨끗한 쪽만 남겨두었다.

민서가 물었다.

너 왜 갑자기 정리 중이야전학 가?”

나는 웃으면서

그냥 요즘덜어내는 게 좋더라” 했고 민서는 금세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다행이었다.

아무도 진심으로 묻지 않아서.


2025년 7월 8일 (화)

요즘은 이상하리만치 잠을 안 자도 멀쩡했다.

밤새 핸드폰만 보고 음악 듣고예전 사진을 뒤적여도 아침이 오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어차피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 말이 머릿속을 자주 맴돌았다.

그러면 모든 게 버틸 만해졌다.

SNS 프로필 글도 바꿨다.

예전엔 그냥 웃긴 글귀였는데

며칠 전부터는

"생각은 깊어지고말은 줄어든다"

라는 문장을 적어놨다.

좋아요는 몇 개 달렸고,

댓글로 누군가가 말했다.

무슨 감성 터졌냐ㅋㅋ

나는 그 말에

그냥 요즘 그런가 봐라고 답했다.


2025년 7월 9일 (수)

오늘 친구에게 치마를 빌려줬다.

진짜 마음에 들던 건데 괜찮다고더는 잘 안 입는다고 했다.

사실은 그 옷을 내가 다시 입을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급식도 며칠째 남김없이 다 먹고 있다.

식판 싹 비우는 내가 신기했는지 옆자리 애가 물었다.

너 입맛 돌아왔어?”

나는 요즘은 잘 먹혀.”라고 말했다.

마지막이라서.

그냥 다 먹고 가고 싶었다.

정수기 앞에 서 있다가 괜히 눈물이 났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혼자 마시다 말고 울었다.

누가 다가오면 얼른 눈을 닦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요즘 눈이 좀 시려.”

이젠 그런 핑계도 익숙하다.


2025년 7월 10일 (목)

오늘은 또 담임 선생님이 상담을 하자고 불렀다.

무슨 일 있는지 물었고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그냥 요즘 생각이 많아서요.”

그리고 끝.

선생님도 바빠 보였고 나는 더 말할 용기도 없었다.

정말로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내가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말을 믿는 척했을 뿐인데.


마지막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대충 정해놨다.

아침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날 거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천천히 옷을 입을 거다.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나갈 거고,

문 앞에 짧은 메모 하나 남겨둘 거다.

긴 말은 쓰지 않을 거다.

아무리 길게 써도

그 마음은 다 닿지 않을 걸 아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

그 한 마디를

누군가가 내게 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그 질문,

누구 하나 진심으로 묻지 않았다는 게

아직도 좀 아프다.


2025년 7월 11일 (금)

아침이 되었다.

햇빛이 내 방 벽에 천천히 올라앉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어제보다도 더 천천히.

이게 마지막이니까,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엄마는 아직 주무시고 있었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식탁 위엔 어제 먹다 남은 반찬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조용히 냉장고 문을 열고

물 한 컵을 꺼내 마셨다.

컵을 내려놓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몸이 가볍고

마음은 더 가벼웠다.

더 이상 울리지 않는 머리,

멍하니 웅웅대지 않는 가슴.

마침내조용했다.

현관 앞에 메모를 한 장 붙여뒀다.

엄마아침엔 일찍 나가건강해.’

그 말이 전부였다.

길게 쓰면 아무리 써도 모자랄 것 같아서

차라리 짧게 남겼다.

엄마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아마 다 알게 될 거니까.

가방은 메지 않았다.

휴대폰은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

비밀번호는 메모장에 남겼고,

내가 남긴 사진들과 메일음악도

그 속에 함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 방을 둘러봤다.

모든 게 너무 깨끗했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처럼.

누군가 살다가 떠난 흔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벽에 걸린 시계가 6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왔다.

하늘이 맑았다.

바람이 가볍게 옷자락을 건드렸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진짜 괜찮아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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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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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맹
  • 2025-08-02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입니다. 내가 죽은 날

병실은 죽은 듯 고요했다. 창밖에서는 봄 햇살이 먼지처럼 가볍게 얹혀 있었고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 드는 바람이 커튼을 천천히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듯 눈을 떴다. 눈을 감고 있다 뜬 느낌보다는 어쩌다 다시 삶을 되찾게 된 느낌이었다. 천장은 하얗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밝았다. 공기 속에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소독약 냄새가 스며들어 있었고, 귀 끝엔 낮고 일정한 기계음이 맴돌았다. 몸 곳곳에 붙어 있는 기계 장치들은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기계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나는 실패했다. 모든 것이 다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다. 내게 느껴진 건 살았다는 안도도, 아프다는 고통도 아니었다. 처음 느껴진 감정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마른 목구멍, 혀끝에 닿는 무기력한 침묵. 몸은 마치 비워진 껍데기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천천히 수액이 흘러들어오는 감각만이 희미하게 손끝을 간질였다.“다온아... 다온아... 들려? 너 괜찮아?”익숙한 목소리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 맴돌던, 내 결정에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던 그 사람. 바로 엄마였다.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자 갑자기 눈물이라도 흐르려는 듯 눈이 아려왔다. 하지만 눈은 아려오기만 할 뿐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대신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엄마는 다시 한번 더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를 부른다기보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절박한 동작처럼 들렸다. 내가 다시 어딘가로 떨어지지 않도록, 이곳에 붙들어 두려는 몸짓 같았다.‘괜찮아. 난 이미 죽었으니까.’나는 속으로 그 말을 되뇌었다. 그리고 마치 내 안의 문을 걸어 잠그기라도 하듯, 엄마의 목소리를 천천히 밀어냈다.나의 마지막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옥상, 차가운 바람, 흩날리던 머리카락.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의 적막한 정적.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조용했던 순간이었다. 세상의 소음이 모두 꺼진 듯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빨리 가라며 재촉하는 자동차 경적도,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사라졌다. 시간조차 정지된 듯한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를 맞이한 건 흰 천장과 기계음뿐이었다.“내가 살아있는 척을 너무 오래 해서 내가 진짜 살아있는 줄 알았어.”내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었다. 마지막인데도 SNS에 올리지도 못하고, 핸드폰 메모장에 쓸쓸히 적어두었던 말이었다. 내가 다시 눈을 떴다는 건 기적이 아니었다. 운명도, 우연도 아니었다. 그저 다시 한번 내 목을 조이는 형벌일 뿐이었다.웅성거리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에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걱정스러운 엄마의 표정이 아닌 흰 가운을 입은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의사였다. 그는 내 몸을 쭉 훑어보더니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어요?”나는 그의 얼굴만 응시했을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호흡기 탓에 대답 못 한다고

  • 밍맹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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