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사
- 작성자 무녀리
- 작성일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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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585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전생처럼 너를 만나고 싶어
잃는다는 건, 아프지 않고 발음할 수 있는 단어가 사라진다는 뜻
약속이나 청춘 같은, 숨가쁘게 약속하고 벅차게 마주하는
그런 말들은 비행기의 꼬리를 따라 떠나버렸지만
열대야 습기를 머금은 베개맡에 사랑한다는 말을 넣어두고
내 세상을 파고드는 묫자리의 꿈을 피해
혀뿌리 아래 숨기며 있는 힘껏 되뇌고 있어
뒤집힌 땅에서도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게
사랑하는 이름이 세기를 넘어 다닥다닥 달라붙은 지구
돌아 떨어져도 이내 똑바로 서게 될 곳
백야의 바다를 지키는 등대지기는
별빛에도 눈이 머는 영혼들을 위해 바닷길을 내어준다지
이토록 빚을 진 세상에서
다만 영원의 부질없음을
사건이 너의 손을 놓고 시간마저 너를 기억하지 못한다 했을 때
베어내지 못하는 순간을 어항 속 금붕어의 일대기라 생각한 적이 있어
나는 외로운 것을 만지는 일에는 자신이 있어서 목덜미에 비늘처럼 박힌 미련을 보면 너의 이름을 수천번도 더 부를 수 있을 것만 같고
들숨을 벗어난 사람을 만나러 가려거든
심해 아래 물거품 찾아 반쪽 나눠가진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는데
그리운 미래와 머니먼 어제를 방에 가둬두고
나는 영영 물결마저 너를 놓쳐버릴까 두려워
사는 이유는 삶의 반대편에 있다 말했지
하늘이 바다 되고 바다가 하늘 되는 세계에서
전생처럼 너를 만나고 싶어 다시
곁에 없는 사람의 얼굴로 네가 웃을 때
서툰 사랑이 단잠을 깨울까 잘게 부서지는 모래톱 앞에서
검은 치마에 머리칼 감싼 꽃의 외로움을 모두 풀어 놓기로 했어
늙은 단어가 쇠숟가락처럼 폐부를 파내려갈 때
차가운 손이 유서로 쌓아올린 세계에서 맞잡을 손을 찾을 때
기별도 없는 영원, 작별도 없는 추락
내 사랑
유성우의 모습으로 낙하할거라 약속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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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무녀리 님의 <환생사> 잘 읽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삶을 거쳐 여기에서 서로 만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 삶과 만남들이 참 소중합니다. 이 순간 함께한다는 일의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문장력도 좋고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도 좋습니다. 다만 지금은 시의 밀도가 높은데, 이미지를 줄이고 문장을 절제하면서 써나간다면 보다 능숙한 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