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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 꿈

  • 작성자 윤도원
  • 작성일 2025-10-03
  • 조회수 344

 요상하리만치 깊고 불편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 몸에 작은 식물이 나있는 걸 봤다. 찌뿌둥하고 눈곱이 가로막아 눈도 제대로 못 뜨겠는 정신, 나는 잠결에 눈을 비비고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오른쪽 옆구리에 새끼손가락만 여린 잎 두 개 있는 식물이 내 몸에 뿌리를 내렸다. 나는 조심히 아기 엉덩이 만지듯 잎을 건드렸다. 감각점이 많지 않아 마치 내 손톱을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막 일어나 비몽사몽 한 나는 자연스럽게 ‘꿈속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던졌다. ‘그래 이건 꿈이야.’ 다시 자면 꿈에서 깨어난다. 굳게 다짐하고 아니 굳게 믿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일어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내 옆구리를 만졌다. 이미 내 뇌리에 깊게 ‘나는 네 몸에 붙은 식물이야.’라고 떵떵거리는 것이 내 기상 등을 밝혔다. 이게 꿈이 아니란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 나는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으아아악!!! 젠장, 이게 뭐야!” 내 머리는 너무나도 초현실적인 상황에 인지를 포기하고 티비 화면 조정 시간처럼 삐이이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숨을 헐떡헐떡 삼키다 나는 무심코 주위를 살폈다. 깔고 앉은 차가운 매트리스 근처에 흰 그릇 위, 먹다 남은 수박 껍질이 있었다. 그 수박은 수박씨까지 먹어치워 과즙보다 핥다 남은 침이 더 고여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 식물이 어제 먹은 수박씨가 자라난 걸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씨 먹고 배에서 수박이 자라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애초 사람 몸에 줄기가 자란 것 자체도 말이 안 됐다. ‘맞다 이건 수박 줄기다.’ 이미 나는 다른 가능성 따위 떠오르지도 않았고 수박이 아니라 해도 지금 내가 찾을 수 있는 다른 이유 따위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꿈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 뺨을 쌔게 때렸다. 순간의 차갑고 얼얼한 감각 뒤로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을 체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에 있는 수박껍질을 보자마자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이것을 치우기 위해 싱크대를 봤으나 싱크대 안에는 마치 산지 주변에 세워진 돌탑처럼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접시 탑들이 있었다. 치울 것이 없을까 방을 더 둘러보니 침대 옆 구석, 쓰레기봉투들이 언젠가 날 먹으려는 듯 산처럼 쌓여있었고 컴퓨터 책상 위로 담배꽁초가 가득 채워진 삼다수병이 있었다. 그 옆에 두루마리 휴지를 보고 저걸로 접시를 닦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편안함을 추구해 알몸인 나는 줄기를 내 시야에 ‘우연히’라도 보이기 싫어 내키진 않았지만 다 헐고 누리끼리한 옷을 입어 식물을 덮었다. 식물은 꺾일 듯이 툭 뱃살에 줄기와 맞대자 고양이가 물에 손 데면 몸을 부르르 떨듯 옷을 벗어던졌다. 그야말로 풍비박산이었다. 모든 부위들이 불편한 와중 저 접시를 치우지 않으면 흰머리 30개는 나버릴 것 같았다. 5분 동안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 그냥 옷을 입기로 했다. ‘어차피 살에 닿을 뿐이다. 별 특별한 것 없다.’ 라며 자신을 위로했고 나는 보란 듯 널브러진 옷을 과장되게 입었다. 곧바로 두루마리 휴지를 잡았다. 이내 허리를 쭉 뻗어 접시를 낚아채고 꼼꼼히 닦았다. 그리고 접시 탑이 안 무너지게 신중히 접시를 올려놨다. 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조금 마음의 안정이 놓였다. 이 줄기가 있다 해서 내 몸에 ‘아직’ 큰 무리는 안 주지만 내 몸에 식물이 자라는 것에 구역질과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이 났다. 나는 당연하게도 인류가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생존을 위해 만든 본능적인 직감으로 줄기를 최대한 빨리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허나 ‘어떻게’라는 질문은 당장이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미치겠는 날 정지시켰다.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어떡하면 이 줄기를 없앨 수 있을까? 제일 먼전 든 생각은 병원이었지만 못 미더웠다. 병원에서 어차피 알 방법도 없을 거고 사람들이 ‘이걸’ 보고 가만히 둘 것 같지도 않았다. 해결은 못하고 귀찮기만 하겠지. 또 생각난 건 가족이다. 하지만 난…못 한다. 도움 따위 구할 수 없다. 나는 비만 백수 히키코모리다. 그렇다고 회사에 안 다닌 건 아니다. 5년 전엔 좋은 곳은 아니지만 회사를 다녔고 못 버티겠어서 결국 나갔다. 부모님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회사 퇴직에 분노를 금치 못했고 울분이 터진 나는 부모님과 싸운 기억을 마지막으로 퇴직금으로 겨우 원룸을 구해 가족과 등지고 살았다. 그 뒤로 남은 퇴직금을 다 써버려 동생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동생에게 생활비를 받고 살고 있다. 이런 가족에게 도움을 청해봤자 뭐하겠는가. 부모님은 몰라도 동생 볼 면목이 없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동생이 결혼을 준비한다는 것도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보기 싫다. 그냥 이렇게 혼자 썩어버리는 게 나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건 역시 인터넷 서핑이었다. 나는 간단명료하게 ‘몸에 식물이 나는 병’을 적었다. ‘식물인간’, ‘식물과 교감’, ‘식물 병에 대하여’….

당연한 결과지만 역시 나는 이득을 보지 못했다. 어차피 백수다. 할 것도 없으니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져보기로 했다. 1시간 정도 인터넷을 구르다 이 행위가 무의미하단 신념이 쌓이고 쌓여 게임을 했다. 하지만 게임도 제대로 못했다. 줄기 때문에 집중을 못했다. 그거 때문에 이 줄기가 더욱 싫어졌다. 그렇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아무 생각 없이 엎드려 핸드폰을 봤다. 아늑한 방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생각했는데 달라진 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버렸다. 이럴 때 마다 나는 하루를 시작하기가 싫었다. 지금 인생에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자버릴 계획은 없었다. 뭔가 하나가 제대로 안되니 하루를 다 망쳐버린 기분이었다. 곧 나는 어차피 사소한 거라며 달래곤 다시 자버렸다. 역시 기분이 나아졌다. 나는 의식하지도 않은 채 옆구리를 손으로 톡 톡 쳤다. 줄기가 눌러지는 이 느낌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나는 또 한 번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몸에 줄기가 났다고 내 삶은 그리 특별해지지 않았다. 그저 줄기가 났을 뿐 그 이외의 어떠한 부작용도 없어서 일까. 나는 계속 게임만 했다. 게임을 했을 때 나는 기분 좋은 순간보다 화가 날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난 게임만 했다. 몇 번 안 되지만 내가 게임을 이끄는 순간이 올 때면 이게 내 마음의 젖과 꿀이고 열매였다. 며칠이 지났다. 또 게임을 하고 콜라를 마시며 나는 또 줄기를 만졌다. 이제 습관이 됐다. 어느 순간 나는 만지자마자 심장이 덜컹하고 떨렸다.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옷을 들었다. 줄기가 더 커져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대며 나는 잠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공포라는 억제장치가 날 멈추었다. 공포에 익숙해져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나는 더 식물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게 진짜 자란 건지 나의 착각일지 헷갈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급하게 핸드폰 카메라 앱을 들어가 줄기를 찍었다.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줄기를 찍어 이게 진짜 자라는 건지 비교할 것이었다. 생각은 마음에 병이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부조리에 스스로를 실뭉치처럼 묶었다. ‘진짜 수박인 건가?’ 이 줄기가 날 양분 삼아 완전체가 되려고 하고 있다. 기생충이나 다름없는 생존 방식. 내 자존심이 이 줄기가 똑바로 자라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이 줄기를 이대로 뜯어버리고 싶었다. 뜯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아 구둣발을 신어 찌익찌익 짓 니기며 찢어버리고 싶었다. 줄기를 잡았다. 그리고 줄기를 들어 올리며 뿌리를 어디까지 내렸는지 느꼈다. 딱 감으로만 느껴도 생각 없이 뽑았다가 집 안에서 타란티노 영화 찍을 판이었다. 나는 절망했다. 흐느껴 울었다. 그 눈물은 감정의 복합체였다. 분노와 슬픔의 응어리를 때까지 긁어모아 합쳐놓은 그 눈물, 숨을 헐떡헐떡 거리며 순간적인 공포에 패닉상태가 왔다. 아무리 참아보려 허억허억 호읍을 해도 그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차갑고 좁디좁은 이 방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갑갑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멈출 줄 알았을 때, 한 달 동안 안 씻어도 별 느낌 없었던 온 몸에 찝찝한 기운이 돌았다. 갑자기 내 몸 전체가 바퀴벌레 그득그득 바스락바스락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나는 결국 샤워를 했다. 그저 물이 내 몸을 흩을 뿐이건만 온 몸의 꾸정물과 때가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씻고 내 몸을 일일이 닦아야 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 노동의 값어치란 달디 단 과실을 맺은 과일의 맛이었다. 시간은 잘 도 갔다. 오늘은 동생이 생활비를 주는 날이었다. 이때가 되면 나는 회계사가 됐다. 생활비를 받아서 좋다고 써버리면 이 주간 오만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온다. 다시 그런 일을 겪긴 싫었기에 최대한 계획적이게 돈을 써야 했다. 동생은 항상 토요일 오전 11시에 왔다. 동생과 사는 곳의 거리가 그리 멀진 않았기에 주말에 빨리 주고 가는 것이었다. 그냥 계좌로만 보낼 수 있지만 동생은 왠지 모르게 우체통에 놓고 갔다. 시간이 얼 마 안 남았다. 나는 항상 11시가 되기 10초전에 카운트다운을 했다. ‘10…3, 2, 1’ …띵-동! 동생이 직접 벨을 울린다 해서 만나진 않았다. 나는 ‘확인’ 이라는 메시지를 그에게 보냈고 읽음 표시가 뜨면 동생은 돈을 넣고 갔다. 나는 조심히 문을 열어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타다닥 내려 왔다. 꽤나 두꺼운 흰색 종이봉투. 아 저 봉투는 그냥 봉투가 아니었다. 나에겐 불, 빛, 물, 나무, 흙, 태양 그 자체였으며 신이 내려주신 샘물이었다. “1, 2 ,3…35.” 어, 5장이 비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의문과 분노가 동시에 났다. 전액의 5분의 1이 사라진 건 크나큰 손해였다. 허나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돈도 안 벌면서 성을 내는 건 부끄러운 짓이란 걸 알기에 화는 여기서 멈췄다. 손해는 손해일 뿐, 일단은 치킨이 먹고 싶어 배달을 시켰다. 지난 일주일간 사진을 찍으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건 이 줄기가 자란다는 것이었다. 나는 또 절망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일주일간 점층적으로 다가온 진실이라 충격이 크진 않았다. 허나 일주일간 연속적으로 쌓여온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 나는 머리가 아파와 엎드려 머리를 꽈악 눌렀다. 이빨은 아드득 바드득 갈았다. 이 짓을 2시간 정도 했다. 2시간 동안 똑같은 짓을 하는 건 무슨 짓을 하든 질리고 차분해지기 마련이었다. 현타가 왔다. 몸의 근육들은 축 풀어져만 있었으며 온 몸의 공기가 빠지고 파티축제 후 널브러진 풍선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빨리 자서 최대한 잊는게 내 보약이었다. 빨리 자자. 메트리스는 집안의 있는 나의 진짜 집이었다. 솔직히 자라는 것 말고는 내게 피해를 입히는 게 없었기에 나는 이전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더 끔찍하다. 그저 게임과 자괴감뿐인 삶의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이 줄기는 이제 허리끈으로 사용해도 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허리끈으로 사용했다. 1달하고 3주가 지나자 나는 드디어, 마침내, 기어이, 끝끝내 변화를 느꼈다. 굳이 기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이런 삶 따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라고 눈이 번뜩였으며 마치 하늘이 내린 명령 같았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이 식물을 통해 내 삶이 제발 바뀌길 기대했던 것 같았다. 원래 더러웠던 방이 갑자기 한 달 동안 상온보관 해둔 우유처럼 지독한 악취가 났으며 나의 뒤룩뒤룩 찐 살들이 코끼리가 짓누르듯 무거워졌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일단 이 방을 치우기로 했다. 뭐부터 치울까?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악의 나일강이 펼쳐졌다. 쓰레기봉투, 설거지거리, 바닥에 찐득거리는 알 수 없는 무언가, 곰팡이, 고도비만, 벌레. 정신 나가버리겠다. ‘그냥 포기할까? 아니다 귀차니즘에 절여진 내가 어떻게 생각한 갱생계획인가.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 의지의 조각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모닝빵 꾹꾹 누르듯 밀도 높은 확고한 의지를 완성 시켰다. “할 수 있다!”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소리쳤다. 나는 눈에 보이는 데로 최대한의 청소를 했다. 놀랍게도 설거지 다 하는데 4시간이 걸렸다. 물론 중간 중간 조금 쉬었다. 오랜만에 한 육체적 노동이었다. 숨은 헐떡헐떡 쉬어졌으며 온 몸이 누워있기만 하고 초점 없이 온 힘을 다해 숨만 쉬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란 사실에 나는 공포를 느꼈다. 4시간을 영혼과 육체가 분리 돼 도록 움직였는데 아직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았다니,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자야겠다. 아침이 됐다. 정말 개운한 잠이었다. 내 전 생을 통틀어 이만큼 개운하게 잔 적이 있었나. 인간에게 잠이 필요한 이유를 제일 효과적으로 알려준 기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이어트를 먼저 하는 게 맞다 판단했다. ‘몸이 힘들지 않아야 다른 일들도 제대로 하는 법이다.’ 일단 몸에 있는 이 모래주머니들을 다 없애야 했다. ‘오늘 아무 것도 먹지 말자.’ 나는 결심했다. ‘안 먹으면 되지 별 힘든 일 아니야. 그냥 참아 보는 거야.’ 나는 이 불타오르는 기분을 최대한 간직하려고 했다. ‘지금 이 시점을 기준으로 난 정말로 갱생한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거야.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는 역겨운 번데기에서 아름답고 거대한 날개를 펄럭펄럭 거리며 날아가는 거야.’ 일주일이 지났다. 다이어트를 실패했다. 어느 기점에 다이어트를 포기한 건 아니지만 체중계에 올라 5kg이 찐 걸 봤을 때 사실상 확정 지었다. ‘제길!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애초에 난 안되는 놈이었던 거야…. 그래 젠장, 바뀔 줄 알았으면 진작 바뀌었지.’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전자 끓이듯 열이 나서 치이익 소리 내고 연기가 날 것 같았다. 나는 모순적인 사고의 연속을 행했다. 나는 내가 또 실패했단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왠지 난 실패 할 줄 알았던 것 같기도 했다. “멍청한 놈! 멍청한 놈!” 나는 마지막 ‘멍청한 놈!’에서 충독적인 주먹을 벽에 치고 아파했다. “아! 쓰으으읍.” 너무 아파 손을 입에 넣고 입김을 불었다. “하아~ 하아아~.” 그러던 중 띵-동! 소리가 메아리를 자아냈다. ‘벌써 그 날인가?’ 하며 핸드폰으로 동생에게 ‘확인’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나 동생은 떠나지 않고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머니 돌아가셨어 문 열어.’ 엄마가 죽었다고? 갑작스런 소식에 머리가 띵하고 범종을 울렸다. ‘이 무슨 악재인가? 신이 날 만든 이유는 괴롭히기 위해서인가?’ 슬펐다. 줄기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슬퍼할 겨를 도 없이 답장은 해야 했다. 핸드폰 타자기에 내 손가락을 올렸을 때 생각이 들었다. ‘슬프긴 하지만 내가 굳이 가야 할까? 아니야 그래도 날 낳으신 어머님이다. 하지만…난 원래 이런 놈인데…?’ 나는 1분 정도 손가락을 올려놓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내 알빠 아니야.’ 나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후회했다. ‘아 씨 너무 딱딱하게 보냈나.’ 나는 조용히 침묵을 했다. 고요한 소리가 이어지는 와중 왠지 문 밖으로 분노의 아지랑이가 꽃피는 것 같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터벅터벅 소리가 들렸다. 나는 행동 하나하나의 텀을 주고 살금살금 움직였다. 나는 딸꾹질을 하고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세게 말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 뒤를 돌아보니 동생이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집으로 들어가려 뛰었다. 허나 배드민턴 취미로 다져진 그의 잔근육은 날 제압하기 충분했다. 그는 내 목덜미를 잡아끌어 날 넘어뜨렸다. 엉덩이뼈에 부숴지는 줄 알았다. “아악!!” 나는 비명을 질렀고 더 앞으로 갈 틈도 없이 그가 발로 내 등을 밟았다. 동생과 5년 만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놀부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참으로 치욕스러웠다. 자칫하면 눈물을 흘릴 뻔했으며 그 상태로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옷 안으로 숨겨둔 줄기를 의식하느라 난 기절할 일이 없었다. “하아. 하아.” 그는 숨을 크게 쉬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하아…하아…사람이 집안에만 처박혀 사니까 완전히 바보가 됐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널 낳아주신 어머니가.” “….” 갑자기 동생이 외친 팩트폭행에 정신이 아찔했다. 정말 싫었던 점은 동생이 맞는 말만 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머리를 젖혀 내 방을 봤다. ‘보지 마!’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으으…생각보다 훨씬 심하네…일단 옷 갈아입고 와. 뭐가 됐든 난 장례식을 보내야겠어. 돈은 그 뒤에 준다.” 결국 장례식장에 와버렸다. 장례식장에 아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할머니,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아마 직장이 있을 때 설에 만났던 몇몇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 여러 명이었다. 피해의식일 수도 있으나 사람들이 날 보는 눈빛이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깊게 들어가 보면 이상하 게 보일 수밖에 없긴 했다. 햇빛을 보지 않고 더러운 곳에 살아 몸 구석구석 난 여드름, 이빨로 뚝뚝 끊어 정갈하지 못한 손톱, 김 씨 표류기에 나오는 주인공 머리마냥 자아실현을 일어낸 머리카락. 비듬은 말로 표현할 것도 없거니와 옷차림도 후줄근하게 축 늘어지니 가히 지나갈 때 한 번쯤은 더 훑어 볼 수밖에 없는 외관이었다. 난 소리 없는 폭력 속에서 지쳐갔다. 그 때 아빠를 발견했다. 정처 없는 눈을 통해 몇 초의 침묵동안 아빠와의 감정교환을 일어냈다. 흰머리가 확실히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늙었단 걸 실감했다. 그러다 새삼스레 그동안 내가 늙은 모습이 보였다. 주름살이 많진 않으나 생긴 것이었다. 결국 나도 시간이 지나면 탈모의 노파가 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란 걸 느꼈다. ‘탈모의 노파가 됐을 대도 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이 뱃속에 일어났다. 토하고 싶었다. “쉬다가라.” 5년 만에 만난 아빠가 나를 보고 건넨 첫 한마디였다. 이 ‘쉬다가라’는 겉으론 화창한 봄날 햇살 같지만 나는 아빠가 내게 준 진정한 메시지를 알았다. 아빠는 날 진작에 포기한 것이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든 아빠는 상관 안 할 것이다. 밉긴 했지만 받아들였다. 대답하기 싫어서 안 했다. 편안함을 위해 가만히 앉아 있어도 편안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자칫하면 줄기가 삐져나올 것 같았기에 항시 주위를 살폈다. 남들이 날 보는 게 이상 할 수밖에 없단 걸 알았지만 버티기 힘들었다. 저 할 짓 없이 밥을 먹고 있는 할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 죽일 눈빛이었다.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딴 데 보다가 다시 할배를 봐도 여전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나를 못 보게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시간이 좀 지나자 동생이 내게 말했다. “일어나 절 해야지.” 동생이 내게 말했다. 그의 옆에는 아빠를 포함에 모르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나는 절을 생각보다 빨리 하는 구나 생각했다. “아이고오~ 아이고오~….” 절을 할 때 마다 할머니는 이렇게 곡성을 부르셨다. 웃을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웃음을 참기 위해 악을 썼다. “아이고오~ 네가 왜 나보다 먼저 가냐~! 아이고오~” “풉.” “….” “….” “….” “….” ‘아, 젠장.’ 나는 실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당장이라도 틀니가 으깨질 것 같은 아버지와 할머니. 정말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동생. 가족들을 진정시키는 조문객들도 동시에 힐끔힐끔 날 쳐다봤다. ‘또 참지 못했구나.’ 이럴 때 마다 후회했지만 항상 실수를 저질렀다. 마치 체육시간 팔 벌려 뛰기 하다 마지막 10을 외친 기분이었다. 줄기가 꿈틀거려 5m이상 자라버릴 것 같았다. 아빠는 당장이라도 쏘아붙일 것 같은 입술을 억누르고 몇 분 간 정적이 이어졌다. 아빠가 진정하고 하시죠 라고 말한 뒤 다시 절은 시작됐다. “아이고오~ 아이고오~.” 다시 절은 시작됐지만 밥을 먹는 사람들, 절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날 슬쩍 쳐다봤다. 그 중압감에 난 눈을 감고 빨리 지나기기만을 기다렸다. 땀이 나게 더웠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때문에 더 더운 것 같기도 했다. 하…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미 밖으로 나온 것부터 체력이 바닥났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상황인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도망칠까? 아니야 돈은 받아야지….’ 그 뒤로 별거 없었다. 계속 몇 시간 동안 가만히 후회 할 뿐이었다. 하룻밤을 자야 했기에 어두컴컴한 곳에서 땀이 나게 누워야 했다. 계속 누워만 있고 잠이 안 왔다. 너무 힘들었다. 안 좋은 일만 반복되니 좋을 일만 생각하고 싶었다. 동생과의 우정이 그리웠다. 여름 햇빛 화창하게 온기를 줄 때 동생이 헤벌쭉 웃으며 내게 소리칠 때가 생각났다. 난 그 웃음이 좋았다. 언제부터 였을까? 고등학교? 중학교?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날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리운 일만 추억했다. 꿈을 꿨다. 눈을 뜨고 일어나니 모두가 나를 학익진처럼 둘러싸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가 안 돼 눈을 비비고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오, 안돼.’ 자는 동안 잠꼬대를 해서 줄기가 다 드러난 것이었다. 그새 또 자라서 거의 1m는 돼 보이는 줄기가 내 옆구리에 이어져 있었다. 그제야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꺄악!! 이게 뭐야!!” “오! 오! 일어난다!” 나는 급하게 줄기를 옷 안으로 숨기려 손을 엉거주춤 움직였다. 그리고 내 시선은 동생과 아빠와 가족들에게 향했다. 역시나 모두가 경악했다. “헐 인터넷에 올려야지.” 벙쪄 생각 없이 움직이던 나는 이 소리를 듣고 순간 소리 쳤다. “어어, 찍지 마세요.” “꺄악!! 오지마!!!” 갑자기 근육질의 남성 몇 명이 날 제지하기 위해 앞장섰다. 지금 사람들 인식의 나는 거의 성범죄자, 살인자에 가까웠다. 일단 줄기를 계속 꺼내놓는 건 사람들에게 더 혼란을 야기할 것 같았기에 급하게 옷 안으로 넣어 뒀다. “저딴 식으로 정체를 숨겼구만!” “아니에요!” “헛소리 하지마! 괴물!” 근육질 남성 중 한 명이 손가락질을 하며 내게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 모두가 그 말의 동조하기 시작했다. “맞아 괴물!” “괴물이다!!!” “끔찍해!!” 이 말을 뒤로 내가 망했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다. 나는 망했다. 진짜 망했다. 머리가 백지가 되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마음이 이끄는 데로 최대한 빠르게 행동했다. “저 괴물 아니에요!!” 이젠 대사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소리치며 시끌벅적 해졌다. 내가 한 번 말하면 사람들이 열 번을 말했다. 도망치기엔 모두가 날 가로막았다. “제발 신고하거나 영상을 공유하지만 말아주세요! 제가 다 설명하겠습니다!! 진짜에요!!!” 당연히 거짓이었다. 아무 말이나 내뱉어 생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또 아까 그 근육질 남성이 말했다. “괴물의 소리 따위 들을 필요 있습니까?” 이미 수십 개의 핸드폰이 날 향해있었다. 인간 동물원에 갇힌 느낌이었다. “빨리 경찰에 보냅시다!” “빨리 그 줄기 다시 보여줘!” 사람들은 내 얘길 들을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허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했던가. 사탄과 악마들의 지옥열차를 타기 직전 아빠, 아니 아버지가 말을 꺼냈다. “얘기는 들어 봅시다….” 지나가는 사람1의 의견이었으면 그저 묻힐 말이었으나 그는 내 아버지였다. 장소 또한 어머니의 장례식이었기에 쉽사리 그의 말을 무시할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날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 변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그러면 여러분들을 설득시킬 시간 20분만 주십쇼.”(이 말을 하자마자 더 달라할 걸 생각했다.) 사람들은 단체로 알겠다며 웅성거렸다. “저…그러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사람들은 밖에 나갔다. 나는 먼저 급격히 분비된 남성 호르몬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었다. 헐떡헐떡 거리며 숨을 골라야 했다. 5분이 걸렸다. “후우….” 어떻게 이 상황을 나아가야 할까? 일단 나는 어쩌다 이 줄기가 생겼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 수박씨를 먹어서였을까? 아 망했다.’ 이렇게 말했다간 신고에 이지매 까지 추가로 당할게 뻔했다. ‘하지만 이거 말고 내가 할 말은 무엇이 있나? 결국 나도 아는 것 없이 혼란스러운 건 똑같지 않나? 내가 뭐라고 어떻게 변명하지?’ 그냥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의미 없는 생각들의 연속만이 내 뇌를 가득 채워 넣었다. ‘경찰이 오면 어떡하지? 날 감옥에 넣을까? 아니야, 난 죄를 짓지 않았어. 별 짓 하지 않았다고 아니면 국가에서 날 생체실험 하려나? 날 잡아끌어서? 아빠는 왜 날 도와준 걸까? 아빠니까 도와주지 뭔 소리야. 하지만 아빠는 날 싫어하잖아.’ 뭐가 됐든 여기서 더 사건이 커지는 건 절대 안됐다.  시간이 됐다. 가면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내 기억을 더듬으면서 돌이켜본 과거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낯부끄러운 과거였다. 나는 그 몇 달 동안 옆구리에 수박 줄기가 자라나도 해결한 것이 단 한 개도 없단 것을 알았다. 줄기, 이놈의 줄기 때문에 줄기, 줄, 기, 줄과 기.... 그 때 꿈을 꾸는 것 같은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빠를 봤을 때 아빠의 옆구리에 줄기가 나기 시작한 거였다. 그것은 내 줄기이기도 했다. 내 줄기가 이어졌다. 아빠뿐만이 아니었다. 동생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줄기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헛웃음을 안했다. 곧 장례식장이 온통 줄기로 꽉 차기 시작했고 숨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진짜 죽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될 때, 아 잠깐 이거 그거잖아 그거. 아, 하, 아



























































 꿈은 정신머리





































 곧장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살이 떨렸다. 더운 온도임에도 한기가 내 몸 구석구석에 달라붙은 것 같았다. 모두가 내 주변으로 앉아 들을 준비를 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돼. 별 거 아니야.’ 라고 마음먹긴 했지만 주목을 받는 것은 내 입을 쉽게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1초 1초 지체 될 때 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 달라졌다. 말은 없지만 재촉이 느껴졌다. 나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봤다. 담담한 무표정일 뿐이었다. 마치 국어시간 나의 생각 발표하기 시간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점점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 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말을 버벅 거리며 말했다. “그…그.” 내가 첫마디를 떼자 사람들은 큰 눈을 떠 날 봤다. 모두가 뮤지컬 배우가 된 듯 내 표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수박…을 먹 먹 먹 먹 먹었는데요…. 이게…먹었는데….” 참다못한 사람이 내게 소리쳤다. “먹어서 뭐!” “에헤이~ 거참 들어봐요!” 나는 더 압박감을 느껴 빠르게 말하려다 결과를 말해버렸다. “그, 그게 수박이 됐어요.” “뭐?”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생은 탄식을 했다. 그들은 눈빛을 교환해가며 어떡할지 답을 정한 것 같았다. “그게 뭔 소리야! 이해가 되게 설명해야지!!” “지금 이러려고 시간을 이렇게 끈 거야!?” 이미 내 발언은 끝나버렸다. 그들이 다시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이거 당장 신고해!!” “더 들어줄 필요도 없어!!” 급격한 스트레스에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갔다. 머리가 아팠다. 뭔가 배도 아픈 것 같았다. 배는 우르륵 거리고 머리는 우직끈 거리며 깨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아버지가 소리쳤다. “그마안!” 모두가 정적했다. “이게 다들 뭐 하는 짓입니까?! 신고한다니요!! 제 아내 장례식장에 경찰이라도 부를 생각입니까??” 사람들은 계속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흥분해있었다. “당장 나가요! 당장 나가!!” 그의 노발대발 화난 모습에 난 감동받았다. 그의 분노 섞인 목소리에서 난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새삼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어이, 김형! 장례식은 장례식이고!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 아냐.” “맞아! 맞아! 뭐! 부모면 다야!?” 아빠가 당황한 표정을 보이고 난리법석이 이루었다. 그 순간 경찰이 찾아왔다. 누군가 이미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저 사람이요?” 한 여성이 경찰과 속닥거리며 나를 지목했다. 경찰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내 질문을 했다. “옷 좀 들춰주실 수 있습니까?” 모두가 날 쳐다봤다. 나는 한계였다. 모든 의미에서 한계였다. 머리는 이미 터진 것 같았고 배의 통증은 나의 활동을 정지시켰다. 이 이상 난 버틸 수 없었다. 난 털썩 하고 쓰러졌다. 쿵 하고 바닥에 부딪쳤다. 마지막으로 기억난 건 나를 보고 당황한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었다.













 낯선 천장이었다. 왼쪽으로 삐이- 삐이- 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나 혼자였다. 이내 간호사가 들어오고 의사처럼 보이는 이에게 깨어났다고 소리쳤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쓰러진 직후 나는 수박을 토했다고 했다. 옆구리에 달린 줄기부터 이어진 초록색과 검은색 무늬를 가진 연한 수박이 나왔다고 했다. 마치 출산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 순간 동생은 사람들에게 절을 해가며 공유만은 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고 그래도 다 건너건너 아는 사이였기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사람들은 공유를 하지 않았다. 그 뒤로 줄기를 떼는 대수술을 거치고 몇 주 동안 혼수상태가 돼 지금의 이르렀다고 했다. 의사가 내게 말했다. “수박 한 번 보실래요?” 나는 고민했다. 꽤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니요. 그런 거 이제 됐어요.”  지금은 아빠와 동생과 살고 있다. 알 수 없는 이유였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고맙게도 두 사람 다 질문하고 싶은 게 산더미였겠지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내게 따뜻한 밥을 만들어 줄 뿐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의 치킨집 장사를 도왔다. 진상손님한테 치이고 오랜만에 한 노동이라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그 답에 보답해 주는 것일까 동생의 결혼식엔 참석 할 수 있었다.

 땀 뻘뻘 흘리고 침대에 누워 혼자 있을 때면 전의 있었던 일들이 모두 정신머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기서 멈췄다. 꽤 많이 이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다 비슷하게 마무리 되고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꿈을 꾸지 않았다. 나는 일단 내일을 살아야 했다.

(이게 원래 가독성 있게 다 정리했었는데 실수로 저장을 안 해서 다 날라갔다. 그래서 중요한 거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정리 안했다.) 

윤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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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포대교

    표지가 재밌군뇨. 그나저나 귀찮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문단정리 좀 해주세여,,

    • 2025-10-03 23:22:47
    구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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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도원

      @구포대교 미안해요..

      • 2025-10-03 23:29:23
      윤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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