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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증발해버린책임의이행

  • 작성자 이타
  • 작성일 2025-02-05
  • 조회수 492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따듯한 매실차 한잔 그에게는 그것이 미친 듯이 그리웠다. 국자로 떠올린 매실청을 한가득 퍼다가 입에 모두 넣고 꼴깍하고 삼켜버리고 싶었다. 아니 그건 따듯하지 않다. 한 줌의 겨울을 가져다 끓여서 거기에 다시 조심스레 매실청을 넣으려 보았더니 매실청은 이미 다 떨어지고 없었다. 한참동안 어두운 항아리 속을 바라보던 그는 하는 수 없이 그저 겨울을 호호 불어서 삼켰다. 뜨거운 척 하고있던 차가운 겨울이 그의 내쉰 숨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속에서 타고 올라오는 매실의 향이 그리웠다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그러나 그에게는 어머니의 매실이 없었다. 아니 어머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어머니는 매실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매실을 먹지도 못하고 껴안고 있다. 그를 딱히 여기고 있지만 그녀는 딱히 안고있는 매실을 선뜻 내어줄 생각은 없어보인다. 그녀의 매실은 짜다 그녀의 눈물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흔들어지지 않으면 언제나 하얀 두유의 화이트링처럼 그녀의 열려있는 매실청 항아리의 가장자리에는 굳다 만 끈적거리는 소금들이 가득하다.  


 나에게는 그 매실청이 필요하다. 아니 필요하지 않다. 어째서 나는 공짜로 살 수 없는 걸까? 나는 왜 유료일까 특가할인상품인 나는 나는 네 발로 기어야한다. 등에는 가득 짊어진채로 짊어지고 짊어지고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그 흘러온 소외된 모계의 이야기를 나는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폭력적인 남편과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와 그 삶과 그 결과와 그 결과과 또 다시 도미노처럼 무너뜨린 가정과 죽음과 그 반면의 생존과 역설적인 삶과 그 역설적인 삶을 부여잡고있는 그 역설적인 삶의 부산물들과 칙칙폭폭 가족을 태우며 나아가는 아버지라는 증기기관차 칙칙폭폭칙칙폭폭 철로를 명백히 벗어나버린 증기기관차는 폭주기관차라는 이름이다. [속보] 폭주기관차의 광란의 운행 아내를 가격하다 칙칙폭폭 그 폭주기관차는 이내 아들까지 치고는 벽에 부딪혀 펑 하고 저 하늘로 튀어올랐다. 슝슝슝 증발된 책임과 그 무덤앞에 아버지와 남편과 원망할 대상을 승화당한 정처없어진 유가족들은 죽어버려진 유족의 시체를 부여잡고 어억어억하고 울었다. 다 떨어져버린 매실과  어억어억. 어억어억. 어억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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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순리라고사내의 아버지는 말했다그 속도가 이젠 눈에 보인다며기다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흔들리는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아무리 외딴 곳에서 계곡이 흐르더라도굳센 뿌리를 가진 고목의 가지는물이 흐르는 만큼 흔들리고 있다고계곡이 흐르는 것은무엇보다 단단한 일이기도 하다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길을 내고주변을 온통 둥그렇게 만드는 일이기에홀로 바위에 앉은 한 사내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본다.

  • 이타
  • 2026-02-06
「유리의 수분기」

네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면서도 유리병 속 유리꽃은 화병에 담겨있고 그 화병은 곧 우유병이기도 했었다 유리를 담기에 유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계란 두개를 부딪혀서 가장 좋은 결말은 더 약한 쪽이 깨져버리는 것 뿐일텐데 좋은 음악을 틀었지 마법의 주문이 21번 반복되는 정말 유명한 노래였어 비비디바비디부 내 모든 생애에 이런 노래를 틀 수 있었다면 그렇게 준비했고 시간을 지킨 너가 저질러버린 순간 이틀을 못 넘기는 꽃다발처럼 아니면 굳어버리는 안개꽃처럼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어디로 가게되는걸까 속이 울렁거려서 되는대로 내뱉어버렸어 다시는 할 수 없으리라고 믿는 것은 독보적인 고백에 대한 가능성이 되고 유리화병인 나는 살아있는 꽃을 찾아다닌다

  • 이타
  • 2026-02-01
「소프트쉘 크랩」

미안하다기보단 고마워 죽은 게 앞에 서서 말했다. 사는동안 매 순간 새로 태어남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항상 연약한, 그렇기에 딱딱한 껍질따위 오래 버틸 수 없는 것 남 앞에 서기 전에는 꼭 손목을 쥐어봤으리라 새로운 마음이 굳었는지잡고잡히는 사이가도무지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아항상 벗어놓고 가는 곳 쌓여있는 내 사이로 숨어들려고 빨리 썩어 사라져주길 바라며 어젯밤, 나와 똑 닮은 껍질을 단단하게 뒤집어쓰고 나갔다

  • 이타
  •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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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오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이 시는 ‘매실차’라는 단순한 사물에서 출발해 가족, 기억, 계보, 폭력, 상실의 정서를 숨 가쁘게 밀어붙이며, 강렬한 감정의 흐름을 말의 힘으로 밀도 있게 붙들고 있어요. 특히 “칙칙폭폭”으로 반복되는 증기기관차의 이미지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 억압적인 유산을 압도적인 속도로 재현하며, 독자에게 체험적인 감각을 남깁니다. “매실청”이라는 매개는 따뜻함과 동시에 그리움과 결핍의 상징으로 작용하고, 어머니의 매실조차 쉽게 닿을 수 없는 현실은 이 시의 핵심적 긴장을 잘 보여줍니다. 다만 감정의 밀도가 워낙 높고 문장이 길게 이어지다 보니, 중간중간 호흡을 조절해주는 리듬 포인트가 더해지면 독자의 집중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 2025-03-31 17:05:21
    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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