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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떠난 지 오래됐어요?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11-29
  • 조회수 315

기차역에서 잠을 잤어. 아마 10시쯤에 골아떨어진 것 같아. 눈을 떴을 땐 막차가 끊기기 10분 전... 무슨 생각이었는지 역사 밖으로 나갔어. 12월 초라서 희미한 눈이 섞인 바람이 뺨에 스쳤어. 춥다. 첫차는 6시에 오는데. 새벽에 움직이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런 걸 궁금해 해도 되는 걸까?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고개를 들면 익숙한 거라고는 초승달뿐. 네온과 LED 조명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사이사이로 뛰어다니고 싶다. 촘촘히 박힌 솔기처럼 숨이 조금 죄는 기분. 만약에 기차를 탔다면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지하철을 탔다면?

내리실 방향은 오른쪽입니다. 기차역에서 잠들었다면 어땠을까.


결국 그래서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다가 잊어버렸어.

잃어버렸어. 어디였지? 어디에 있지? 어딘가에… 두고 온 것만 같은 기분. 아직 첫차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어쩌면 너와 막차를 타는 나를, 날을 꿈꾸면서 잊어버렸을 지도 몰라.

눈금실린더
눈금실린더

수,과학을 좋아하는 문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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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겉이 푸석해진 과일을바닥에 굴리며 말했다비가 오지 않는 동네에 사는 네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다고나츠, 하고 부르면 젖어드는 양말 끝자락과배차 간격이 긴 버스 노선도쏟아버린 슈크림 라떼나건조가 다 된 빨래, 꺼내는 걸 까먹었어!그런 얘기를 할 때면 네가 작게 웃곤 했는데사실 이런 모습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어채도 높은 인디 음악을 들을 때처럼마음 한 켠이 간질거렸다, 왜 산성비 알러지는 없는 걸까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걷고 싶었던 날들이분명히 있었다 하늘색 분홍색 어떤 색이어도 좋아푸석푸석한 과일도 한 군데 갈아 넣으면 꼭 같은 맛이 났다그게 우리만 알고 있던 사실이 맞지? 다시금 물으면튜브 대신 하드형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나츠네가 말 대신 다 먹은 나무 막대 끝을 보여준다잘 닦고 잘 말려서 밀봉해갈 것때로는 하나 더, 라는 문구보다 한 입 베어 물은 표면이모든 걸 먼저 말해줄 때가 있다

  • 눈금실린더
  • 2025-03-07
어제부터 축제는 끝나지 않고

너는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했다물방울이 갈라질 때마다 조각나듯이 피어나는 꽃들그것을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눈 속에서잎사귀는 시들고 있다발등 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가끔 발목을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이런 마음이 무엇으로 바뀌어야 네가 나를 심고 기를지 알 수 없었다정원 끝에 놓인 너의 집과 창가는 어두웠고망가진 스피커에서는익숙한 목소리가 내일의 일기예보를 중얼거리고 있는데- 여행을 가고 싶어.시야를 감싸는 장미의 노란 색감이 지겹다는 듯너는 웃었다될 수 있다면 멀리아주 멀리 닿게끔이 곳을 떠나고 싶은 모든 마음은 외면에 가까운 걸까그런 게 사실이라면 나는 조금 슬플 것 같아입을 가리고 울 것만 같았다머리가 어지러워, 나는 너랑 조금이라도 더같이 있고 싶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내일의 날씨처럼 반복되고- 잘 있어.안개처럼 뒤덮힌 장미가 머리를 감싼다너는 가시를 밟지 않고*나는 아직도 여기서만 숨을 쉴 수 있는데*익숙한 스피커에서는망가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필터가 갈라질 때까지 숨을 들이마시던 네가웃으며연기를 뱉어내고짧아지는 폭죽은 화약을끊어가며발작하며끊어가며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부서지는 빛 속이었지만어지럽고 무서워, 발등 위로 떨어지는 것이 폭죽이 아닌 잎사귀였다는 사실을잊고만 살아가서사라진 너의 발자국을 쫓는다그곳에는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끝에서는 여전히폭죽이하얀 재를 휘날리며 꽃밭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잘 있어.축제는 끝나지 않을 거야, 너는 아직도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 눈금실린더
  • 2025-03-06
겨울 아침

마음의 거리를 재는 일들에 익숙해지고 싶다왈츠를 출 때 발 밑을 쳐다보지 않듯이혼자 추는 춤, 어쩌면 단순히 거리를 거닐더라도보폭을 생각하면서기울어진 평형계나바닥이 닳아버린 토슈즈 같은 것잃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밤 중에 악몽을 꾼 것처럼 일어나 버렸어이런 마음이 이상해서울어버리고 말았어추워발목을 감쌌어그런 게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면어떻게 하는 게 정답이었지동그라미눈송이눈눈물벙어리 장갑을 볼 때마다 털모자를 생각한다직조된 것들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스웨터를 볼 때도 토슈즈를 생각하면조금 더 쉬워질 수 있을틴데미끄러지는빙판꿈을 깨면 새가 지저귀고창 밖은 새하얗다

  • 눈금실린더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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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오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눈금실린더 님의 <막차가 떠난 지 오래됐어요?> 잘 읽었습니다. 일상적이고 본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문장들로 시를 구성했다는 점을 가장 칭찬 드리고 싶어요. 다만 지금은 시가 다소 단순한 인상이 있으니, 더욱 다채로운 시적 소재와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아도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 2024-12-18 10:54:12
    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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